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야 생일 축하해"...스페인 감독, 3년 전 세상 떠난 딸 추모

3년 전 세상을 떠난 딸 사나를 떠올린 엔리케 스페인 감독. AP=연합뉴스

"우리 가족에게 매우 특별한 날, 사나의 생일입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 참가 중인 루이스 엔리케 스페인 감독은 카타르 27일(현지시간) 오전 자전거를 타며 찍은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했다. 영상 속 엔리케 감독은 "오늘은 독일과 경기를 치르는 날이자, 사나의 13번째 생일이다. 사나가 어디에 있든 좋은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드컵 출전으로 가족과 떨어진 각국 대표팀 감독, 코치, 선수들이 SNS를 통해 '영상 편지'를 보내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엔리 감독의 경우는 특별했다. AP에 따르면 엔리케 감독은 2009년 11월 1남 2녀의 막내 딸 사나를 얻었다. 엔리케 감독은 사나의 어린 시절 바르셀로나(스페인)를 이끌었는데, 사나는 종종 그라운드에 내려와 품에 안겼다. 사나는 바르셀로나 선수단과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사나는 아홉 살이던 2019년 8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나는 2019년 3월 골육암 판정을 받았다. 2018년 7월 스페인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엔리케 감독은 2019년 6월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그는 스페인 대표팀을 통해 '개인적인 이유'라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2019년 9월 딸 사나가 세상을 떠난 뒤, 엔리케 감독의 사임 이유가 공개됐다. 스페인은 2019년 11월에 다시 엔리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27일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이 끝난 뒤, 엔리케 감독은 딸 사나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엔리케 감독은 "우리 가족에게 매우 특별한 날, 사나의 생일이다. 우리 가족은 삶의 일부로 이날을 받아들인다"며 "사나가 이 세상에 없지만, 우리 가족은 자주 사나에 대해 떠올리고, 사나에 관해 이야기한다. 여전히 사나는 우리를 웃게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삶이 그렇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도 우리 가족의 삶"이라고 했다.

이날 스페인은 라이벌 독일과 1-1로 비겼다. 1승 1무로 E조 1위를 지켰다. 16강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도 커졌다. 스페인, 독일, 일본, 코스타리카가 속한 E조는 이번 대회 '죽음의 조'다. 엔리케 감독은 "혼돈의 E조에서 우리는 여전히 1위"라고 강조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