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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의 나라' 장관만 3번…이대 다닌 그녀 "한국은 제2의 고향"

중앙일보

입력

릴랴 알프레드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장관이 지난 2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미소짓고 있다. 김경록 기자

릴랴 알프레드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장관이 지난 2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미소짓고 있다. 김경록 기자

면적부터 외세의 지배에 맞선 투쟁의 역사까지, 한국과 똑 닮은 나라가 유럽에 있다. 아이슬란드다. 유엔식량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면적은 약 1030만, 아이슬란드는 약 1004만 헥타르다. 한국은 일본, 아이슬란드는 덴마크의 지배에서 독립한 역사를 갖고 있다. 아이슬란드 릴랴 알프레드스도티르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한국과 우리는 닮은꼴”이라고 강조한 까닭이다. 그의 이번 방한은 한ㆍ아이슬란드 국교 수립 60주년을 기념해 이뤄졌다. 그는 “우리 집을 포함해 아이슬란드의 가정집엔 한국 기업의 가전제품이 꼭 있고, 오로라 등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러 오는 상당수 관광객이 한국인”이라며 “양국은 앞으로도 무궁한 양자 관계 발전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알프레드스도티르 장관은 개인적으로도 한국, 나아가 한반도와 인연이 깊다. 이화여대에서 동북아 국제관계를 방문 학생 자격으로 공부한 적이 있는 데다, 유엔 총회에서 한반도 분단을 주제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우수성을 설파한 연설로 박수를 받은 적이 있어서다. 그는 “한국은 내 맘 속 제2의 고향 같다”며 “한반도가 어서 분단의 상처를 딛고 자유와 평화로 하나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관심도 커서 관련 책도 다독해왔고, 그런 배경으로 유엔 연설도 남북을 주제로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전공은 그러나 경제학과 국제관계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6년부터 모국에서 교육과 문화 등 다양한 분야 장관을 역임해왔다. 현재는 문화상무부 장관이다. 2016~2017년엔 외교부 장관을, 2017~2021년엔 교육과학문화부 장관을 역임했다. 직업이 장관인 셈. 이번 방한에선 문화 분야 증진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및 관련 업계 관계자들을 두루 만났다. 그는 “할리우드 ‘어벤저스’ 시리즈의 ‘토르’ 캐릭터도 아이슬란드의 전설이고, 수많은 SF 영화들의 촬영지가 아이슬란드”라며 “BTS나 블랙핑크와 같은 한국의 멋진 K팝 그룹의 뮤직비디오가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된다면 환상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이슬란드 요쿨살론 빙하

아이슬란드의 절경.

1973년 생 워킹맘인 그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젠더 평등이다. 그는 “나도 아들을 키우는 엄마”라고 운을 뗀 뒤 “남녀 중 누가 더 우수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인류로서 서로의 좋은 점을 이끌어내고 함께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아이슬란드도 여자아이들의 성적이 훨씬 뛰어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아이들이 덜 우수한 게 아니라, 그저 늦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릴랴 알프레드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장관의 표정은 젠더 평등 이슈가 나오자 사뭇 진지해졌다. 김경록 기자

릴랴 알프레드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장관의 표정은 젠더 평등 이슈가 나오자 사뭇 진지해졌다. 김경록 기자

이어 그는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19세기에 활동했던 밀은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아무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여성을 넘어 인류 전체의 큰 손해’라고 강조하곤 했다”며 “이 말이 21세기인 지금에도 유효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슬란드는 그래도 젠더 분야 선진국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집계하는 여성 근로 환경 지수에서 유럽 최우수를 다툰다. 한국과 일본이 꼴찌를 다투는 것과 비교된다. 부부가 모두 육아 휴직을 하도록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우수한 교사들이 포진한 보육 시설의 비용 90%를 국가에서 부담한다고 한다. 알프레드스도티르 장관은 “한국인들은 남녀 통틀어 다들 열심히 일하고 뛰어나다”며 “아이슬란드가 젠더 평등을 성취하기 위해 힘든 과정을 거쳤고,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듯, 한국 역시 남녀 모두 육아 및 가사 부담을 공평히 나누며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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