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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에 10월 기업대출 금리 급등…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뛰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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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기업의 자금줄이 막히는 이른바 ‘돈맥경화’가 심화하며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 금리가 201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특히 한 달간 대출 금리 상승 폭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컸다. 지난달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뜻이다. 가계대출 금리도 신용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서는 등 금리 상승이 이어졌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중앙포토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중앙포토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10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월보다 0.61%포인트 오른 연 5.27%로 집계됐다. 기업대출 금리는 유럽재정위기였던 2012년 9월(연 5.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금리 상승 폭이 외환위기였던 1998년 1월(2.46%포인트) 이후 가장 높았다. 한달 사이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이상 뛴 것도 외환위기였던 1997년11월~1998년1월 이후에는 없었다. 세계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 때도 기업 대출금리 상승폭은 0.36%포인트 였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대출 금리가 전월 대비 0.7%포인트 오른 연 5.08%로 집계됐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 대출금리가 연 5%를 넘어선 건 201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62%포인트 오른 연 5.49%였다. 한은 박창현 금융통계팀장은 “지표금리 상승과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은행 대출 수요가 확대돼 대기업 대출금리가 올랐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돈맥경화로 지난달 회사채 시장에서는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인 3조3232억원의 순상환이 이뤄졌다. 순상환은 채권 신규 발행을 하지 못해 다른 곳에서 자금을 구해 상환한 금액이 더 많다는 뜻이다. 반면 대기업까지 은행 대출 창구에 몰리며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말보다 13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10월 동월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 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업의 자금 조달비용이 늘면 신규 투자 감소 등으로 경기는 더 위축되게 된다. 한은은 이달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도 기업의 설비투자가 올해 대비 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 교수는 “조달비용 증가로 기업 경영활동이 위축돼 내년 경제성장률이 한은의 전망치(1.7%)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아져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우려도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런 이유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돈맥경화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기업어음(CPㆍ91일 물) 금리는 지난 9월 말 연 3.27%에서 이달 29일 연 5.52%까지 두 달 사이 2.25%포인트 올랐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가계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19%포인트 오른 연 5.34%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금리는 2012년 6월(연 5.38%) 이후 가장 높다. 기업대출 금리보다 금리 상승 폭이 적은 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준 안심전환대출의 영향이다.

대출 별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전월 대비 0.03%포인트 오른 연 4.82%로 집계됐다. 신용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6%포인트 오르며 연 7.22%로 7%를 넘어섰다. 신용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선 건 2013년 1월(연 7.02%) 이후 처음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은행 간의 수신(예금) 금리 경쟁으로 저축성 수신금리는 전월보다 0.63%포인트 오른 4.01%로 집계됐다. 정기예금 등 순수저축성 예금 금리는 0.62%포인트 오른 연 3.97%로 집계됐다. 저축성 수신금리와 순수 저축성예금 금리 모두 2009년 1월 이후 가장 높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며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상호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평균 금리는 연 5.22%로 한 달 사이 1.45%포인트나 뛰었다. 금리 상승 폭은 1997년 12월(2.68%) 이후 가장 높다. 반면 평균 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0.27%포인트(연 11.04→11.31%)만 오르며 자금조달 비용 상승의 절반도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수익성이 악화할 경우 돈이 떼일 우려가 있는 신용도가 낮은 대출 차주에게 대출 문턱을 높일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예금금리 경쟁이 대출금리를 끌어 올리고 제2금융권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은행권에 금리 경쟁 자제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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