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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농장·종자밸리…네덜란드, 농산품 수출 세계 3위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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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네덜란드 농업기업 아그로 케어가 유리온실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모습. [아그로케어 SNS 캡처]

네덜란드 농업기업 아그로 케어가 유리온실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모습. [아그로케어 SNS 캡처]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세계 곳곳에서 작황 부진을 겪는 가운데 최첨단 농법을 이용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농산물 수출국이 된 네덜란드가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의 2021년 농산물 수출액은 1050억 유로(약 146조원). 미국(1770억 달러·약 237조원)엔 못 미치지만 국토 면적이 200배가 넘는 브라질(1250억 달러·약 167조원)과 2·3위를 다툰다. 땅덩어리(4만1543㎢)가 한국의 절반도 안 되는데 원예·육류·유제품·채소·과일 등 수출 품목도 다양하다. 열악한 조건을 딛고 네덜란드가 세계를 먹여 살리는 농업 강국이 된 비결을 최근 워싱턴포스트(WP)가 집중 조명했다.

원예·육류·채소·과일 등 수출품도 다양

유럽 북서부에 위치한 네덜란드는 국토의 약 25%가 해수면 아래에 있는 저지대 국가다. 활발한 간척사업으로 영토를 늘렸지만 염도가 높아 농사짓기에 좋지 않고 비가 자주 내리는 등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좁은 영토, 척박한 토양, 기후 등을 극복하기 위해 네덜란드는 실내 농업을 도입하고, 어떤 기후와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종자 개발에 힘썼다.

대표적으로 ‘수직 농업’ ‘유리온실’ 등을 적극 권장했다. ‘수직 농업’은 고층 시설물에 층을 나눠 인위적으로 조성한 빛과 물을 통해 농작물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네덜란드 남부 도시 스헤르토헨보스에 있는 ‘플랜트랩(PlantLab)’은 세계 최대의 수직 농업센터다. 태양 대신 LED 조명으로 빛을 생성하고, 물을 재순환시켜 허브·토마토 등을 재배하고 있다. 엘코 오커스 대표는 WP에 “다양한 변수를 제어해 수확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네덜란드 서부 도시 베스틀란트는 세계에서 처음 유리온실 농업을 시작한 곳이다. 1850년대 포도 재배를 위해 유리온실을 만들었다. 현재는 6000여동이 도시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LPG 등으로 발전기를 돌려 실내에 열과 빛을 공급해 농작물을 키운다. 베스틀란트 인근의 농업 회사 ‘아그로 케어(Agro Care)’는 유리온실에서 질 좋은 토마토를 연간 9만t 넘게 생산해 유럽에서 가장 큰 토마토 생산자 중 하나가 됐다.

네덜란드 농업 경쟁력은 종자부터 시작한다. 세계적인 종자 기업인 ‘엔자 자덴(Enza Zaden)’은 종자 개발에만 매년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해 150여 종의 새로운 채소 품종을 선보인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최근 관심사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실내외 다양한 환경에서 재배할 수 있는 종자를 찾는 것이다. 얍 마제리우 경영책임자는 WP에 “기후변화로 날씨가 점차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우린 수질이 좋지 않은 곳에서 재배가 필요할 경우 등을 대비해 염분에 잘 견디고 회복력이 강한 품종 등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자 자덴 외에도 네덜란드 종자 기업들은 북서쪽 노르트홀란트주에 모여 시너지를 끌어낸다. 기업과 정부, 연구소가 모인 이곳은 종자를 뜻하는 시드(seed)를 붙여 ‘시드 밸리’라고 부른다. 또 세계 상위 20대 농식품 기업 중 15개 기업도 네덜란드에 주요 연구개발 시설을 두고 있다.

첨단 기술이 대거 접목된 농장은 마치 현대식 공장처럼 운영된다. 식물은 모종 단계부터 로봇에 의해 관리되며, 농부는 컴퓨터로 수량을 점검하고 온도와 습도, 급수량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이는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식물의 생육에도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연중 어느 때나 재배할 수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확 이후 과정도 대부분 자동화돼 있다. 수확물은 로봇 차량에 실려 포장 부서로 옮겨진다. 이렇게 완성된 농산물은 곧바로 암스테르담 항구와 스키폴공항 등을 통해 수출된다. 스키폴공항은 2024년 완성을 목표로 물류 저장과 이동이 완전 자동으로 이뤄지는 터미널을 짓는 중이다.

이처럼 노동집약적인 농업과 거리가 있다 보니 농업 관련 노동인구는 많지 않다. 지난 2020년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 1753만명 중 농업 종사자는 1%(약 18만명)에 불과하다.

물 적게 쓰며 ‘지속가능한 농업’ 고민

네덜란드 농업이 더욱 돋보이는 건 인위적인 에너지가 많이 드는 시설농업을 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네덜란드에선 토마토 500g을 재배하면서 약 2L의 물을 사용한다. 세계 평균은 105L다. 또 재배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식물을 통해 산소로 전환해 배출량을 줄이는 데 힘쓴다.

강호진 주한 네덜란드대사관 농무관은 “네덜란드에서는 정부가 나서 농축산업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에너지, 비료, 사료 등의 대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농업을 연구한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도로 발달한 네덜란드의 시설농업과 자동화된 시스템 등은 고령화된 우리 농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런 기술을 적용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소농민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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