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류태형의 음악회 가는 길

클래식 음악과 박람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류태형
류태형 기자 중앙일보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11월의 부산은 따뜻했다. 늦여름 같은 긴 가을을 만끽하며 해변을 산책했다. 코로나 이후 점차 살아나고 있는 활기가 느껴졌다. 클래식 음악과 함께여서 더 좋았다. 지난 16~25일 부산문화회관 등에서 열린 음악축제인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BICmf) 프리 콘서트 공연을 봤다. 예술감독 오충근(국립부경대 석좌교수)은 ‘대전환 그리고 포용’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부산국제아트센터와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면 찾아올 새 시대를 준비하는 의미다. “세대 간, 민과 관, 연주자와 관객의 포용 정신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축제에는 한수진·김규현·백동훈 등 예술부감독들과 젊은 연주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섰고, 중견 이상 연주자들도 함께했다.

지난 16~25일 ‘대전환 그리고 포용’을 주제로 열린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 현장. [사진 BICmf]

지난 16~25일 ‘대전환 그리고 포용’을 주제로 열린 부산국제클래식음악제 현장. [사진 BICmf]

16일 BICmf챔버오케스트라의 개막 공연에서는 77학번에서 17학번까지 40년 차이의 연주자들이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뤘다. 17일 피아니스트 손민수 리사이틀, 19일 피아니스트 손정범·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비올리스트 신경식·첼리스트 이정현, 22일 BICmf 솔로이스츠의 슈베르트 8중주에 이어 25일에는 폐막 공연이 첼리스트 송영훈·심준호·김대연·이경준의 연주로 열렸다. 공연이 열린 누리마루 APEC하우스를 찾은 박형준 부산시장은 “영국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관인 지/옌(Z/Yen)이 발표한 글로벌 스마트센터 지수(SCI) 최근 평가에서 부산이 22위를 기록, 24위를 차지한 서울을 처음으로 앞섰다”며 “국제문화도시 부산을 위해 2~3년 내 개관하는 클래식 음악 공간에 세계 수준의 음악 콘텐트를 얹으려 한다. 통영과 평창 못지않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했다.

지금 부산은 2030 세계박람회 유치 열기로 뜨겁다. 이번 음악제도 클래식 음악을 통해 부산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주위를 환기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듯하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 세계박람회는 눈앞에서 실물로 확인하는 웹이나 앱이었다. 파리박람회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세계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17세기부터 유럽의 왕궁을 중심으로 인기 있던 동양 문화와 문물은 19세기 중후반부터 일반인과 예술가에게 다가갔다. 박람회를 지켜본 파리의 작곡가들은 멀리 있던 동양 문화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특히 드뷔시는 1889년 파리만국박람회에서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가믈란 음악을 접하고 충격을 받는다. 타악기를 주축으로 한 가믈란 음악의 생생한 음향은 필립 글래스·스티브 라이히 등 20세기 작곡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정치와 경제의 역량 위에 문화는 화룡점정의 역할을 한다. 부산이 그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파리박람회를 위한 일시적 대문이었던 에펠탑은 파리의 상징이 됐다. 박람회 유치와 개최의 준비 과정이 부산의 문화적 상징으로 열매 맺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