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취재 빙자해 선동, 돈벌이 노리는 ‘더탐사’류 유튜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한동훈 장관의 자택을 찾아간 '더탐사' 일원들. [유튜브 '더탐사' 영상 캡처]

한동훈 장관의 자택을 찾아간 '더탐사' 일원들. [유튜브 '더탐사' 영상 캡처]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후 떡볶이 ‘먹방’도

유사 언론·정치권의 협잡으로 가짜뉴스 키워

유튜브 채널인 ‘더탐사’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스토킹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더탐사’는 그제 한 장관의 집을 무단으로 찾아가 생중계했다. 문을 두드리고 앞에 놓인 택배를 뒤지며 도어록까지 건드렸다. 아파트 실명과 호수 또한 방송에 노출했다. 채팅창에선 한 장관이 대기업에서 고가 주택을 제공받았다는 가짜뉴스가 오갔다.

이후 ‘더탐사’는 경찰서로 이동해 자신들의 수사를 중단하라며 항의하는 장면을 생방송했다. 몇몇 지지자와 함께 즉석 집회를 벌이며 세 시간 동안 경찰을 괴롭혔다. 일부 경찰은 실명과 얼굴이 그대로 공개됐다. 시위가 격해질 때마다 시청자들의 후원금인 ‘슈퍼챗’은 쌓여 갔다. 자칭 “시민의 편에서 진실만을 향해 나아가는 시민언론”의 민낯이다.

‘더탐사’의 속내는 이들이 내뱉은 말 속에 있다. 한 장관의 집을 방문하기 직전 “기습적으로 압수수색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지 한 장관도 공감해 보라”고 털어놨다. 지난 14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당시에는 떡볶이 ‘먹방’을 진행하면서 “광고가 중요하다. 엄청난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고도 했다.

사실 이들은 취재를 빙자해 보복을, 뉴스를 가장해 돈벌이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경찰의 합법 수사와 자신들의 불법 침입을 동일시하고, 온갖 음해와 가짜뉴스로 주목을 끈 뒤 지지자들의 분노를 부추겨 금전적 이득을 취한다. 제보자인 첼리스트 A씨의 자백으로 거짓이 판명난 청담동 술집 논란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이 같은 반지성을 가려내야 할 정치권조차 유사 언론과 적극 손잡는다는 데에 있다. 기자 출신인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탐사’를 정쟁에 적극 이용했다. 누구보다 팩트 확인에 민감했어야 할 김 의원은 가짜뉴스로 정부 여당을 코너에 몰고 음모론을 키워 진실까지 대체하려고 했다. 이들의 행태는 시정 모리배들의 협잡과 무엇이 다른가.

언론의 본령은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전달하는 것이다. 취재의 핵심은 단편적인 팩트의 조각을 모아 진실이라는 모자이크를 완성하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더탐사’와 야당은 원하는 결론을 정해놓고 그럴듯한 가짜뉴스를 유포한다. 가뜩이나 SNS의 알고리즘으로 확증편향이 커진 틈새를 노려 유사 언론은 돈 되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16세기까지 종교가 과학을 지배했던 적이 있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은 평생 감금되거나 화형당했다. 가짜뉴스와 음모론도 마찬가지다. 믿고 싶은 것만 진실로 받아들이고, 듣기 거북한 사실은 외면한다. 이성과 합리가 마비된 맹목적 신념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