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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내년 성장 전망 1%대로…고물가·금리 ‘위기관리’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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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경제 성장 목표를 2.5%에서 1%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주요 전망 기관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서다. 경기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어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위기관리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과 수정 경제전망이 다음 달 하순 발표된다. 지난 6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공개하며 제시한 내년 성장 전망(2.5%)을 1%대로 낮추는 안이 정부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고물가ㆍ고금리와 맞물려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어서다.

이미 10일 KDI는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 예측치를 2.3%에서 1.8%로 하향 조정했고, 24일 한은은 그보다 낮은 1.7%로 수정 전망했다. 산업연구원도 1.9%로 예상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해외 전망기관과 민간연구소 시각도 다르지 않다. 23일 OECD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8%로 내려 잡았고,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9월 일찌감치 1.9%로 수정 전망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각각 1.9%, 1.8%로 내다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업활동동향,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소비자물가지수 등 확인해야 할 지표가 아직 많다”며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확정하기에 지금은 이른 시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내년 수립할 경제정책방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위기 극복과 중장기 성장 전략 확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위기관리’가 될 것이란 얘기다.

실질 GDP를 기준으로 한국 경제가 1%대 이하로 성장한 건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으로 손에 꼽는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가 닥쳤던 때로 모두 경제위기라고 불렸던 시절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1%대로 내려 잡고 있는 건 곧 ‘위기급’ 경제 한파가 닥친다는 예고나 마찬가지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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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투자은행(IB)의 진단은 더 암울하다. 이날 국제금융센터 집계 결과를 보면 9개 IB가 예상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평균 1.4%로, 1%대 초반에 불과하다. 이들 은행이 진단한 10개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한국 성장 전망치가 가장 낮았다. 싱가포르 2%, 대만 2.1%, 홍콩 3.7%, 태국 3.8%, 인도 5.8%, 베트남 5.9% 등이었다.

9개 IB 가운데 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마이너스(-) 전망을 한 기관도 있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내년 한국 성장률이 -0.7%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진단을 했다. 국내외를 통틀어 내년 한국 경제 ‘역성장’ 전망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 이미 경제 한파가 밀려들기 시작했다는 신호도 잡힌다. 한은 발표에 따르면 올 3분기 한국 GDP는 전 분기 대비 0.3% 성장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공개된 29개 OECD 회원국 평균(0.4%)보다 낮다. OECD는 또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회원국 평균(2.8%)보다 낮은 2.7%로 관측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평균(연간 기준)을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 2년 연속 평균 아래인 건 한국이 OECD에 가입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성 저하, 혁신 부진 등 영향으로 중장기 경제 성장 동력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라며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대외 수요 감소로 부진할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고 분석했다. 우 교수는 이어 “코로나19 위기 때처럼 과감하게 재정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보니 내년 경제가 더 부정적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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