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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에 한전채 시장엔 온기, CP금리는 또 ‘최고치’ 경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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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전경. [연합뉴스]

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전경. [연합뉴스]

간만에 한국전력채권(한전채)에 훈풍이 불었다. 정부가 한전채와 국채의 공급을 줄이고, 5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추가 확충 계획을 밝히면서 수요가 살아난 것이다. 28일 정부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채안펀드 확충과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등 시장안정조치를 발표했다.

이날 채권 장외시장에서 한전채 2년물의 응찰금액은 1조1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2일(8100억원)보다 29% 늘었다. 수요가 늘었다는 건(채권 가격 상승)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날 한전채 금리는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 평균 평가금리)보다 0.05%포인트 낮게 발행됐다.

한 대형증권사 채권 매니저는 “그동안 한전채 투자 수요가 적어 금리가 계속 올랐는데(채권 가격 상승), 한전채 발행량을 조절하고 정부가 채권시장 유동성 공급 추가 대책을 내놓으며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전채 2년물 금리는 최근 연 5%대 후반에서 고공 행진해왔다. 지난 22일에는 연 5.6%, 지난 15일에는 연 5.7%에 발행됐다. 최고치(연 5.99%)를 기록한 지난 8일보다는 안정됐지만 모두 민평금리보다 높게 발행됐다.

민평금리보다 높게 발행된 추세가 꺾인 건 좋은 신호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민지희 미래에셋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린 데다 금융당국이 채권 시장 유동성 공급을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며 “AAA급 채권을 중심으로 추세 전환이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CP가 문제인데…약발 나타나지 않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반면 기업어음(CP) 시장에는 냉기가 여전하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날 91일물 CP 금리는 연 5.51%로 전 거래일(25일)보다 0.01%포인트 오르며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역대 최고치였던 2009년 1월 12일(연 5.66%)에 바짝 다가섰다. CP 금리는 지난 9월22일(연 3.15%)부터 이날까지 46거래일간 2.36%포인트 상승했다.

정부가 시장안정조치를 통해 CP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시장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금 CP 시장에 민간 자금이 돌지 않는 상황”이라며 “주택 시장 미분양 문제나, 건설사 리스크 등이 해소돼야 하는데, 정부 정책은 CP 시장에 일부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추가 집행은 이전 대책의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반대로 보면 정부 대책 마저 없었다면 지금 수준의 상황을 유지하기도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정부 방안 발표 이후) CP 금리가 오히려 오르는 걸 보면 채권 시장의 전반의 안정까지는 아직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분수령은 내년 1분기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 연구원은 “정부 정책을 통한 CP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내년 1분기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 국내외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멈추는 등 긴축 불확실성이 해소돼 민간 자금이 들어와야 (자금 경색 등이)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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