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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심장병 처음" 새파란 얼굴 우간다 소녀 '한국의 기적'

중앙일보

입력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앓던 텐도는 지난달 26일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다. 사진 김영미씨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앓던 텐도는 지난달 26일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다. 사진 김영미씨

“심장이 아픈 애들을 많이 봤지만, 가장 심했어요.”
국제구호단체 멘토리스 재단에서 활동하는 김영미(56)씨는 지난 6월 왓츠앱 메시지를 받고 놀랐다고 했다. 발신자는 우간다 캄팔라에서 국제구호 일을 해온 대학생 트러스트 무기샤였다. 메시지에 첨부된 사진과 영상엔 피부가 새파래진 소녀가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담겼다. 트러스트 무기샤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아픈 아이인데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 교회에서 이야기를 듣고 도울 길을 찾고 있는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소녀의 이름은 텐도(4). 우간다어로 행복이란 뜻이다. 2018년 6월 우간다 와키소에서 오랜 진통 끝에 태어난 막내딸이 항상 행복하길 바라며 엄마가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텐도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아팠다. 기형 심장에서 비롯된 활로사징(Tetralogyh of Fallot)이 원인이었다. 폐로 가는 혈액이 줄어 혈액 내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입술, 손가락 등이 푸르게 보이는 청색증이 나타났다. 계속 숨이 차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3살 전에 치료하지 않으면 저산소증, 혈전증. 뇌농양 등 합병증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이 발목을 잡았다. 막내딸이 아프단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가정을 버리고 떠나면서 텐도의 어머니는 홀로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일을 가리지 않고 구걸도 서슴지 않았지만, 치료비를 마련하는 덴 역부족이었다. 그러는 사이 텐도의 증상은 점점 나빠졌다. 캄팔라에 있는 병원에선 “우간다에선 수술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좌절하던 찰나 교회에서 구호활동을 하던 트러스트 무기샤를 만나면서 길이 열렸다. 트러스트 무기샤로부터 텐도의 사연을 전해 들은 멘토리스 재단과 세브란스병원이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멘토리스 재단이 비행기 값과 한국 체류 비용 2000여만원을 후원하고 세브란스병원이 치료비 약 6900만원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한국행이 성사됐다.

6시간 수술 후 새 삶 찾았다 

심장병을 앓고 있넌 텐도는 지난달 26일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심장병을 앓고 있넌 텐도는 지난달 26일 한국에서 수술을 받았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지난달 16일 텐도는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병원으로 옮겨졌다. 비행기 내부가 지상보다 기압이 낮다 보니 산소 농도가 떨어졌고 급히 의료진이 산소통과 콧줄로 텐도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 열흘 뒤 박한기 심장혈관외과 교수 집도 하에 6시간에 걸친 수술이 시작됐다. 심장의 구멍을 막고, 심장에서 폐로 가는 부위의 협착을 교정하는 수술이었다. 일시적으로 심장을 멈추는 데다가 작은 아이다 보니 의료진은 평소보다 더 심혈을 기울였다. 무사히 수술을 마친 뒤 마취에선 깨어난 텐도는 의료진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고 한다.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앓던 텐도는 수술을 받은 뒤 지난 17일 고국으로 돌아갔다, 사진 김영미씨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앓던 텐도는 수술을 받은 뒤 지난 17일 고국으로 돌아갔다, 사진 김영미씨

의료진은 지난 17일 회복을 마치고 고국으로 떠나는 텐도에게 원숭이 인형과 옷 등을 선물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갖게 된 장난감에 텐도는 껑충 뛰면서 기뻐했다고 한다. 박 교수는 “수술 후 폐동맥판막에 협착이 남거나 폐혈류가 역류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텐도는 큰 문제가 없다”며 “다른 아이들과 맘껏 뛰놀며 장기적으로도 건강하게 지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했다. 텐도의 어머니는 출국 전 통역을 통해 기자에게 “텐도에게 기적을 선물한 의사 선생님과 한국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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