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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공항 - 부산신항 잇는 김해, 동북아 물류플랫폼 최적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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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2022 지자체장에게 듣는다 

홍태용 김해시장이 지난달 31일 집무실에서 지역 커뮤니티 거점인 ‘스테이션 L’ 건립 등 시정 추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해시]

홍태용 김해시장이 지난달 31일 집무실에서 지역 커뮤니티 거점인 ‘스테이션 L’ 건립 등 시정 추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해시]

“북한에 대비할 잠수함을 내 손으로 만들고 싶었죠. 그런데 선친께서 ‘의사가 돼 병약한 어머니를 살펴드리면 어떻겠냐’ 하시더군요.”

경남 김해에 살던 17살 소년의 진로는 이런 아버지 말에 결정됐다. 소년은 예·본과 과정만 6년이 걸린단 사실도 모른 채 의대에 입학했다. 여자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학비를 댔고, 그 여자친구와 결혼했다. 개원한 병원이 자리를 잡자 시민단체인 열린의사회에 가입해 아프가니스탄과 몽골·시리아 등지를 십수 년 떠돌며 난민을 돌봤다.

고향 청소년 자살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자치단체에 이 문제 대책을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그럼 내가 해보겠다”며 나선 선거에서 내리 세 번 낙선했다. 3전 4기 끝에 지난 6월 ‘민주당 성지’로 불리는 김해에서 보수정당 깃발을 걸고 당선됐다. 홍태용(57·국민의힘) 김해시장의 인생 이력이다.

홍 시장은 1999년 국내 최대 규모 민간국제의료봉사 단체인 열린의사회에 가입했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스리랑카·아이티·에티오피아 등을 돌며 난민을 돌봤다. 세계 각지를 10여년 오가는 동안 그는 잠시 청진기를 놓은 적도 있다. 2001년 9월 미국과의 전쟁 후 민간인 피해가 극에 달하던 아프가니스탄에서였다.

그곳 난민촌에 도달하자 발목 잘린 남성들이 눈에 띄었다. 가족 식량을 구하려다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이들이었다. 그런데도 난민촌엔 아사 직전 아동이 많았다. 홍 시장은 “청진기를 대도 아주 약한 심장박동만 느껴졌다. 의술이 아니라 당장 먹을 게 급선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홍태용 김해시장이 지난달 27일 동북아물류 플랫폼 정책세미나에서 스마트 플랫폼 유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해시]

홍태용 김해시장이 지난달 27일 동북아물류 플랫폼 정책세미나에서 스마트 플랫폼 유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해시]

의료단장이었던 그의 결정에 따라 이튿날부터 봉사단은 진료 대신 식량 사수에 나섰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밀가루를 구하고 빵을 구울 시설을 찾았다. 청진기 대신 밀가루와 빵 자루를 목에 건채 정신없이 3일을 보낸 의사들은 난민촌을 보호하던 평화유지군 장교가 폭탄에 사망하면서 도망치듯 아프간을 떠나야 했다. 홍 시장은 “누군가에겐 진료보다 빵이 절박하고, 의사가 아닌 배달부로 뛰어야 하는 순간도 찾아온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고향 김해 현안 해결을 위해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했다. 의료와 교육·문화 분야 전문가를 모아 2008년 김해생활포럼을 만들었다. 포럼은 지역 현안을 진단하고 전문가 의견을 모아 김해시 등에 조례 제정 등을 제안하는 역할을 했다.

이때 홍 시장은 지역의 높은 자살률 문제를 고민했다고 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8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해시민은 135명, 자살률(10만명당 극단적 선택을 한 인구 비율)은 31.5명이었다. 경남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고, 전국 자살률(24.7명)도 훌쩍 뛰어넘었다. 그는 특히 청소년 자살 문제에 주목해 심층적인 원인 분석과 상담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그는 “직접 뛰어보겠다”며 2010년 경남도의원 선거에, 2016년과 2020년 총선(김해갑)에 출마했지만 내리 낙선했다.

홍 시장은 “당선 이후 지역별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 경향을 분석해 이를 예방하고, 학생 우울·불안감 등을 사전에 감지해 관리할 수 있는 학사 과정을 제도화하기 위해 교육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에서는 1995년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후 4번의 선거에서 보수정당 후보가 시장직을 독식했다. 그런데 퇴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내려온 이후엔 2010년부터 4번 연속 민주당이 이겼다. 홍 시장은 앞서 3번의 ‘낙선’ 경력만 있는 보수정당 후보였는데도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현직이던 허성곤(더불어민주당) 전 시장을 꺾었다. 비결을 묻자 “맘 카페를 공략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구 55만명인 김해시는 장유·율하 등에 신도시를 조성하며 도시재생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학교가 들어서며 젊은 층이 몰린다. 이들 사이에선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인 맘 카페가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게 홍 시장 판단이었다. 그는 “선거 기간 맘 카페 운영자 등을 직접 만나 의견을 경청했다”고 했다. 그 결과 홍 시장은 신도시를 중심으로 공동 보육 커뮤니티 공간인 ‘스테이션L(L은 lady의 약자)’과 청년 모임 공간 ‘스테이션G’(G는 Gimhae의 약자)를 조성하고 있다.

홍 시장은 가덕신공항 배후도시인 김해에 동북아 물류 플랫폼을 조성하는 것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그는 “김해는 부산신항과 가깝고 KTX가 드나든다. 가덕공항이 건립되면 소규모 물류창고 체질을 개선하고 스마트 플랫폼을 조성할 만큼 수요가 예상된다”며 “정부가 구상하는 국가 스마트 물류플랫폼을 반드시 김해에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 소각장 증설 문제를 놓고 ‘공약 번복’ 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해서는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후보 때 증설을 반대하는 주민대책위 질의에 ‘기존 추진 과정에 불합리한 문제가 있다면 당선 이후 살피겠다’는 취지로 답했다”라며 “증설을 반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현행 소각로 용량 문제로 하루 60t의 쓰레기가 쌓이는 등 쓰레기 대란이 임박했다”며 “소각장 영향권 내 주민 건강을 위해 친환경 처리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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