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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서도 “자유 달라” 천안문 사태 이후 첫 가두시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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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 대사관 단지 인근 량마허 강변에서 시민들이 백지를 들고 지난 24일 우루무치 화재 참사에서 숨진 10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 대사관 단지 인근 량마허 강변에서 시민들이 백지를 들고 지난 24일 우루무치 화재 참사에서 숨진 10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 상하이·광저우 등에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 베이징에서도 성난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지난 27일 오후 9시30분쯤 중국 베이징의 외국 대사관 단지를 흐르는 하천 량마허(亮馬河)에서 시민 20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베이징 거리 시위는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 이후 33년 만이다.

이날 시위는 지난 24일 신장(新疆)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집회로 시작됐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진화가 늦어지면서 탈출하지 못한 주민 10명이 숨진 참사다. 시위대는 “핵산 검사는 싫다, 자유를 달라” “언론 자유, 뉴스의 자유” 등 제로 코로나 방역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시위대가 모인 둑방길 진입을 양쪽에서 모두 막았다. 체포를 피하면서 항의를 표시하기 위해 백지(A4 용지)를 든 시민이 늘어났다.

밤 11시쯤 시위대 한 무리는 미국대사관과 멀지 않은 옌사(燕沙) 쇼핑센터 옆 간선도로를 건넜다. 고가를 지나던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시위에 공감을 표시했다. 시위대는 경찰과 큰 충돌 없이 자정을 넘긴 28일 오전 2시30분쯤 차오양(朝陽)공원 부근에서 해산했다.

백지혁명(#A4Revolution)으로 불리는 ‘제로 코로나’ 방역 반대 시위가 중국 대도시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백지혁명은 시위대가 체포를 피하기 위해 백지로 반정부 의지를 표시한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11·24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모가 도화선이 됐다.

27일 하루에만 베이징 량마허, 상하이 우루무치로, 청두(成都) 왕핑제(望平街), 우한(武漢) 한정제(漢正街), 광저우(廣州) 주하이(珠海)광장, 닝보(寧波) 공정학원, 칭다오(靑島) 영화학원 등 10여 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졌다고 홍콩 명보가 28일 보도했다. 칭화대·베이징대 등 50개 이상의 대학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상하이 시위 취재 도중 경찰에 체포되는 영국 BBC 기자. [사진 중국 SNS 캡처]

상하이 시위 취재 도중 경찰에 체포되는 영국 BBC 기자. [사진 중국 SNS 캡처]

전 세계 중화권에서는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트위터 계정 ‘중국항의(@china_protest)’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런던·리버풀·노팅엄·멜버른·필라델피아·토론토·리스본·프랑크푸르트·도쿄·타이베이 등에서 추모 시위가 벌어졌다. 서울에서는 오는 30일 홍대 어울마당로에서 촛불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시위는 우루무치 화재와 함께 카타르월드컵이 촉매제가 됐다. 홍콩 명보는 “3년 동안 고위층이 조금도 변함없이 제로 코로나를 강조하자 기층 간부의 이행 능력은 갈수록 과장됐다”며 “월드컵 개막 며칠 만에 중국인이 ‘제로 코로나’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대응에 나섰다. 해외 트위터에는 중국에서 방영되는 월드컵 중계가 FIFA 공식 화면과 달리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중석 장면을 벤치 장면으로 대체한 영상을 내보냈다는 비교 화면까지 올라왔다.

시위를 취재하는 외신기자에 대한 탄압도 벌어졌다. BBC는 27일 대변인 성명에서 “BBC 소속 에드 로런스 기자가 중국 상하이 시위 취재 도중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갔다”며 “그는 구금된 동안 경찰의 구타와 발길질을 당한 뒤 몇 시간 만에 석방됐다”고 밝혔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 참사가 중국 중산층을 하나의 구호 아래 모이도록 각성시킨 계기가 됐다”며 “중국 정부는 저강도 탄압으로 시위 확산을 막으면서 방역 정책 조절로 시위대 요구를 갈라치기 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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