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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갈래로 따져본 영장·공소장...대장동 ‘자금 퍼즐’ 맥이 잡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천문학적 규모의 대장동 개발 비리의 자금흐름은 극히 복잡하다. 십여년간 수십억원의 돈이 여러 사람을 거쳐 흘러간 탓이다. 배달사고가 나거나 증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밝혀내지 못한 돈도 적지 않다. 공소장·영장·법정진술에 드러난 대장동 일당의 말과 자금흐름은 얽히고 설켜 있다. 그러나 뒷돈의 성격을 ▶조성경위와 종착지가 확실히 밝혀진 경우 ▶종착지가 불명확한 경우 ▶정치적 정황이 있지만 그 자금 원천이 불분명한 경우로 나눠본다면 자금 흐름을 이해하는 게 의외로 어렵지 않다. 중앙일보 취재팀이 출발지를 떠나 경유지를 거쳐 종착지로 가는 돈의 흐름을 정리해봤다.

출발지도 종착지도 확실한 돈

 검찰이 파악한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의 자금흐름은 기본적으로 남욱(49·천화동인 4호)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이 뒷돈을 마련하고, 김만배(57·화천대유 대주주)씨와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중간에서 이를 받은 후 김용(56·구속기소)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54·구속)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이재명 민주당 대표 최측근에게 건네주는 구조다.

검찰이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이 받는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으로 보는 돈이 이런 흐름에 부합하는 돈이다. 현재까지 이런 구조에 딱 떨어지는 경로가 나온 건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이 받은 뇌물과 정치자금이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해 4~8월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기소됐고, 정 전 실장은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1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뇌물 등)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수천억원대의 개발비리 치고는 수수금액이 적은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뒷돈을 건넸다는데…어디갔을까

 대장동 개발비리의 자금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욱 변호사가 다른 대장동 일당 등에게 제공했다고 법정에서 폭로한 40억여원의 돈을 염두에 둬야한다. 이 돈 중 상당액은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 우선 2014년 6·4 지방선거 직후인 그해 10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에 김만배씨가 “정진상·김용 등에 주는 것”이라며 남 변호사에게서 받아간 15억원의 종착점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2017~2018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남욱 변호사는 김만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씨에게서 2017년부터 매월 1500만원가량을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남 변호사가 전해들은 것에 불과한 이야기에 나오는 이 돈이 실체가 있는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전달됐는지 불분명하다. 김만배씨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무렵에도 “유동규도 모르게 정진상에게 경기도지사 선거비용을 줬다”고 남 변호사에게 말했지만, 이 돈의 실체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흐름이 불분명한 돈에 대해선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의 영장 청구서와 공소장에 거의 담지 않았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도 실체를 밝히려고 애쓰고 있지만 돈 흐름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김만배, 김용, 정진상 등이 진술 협조를 하지 않아 여의치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남욱 변호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11.25/뉴스1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남욱 변호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11.25/뉴스1

뒷돈을 썼을 법한데…불명확한 출발

 이 외에도 검찰이 불법 자금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대목은 더 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의 공소장에 2020년 7월부터 ‘이재명 경선 캠프 조직화’를 위해 활동한 내용을 상세히 적시했다. 김 전 부원장의 활동 결과 2020년 10월 ‘○○○○ 운동본부’, 같은해 11월 ‘○○세상연구회’, 2021년 1월 ‘광주·전남 ○○○○○포럼’, 같은해 2월 ‘○○○○포럼’, 같은해 3월 ‘○○○○○포럼’, 같은해 5월 ‘○○○○광장’ 출범, 같은해 6월 ‘○○포럼’ 발족 등 이재명 대표 지지를 위한 조직이 가동했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김 전 부원장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인만큼 많은 비용이 들어갔을 법하지만 어느 정도의 돈을 썼는지, 돈의 출처는 어디인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이런 정치 상황을 이 대표 최측근들이 ‘천화동인 1호’ 배당금 428억 원을 받으려한 배경으로 공소장에 언급했지만 428억원을 아직 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실제 조직 가동엔 거두어 뒀던 다른 돈을 썼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를 위한 조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장동 일당의 돈이 들어갔는지는 앞으로 수사로 밝혀내야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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