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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코로나 재봉쇄 여파…국제유가 다시 70달러대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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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제 유가가 70달러대로 하락했다. 대규모 시위로 번진 중국의 ‘코로나19 재봉쇄’가 유가 하락세를 부추겼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날보다 2.1% 하락한 배럴당 76.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 1월 3일(76.08달러) 이후 11개월여 만에 가장 낮다. 이달 유가가 가장 비쌌던 4일(92.61달러)과 비교하면 보름여(거래일 기준) 만에 17.6% 급락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유가 하락세는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28일 아시아 시장(한국시간 오후 4시 기준)에서 WTI 가격은 74.09달러까지 밀려났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보다 2.9% 하락한 81.3달러에 거래되었다.

국제 유가가 급락한 데는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 영향이 크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다시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하면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비상이 걸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신규 감염자는 27일 기준 3만8808명(무증상자 포함)으로 4만명에 육박한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주택단지 봉쇄 등 방역 고삐를 세게 쥐자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잇달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검열에 저항하는 의미로 아무런 구호도 적지 않은 종이를 들고 ‘백지 시위’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 정치적 불확실성은 석유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중국 봉쇄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하루 200만 배럴의 감축 여파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다음 달 4일(현지시간) 열리는 OPEC+의 산유국 회의도 변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OPEC+가 증산을 결정하면 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복수의 OPEC+ 참가국 대표를 인용해 OPEC+가 원유 생산을 하루 최대 50만 배럴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즉각 “OPEC+는 감산 정책을 고수한다”고 반박했다.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도 유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다음 달 5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제재를 위해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한다. 상한액을 넘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에는 보험과 운송 등 해상 서비스를 금지하는 규제다. 이를 위해선 EU 27개국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가격상한제의 상한선을 두고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상한선이 시장 예상(배럴당 65~70달러)보다 낮게 정해지면 국제 유가는 요동칠 수 있다. 수출에 타격을 받은 러시아가 생산량을 줄일 수 있어서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참여하는 나라와 기업에 석유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겨울철 수요가 늘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OPEC+는 사우디의 감산유지 정책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중국 코로나 확산세가 가라앉으면 정부의 각종 금융완화 정책으로 원유 수요는 다시 크게 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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