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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먹으면 인원 멋대로"…신원미상 두 여성 어떻게 헬기탔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강원 양양군 현북면 명주사 인근에서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27일 강원 양양군 현북면 명주사 인근에서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강원지역 3개 시·군이 민간 업체로부터 임차한 헬기가 27일 양양군 야산에 추락해 탑승자 5명 이 숨진 사고가 난 것과 관련, 곳곳에서 제도상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탑승 인원 허위신고 가능 

28일 서울지방항공청 양양공항출장소와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헬기(S-58JT 기종)엔 기장 이모(71)씨와 정비사 김모(54)씨, 부정비사 신모(25)씨 그리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 2명 등 모두 5명이 탑승해 있었다. 하지만 비행계획서상 탑승 인원은 2명, 명단엔 ‘이○○ 외 1명’이라고만 양양출장소에 통보됐다.

항공안전법상 신고되지 않은 3명이 더 탔으나 관할 항공당국은 사고가 난 다음 이 사실을 알았다. 기장은 운항 전 비행계획을 신고하는데 문서가 아닌 전화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계류장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엔 5명이 타는 모습이 나오지만 사전에 알지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탑승 인원을 얼마든지 늘리거나 축소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탑승계획서 허위 신고가 관행처럼 퍼져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헬기 추락 사고 발생 이틀째인 28일 오전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헬기 추락 사고 발생 이틀째인 28일 오전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도활동 상관없는 민간인 태웠나 

더욱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산불 계도활동과 상관없는 민간인을 임차 헬기에 태울 수 있단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원 미상의 여성 2명은 기장이나 정비사 지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운항 중인 헬기의 ‘퇴역 기준’이 없다. 지자체가 민간으로부터 임차한 헬기 노후도가 상당해도 얼마든지 운행이 가능하다. 올 3월 기준 전국 10개 시·도가 민간 업체로부터 임차한 헬기는 72대다. 이 중 28대(39%)가 제작한 지 40년 넘은 기종이다. 산림청 산하 산림항공본부는 기령 20년 이상을 노후헬기로 판단해 교체해나가는데 40년이 넘은 낡은 헬기가 날고 있다.

헬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관계기관 합동감식 모습. 뉴스1

헬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관계기관 합동감식 모습. 뉴스1

기령 오래될수록 사고위험 높아 

양양 사고 헬기도 47년 전인 1975년 제작됐다. 하지만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헬기가 국내에 등록한 건 올해 1월 19일이다. T사가 구매한 뒤 등록절차를 거쳤다. 일부 헬기 전문가들 사이에선 노후도 문제점이 제기된다. 제조한 지 오래됐으면 그만큼 필요한 부품을 구하기가 어려워 수리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거나, 생각하지 못한 기체결함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청한 헬기 정비 전문가는 “헬기는 기령제한이 따로 없으나 (혹시 모를 안전문제를 우려해) 대형 항공사는 기종을 교체한다”며 “하지만 영세사업자는 제작사 매뉴얼에 따라 수리하며 계속 쓰는 것으로 안다. 제작사 매뉴얼에도 사용 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찰과 소방·지자체 등은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라 노후화에 따른 기체결함인지 정비 불량인지 아니면 당시 기류 등 외부요인인지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7일 오전 10시 50분쯤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지자체 임차 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5명이 숨졌다. 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화재를 진압한 뒤 시신 5구를 수습했다. 이 헬기는 산불 계도 활동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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