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재등판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지난주 월가는 디즈니의 밥 체이펙 CEO가 해고되고 그 자리를 전임 CEO인 밥 아이거가 다시 맡기로 했다는 뉴스에 환호했다. 2020년 체이팩이 아이거의 후계자로 임명된 이후 잘 나가던 디즈니가 삐걱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거의 귀환설이 꾸준히 나오던 중 디즈니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과감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2005년부터 15년 동안 재임하면서 디즈니를 콘텐트, 영화계의 거인으로 만들어 놓은 아이거라면 회사의 분위기를 완전히 돌려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팬데믹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체이펙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 있다. 디즈니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테마파크들이 코로나19로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거가 재임 중 갖춰 놓은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적자가 나고 있다. 체이펙은 스트리밍의 적자를 숨기기 위해 예산 편성을 조정하는 편법을 사용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이거는 후임 체이펙이 내린 각종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왜 그를 후계자로 지목한 사람이 아이거라는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아이거가 경영은 잘했지만 후계자 임명에는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그 자리까지 가기 위해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사내에 훌륭한 경영자 후보가 남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거가 복귀하면서 이사회가 임기를 2년으로 분명히 제한한 것도 그가 이번에 할 일은 좋은 CEO 후보를 찾아 훈련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해석한다.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 이번에는 후계자를 제대로 찾으라는 것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