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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취재한다며 한동훈 집 무단침입 시도…자칭 언론의 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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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청담동 술자리’ 오보 의혹을 받는 더탐사 취재진이 2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아파트를 찾아가문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당시 도어 록까지 열려고 시도했다. [더탐사 유튜브 동영상 캡처]

‘청담동 술자리’ 오보 의혹을 받는 더탐사 취재진이 2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아파트를 찾아가문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당시 도어 록까지 열려고 시도했다. [더탐사 유튜브 동영상 캡처]

시민언론을 표방한 유튜브 채널 더탐사의 ‘취재’는 어디까지 용인해야 할까. 휴일인 2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아파트 문 앞까지 몰려가 도어 록을 열려고 시도한 사건의 파문이 정치·언론계까지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 팬덤 매체처럼 열성 구독자의 슈퍼챗(실시간 후원금)을 노린 유튜브 언론의 폭주라는 비판도 나온다.

더탐사는 지난달 24일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오보 의혹 당사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7월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술자리를 했다는 보도와 관련 스토킹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런 더탐사가 일요일 오후 1시 “기습적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를 한번 공감해보라는 차원”에서 한 장관이 집을 비운 사이 가족만 머물고 있던 자택을 “취재하러 왔다”며 기습하는 과정을 유튜브에 생중계했다. 더탐사가 술자리 동석자로 지목했던 첼리스트 A씨가 지난 23일 경찰 조사에서 “전 남자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했다. 더탐사 측으로부터 진위를 확인받은 바도 없다”고 한 상황에서 한 장관의 자택에 들이닥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 동·호수까지 노출했다.

더탐사는 “정상적인 취재 방문이고 사전에 예고했다”고 주장했지만 한 장관은 이튿날 28일 “사전 연락은 안 했다”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이날 더탐사 취재진을 공동주거침입 및 보복범죄 혐의로 고소했고, 해당 영상은 이용자 등의 신고로 28일 오후 유튜브 측에 의해 차단된 상태다.

더탐사의 ‘취재’ 행태는 불법성을 따지기에 앞서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부터 위반했다. 윤리강령 4조 “취재과정에서 항상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한다”(정당한 정보수집)와 6조 “개인의 명예를 해치는 사실무근한 정보를 보도하지 않으며 보도대상의 사생활을 보호한다(사생활 보호)”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국회 다수당 야당의 팬덤 지지층과 슈퍼챗 후원금 때문이라도 더탐사와 같은 유사 언론의 폭주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인 김의겸 의원이 술자리 의혹 관련, “더탐사와 협업했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이미 우파 진영에서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각종 폭로로 거둔 후원금으로 성장한 전례도 있다.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좌우 극단적 지지층에 기댄 팬덤 정치가 유튜브 기반의 유사 팬덤 언론을 낳은 것”이라며 “정치 지도자들의 ‘내가 죽어도 팬덤은 남는다’는 퇴행적 정치의 부산물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성 정치권과 언론에 대한 불신도 원인이어서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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