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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종이를 실로 엮으면 나만의 책이 '뚝딱'…북바인딩의 세계

중앙일보

입력

내가 원하는 재질의 종이를 엮어서 나만의 책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중요한 일을 메모하는 수첩이 될 수도, 하루 동안 일어난 기억을 정리하는 일기장이 될 수도 있겠죠. 이런 생각을 하는 소중 독자 여러분을 위해 북바인딩에 대해 알아볼 거예요.

북바인딩을 할 때 필요한 재료들. 각종 왁스사와 실·가위·본폴더·제본할 종이·송곳·코르크판 등이다.

북바인딩을 할 때 필요한 재료들. 각종 왁스사와 실·가위·본폴더·제본할 종이·송곳·코르크판 등이다.

북바인딩(book binding)은 낱장의 원고 또는 인쇄물을 실과 바늘로 한 권의 책으로 엮는 작업을 말해요. 낱장으로 되어 있는 원고나 그림, 인쇄물, 백지 등을 차례에 따라 실·철사·접착제로 고정하고 표지를 붙여 한 권의 책으로 꾸미는 과정이기 때문에 한국어로는 제본(製本)이라 표현할 수 있죠. 북바인딩이라고 하면 낯설게 느껴지지만, 제본이라고 하면 꽤 친근하지 않나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북바인딩은 양장제본된 책이나, 프린터기로 인쇄한 A4용지를 스프링으로 고정한 형태죠. 하지만 북바인딩 기법은 종류만 100여 가지가 넘어요.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해서 책을 제본하려면 여러 가지 기법을 알고 있는 게 좋아요. 김하원·노주하 학생기자가 초보자가 도전할 만한 기법을 배우기 위해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공방 소별꾸밈을 찾았습니다. 최송이 대표가 여러 형태로 제본된 책이 놓인 책상 앞에서 이들을 맞이했죠.

최송이(맨 왼쪽)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에 북바인딩의 정의와 역사, 초보자가 도전하면 좋은 기법 등을 소개했다.

최송이(맨 왼쪽)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에 북바인딩의 정의와 역사, 초보자가 도전하면 좋은 기법 등을 소개했다.

책은 동서양에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북바인딩 기법 역시 동양과 서양에서 모두 발달했어요. 책 한 쪽에 다섯 개의 구멍을 뚫고 실로 꿰매는 방식인 오침안정법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한 기법이에요. 소중 독자 여러분도 박물관 전시실이나 사극에서 오침안정법으로 엮은 책을 많이 봤을 겁니다. 내지를 묶어 실로 엮은 캅틱 바인딩(coptic binding)은 이집트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엮을 때 사용한 제본법으로도 알려져 있을 만큼 그 역사가 길죠.

최 대표는 초보자를 위한 북바인딩 기법으로 오침안정법과 접지한 종이의 중앙 부분을 실로 박음질하는 체인소잉(실제본) 기법을 추천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여기에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초보자가 북바인딩을 할 때 필요한 기본 재료는 제본할 종이, 왁스를 바른 실·바늘·송곳·코르크판·본폴더 등입니다. 북바인딩은 송곳을 사용해서 구멍을 뚫거나 실을 꿴 바늘로 종이를 엮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손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해요.

최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 앞에 여러 종류의 실이 담긴 바구니 두 개를 놓았습니다. "북바인딩을 할 때는 종이를 단단하게 잘 잡아주기 위해 왁스를 묻힌 실을 써요. 이런 실을 '왁스사'라고 하는데, 여러분을 위해 두 가지 종류의 실을 준비했어요. 납작한 실은 평면왁스사, 얇은 실은 왁스초사라고 해요." 왁스사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가격이 높은 편이죠. 왁스사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자수실 등을 고체 왁스에 비벼서 사용해도 돼요. 다만 너무 많은 양을 묻히면 책에 기름 자국이 남는답니다.

책 한쪽에 다섯 개의 구멍을 뚫고 실로 꿰매어 고정하는 방식인 오침안정법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해온 제본 기법이다. 다른 북바인딩 기법에 비해 난이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책 한쪽에 다섯 개의 구멍을 뚫고 실로 꿰매어 고정하는 방식인 오침안정법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해온 제본 기법이다. 다른 북바인딩 기법에 비해 난이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배울 첫 번째 북바인딩 기법은 오침안정법이에요. 일단 송곳으로 제본할 종이와 표지에 다섯 개의 구멍을 내고 집게로 한쪽을 고정합니다. 그리고 평면왁스사를 책 가로를 3번 왕복할 만큼의 길이로 재단해서 자른 뒤, 바늘귀에 끼워요.

그럼 왁스사로 종이를 묶어 고정해볼까요. 손끝에 손가락 3마디 정도 실을 남겨놓고 1번 구멍 뒤쪽에서 앞쪽으로 실을 꿰어요. 남겨놓은 실은 빠지지 않도록 검지로 잘 잡습니다. 그리고 이 실로 책의 옆쪽을 한 번 감고 다시 1번 구멍을 통해 위쪽도 감아요. 이러면 1번 구멍을 옆쪽과 위쪽으로 감싸는 L자 형태의 실이 생기죠. 이 L자 형태 실이 집게처럼 책이 잘 흐트러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해요.

이제 실을 2번째 구멍으로 옮겨 앞쪽에서 뒤쪽으로 나오도록 꿰고 위쪽으로 감은 뒤, 다시 2번 구멍으로 들어가게 해요. 그러면 2번 구멍도 L자 형태로 실이 감기죠. 이 과정을 3번·4번까지 반복하고 5번에 이르면 실이 위로 누운 ㄷ자가 반복된 모양으로 책등 부분을 감싸게 돼요.

북바인딩은 송곳으로 구멍을 뚫거나 실을 꿴 바늘로 종이를 엮는 과정이 많기 때문에 손을 다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북바인딩은 송곳으로 구멍을 뚫거나 실을 꿴 바늘로 종이를 엮는 과정이 많기 때문에 손을 다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책을 안정적으로 고정하려면 5개의 구멍에 전부 실이 가로로 묶여 있어야겠죠. 그래서 5번→4번→3번→2번 구멍까지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실을 가로로 꿰어줍니다. 실이 2번 구멍의 뒷쪽까지 오면 적당한 길이로 잘라 아까 1번 구멍에 남겨둔 손가락 3마디 길이의 실과 함께 매듭을 지어요. 그러면 오침안정법으로 제본한 나만의 수첩이 탄생하죠.

"마지막 단계는 왁스사로 제본한 부분을 본폴더(가죽이나 종이를 접거나 성형할 때 쓰는 막대형 도구)로 그어서 살짝 자국을 내주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수첩을 사용할 때 표지를 훨씬 편하게 넘길 수 있어요." 이렇게 고풍스러운 매력이 돋보이는 오침안정법으로 제본한 수첩이 탄생했죠. 다섯 개의 구멍을 실로 꿴 모양이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고문헌을 보는 것 같기도 하네요.

북바인딩에 사용되는 왁스사들. 납작한 실은 평면왁스사, 얇은 실은 왁스초사라고 부른다.

북바인딩에 사용되는 왁스사들. 납작한 실은 평면왁스사, 얇은 실은 왁스초사라고 부른다.

두 번째 북바인딩 기법인 체인소잉으로는 노트를 만들 거예요. 체인소잉 기법은 종이의 중앙 부분을 실로 박음질해 체인 모양을 만든다고 해서 그렇게 불러요. 먼저 내지용 종이를 구성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2장의 색지가 앞뒤에서 여러 장의 흰색 종이를 감싸는 형태를 택했어요.

이제 내지용 종이에 왁스초사가 들어갈 구멍을 뚫은 뒤, 한 장씩 반으로 접습니다. 내지를 접을 때는 먼저 살짝 접어 양쪽 모서리를 맞춘 다음 본폴더로 눌러주면 더 정확하게 접을 수 있어요. 부지런히 손을 놀리던 주하 학생기자가 "한꺼번에 접으면 안 되나요? 한 장씩 접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해요"라고 말했어요. "체인소잉은 정확한 위치에 구멍을 뚫어서 실을 꿰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한꺼번에 종이를 접으면 가운데로 올수록 종이의 접힌 위치가 조금씩 달라져서 나중에 원하는 위치에 구멍을 뚫을 수 없어요."

내지 접기를 마치면 겉지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을 겁니다. 최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위해 특별한 형태의 겉지를 준비했어요. 내지의 약 1.5배 길이로 재단한 겉지가 내지를 감싸는 형태인데요. 겉지의 끝에는 금속성 둥근 고리인 아일렛을 달고, 여기에 실을 감아서 마치 서류 봉투처럼 노트를 보관할 수 있어요.

체인소잉은 종이의 중앙 부분을 실로 박음질해 체인 모양을 만드는 북바인딩 기법이다. 여기에 봉투처럼 내지를 감싸는 겉지와 금속성 둥근고리인 아일렛을 달고 실로 감으면 더욱 특별한 나만의 노트를 만들 수 있다.

체인소잉은 종이의 중앙 부분을 실로 박음질해 체인 모양을 만드는 북바인딩 기법이다. 여기에 봉투처럼 내지를 감싸는 겉지와 금속성 둥근고리인 아일렛을 달고 실로 감으면 더욱 특별한 나만의 노트를 만들 수 있다.

"겉지에 내지와 같은 위치에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의 위치를 표시한 가이드를 쓸 거예요. 먼저 겉지에 뚫을 구멍의 위치를 살짝만 표시할 거예요. 겉지 위에 가이드를 올린 뒤, 표면에 자국만 낸다는 느낌으로 송곳을 살짝만 움직입니다. 그리고 가이드를 제거한 뒤 송곳을 90도로 세워서 겉지에 구멍을 냅니다."

다음으로 내지와 겉지를 겹친 뒤, 모든 구멍에 왁스사를 꿸 거예요. 왁스사는 수첩의 세로 방향으로 4번 왕복할 정도의 길이로 잘라주세요. 그런 뒤 왁스사 한쪽 끝에 매듭을 3번 정도 같은 자리에 짓습니다. 반대쪽 실은 바늘귀에 꿰어주고요.

이제 내지와 겉지를 관통해서 고정하는 체인 형태의 매듭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할 거예요. "1번 구멍 안에서 밖으로 실을 통과시키세요. 그리고 2번 구멍 안으로 실을 내보냅니다. 다시 2번 구멍 안에서 1번 구멍 밖으로 실을 내보냅니다. 1번 구멍 밖에서는 2번 구멍 안으로 다시 실을 들여보내고요. 마지막으로 실을 2번 구멍 안에서 3번째 구멍 밖으로 나오도록 해주세요. 그러면 1번과 2번 구멍 사이에 사슬 모양이 생기죠." 이 과정을 맨 마지막 구멍까지 반복한 뒤, 안쪽에서 매듭을 지으면 체인소잉 기법으로 노트를 만들 수 있어요.

내지의 일부가 노출되는 구조인 버튼홀 스티치 바인딩부터 종이 여러 장을 겹쳐 가운데를 묶고 실로 꿰맨 캅틱 바인딩까지, 북바인딩의 기법은 100여 가지가 넘는다.

내지의 일부가 노출되는 구조인 버튼홀 스티치 바인딩부터 종이 여러 장을 겹쳐 가운데를 묶고 실로 꿰맨 캅틱 바인딩까지, 북바인딩의 기법은 100여 가지가 넘는다.

마지막으로 아일렛을 겉지에 박아줄 거예요. 먼저 아일렛 펀치로 아일렛을 박을 위치에 구멍을 뚫어줍니다. 그리고 버튼 모양으로 자른 종이와 아일렛을 펀치 안에 넣은 뒤, 겉지에 박아주세요. "아일렛과 겉지 사이에 실을 매듭지어 고정하고, 남은 실로 노트를 둘둘 감은 뒤 다시 아일렛 사이로 실을 넣으세요."

최 대표의 지도에 따라 아일렛 박기까지 끝내니 서류 봉투처럼 생긴 겉지가 인상적인 노트가 완성됐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취향이 담겨있어서 그런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김하원(왼쪽) 학생기자와 노주하 학생기자가 오침안정법으로는 수첩을, 체인소잉 기법으로는 노트를 만들었다.

김하원(왼쪽) 학생기자와 노주하 학생기자가 오침안정법으로는 수첩을, 체인소잉 기법으로는 노트를 만들었다.

"북바인딩은 만드는 사람이 어떤 재료와 방식을 사용할 건지를 모두 직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완성된 책들은 만드는 이의 성향과 취향이 가득 담겨서 나오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취향과 성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에요."

어떻게 보면 생소하고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 북바인딩. 하지만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도구로 책을 만드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죠. 북바인딩과 친해지면 좋아하는 친구에게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주는 것처럼 '나'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내 손으로 엮어서 만드는 책, 혹은 소중한 마음을 담은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귀중한 경험도 할 수 있어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저는 북바인딩에 큰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궁금증이 충족됐어요. 예전에 아버지와 집에서 가죽과 종이, 왁스실을 사용해 북바인딩을 해본 적이 있거든요. 그때 만든 책은 저의 일기장으로 쓰고 있어요. 그 경험 덕분에 이번 취재가 더 흥미로웠어요. 소별꾸밈 공방에서 저는 오침안정법 기법으로 수첩 한 권을, 체인소잉 기법으로는 노트 한 권을 만들었어요. 두 방법 모두 초보자가 사용하기 좋은 북바인딩 기법이어서 집에서도 만들기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도 기사를 보면서 북바인딩에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만의 책을 만들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이렇게 좋은 취재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김하원(하스토리 홈스쿨6) 학생기자

이번 취재에서는 소별꾸밈 공방 최송이 대표님이 북바인딩의 역사와 기법의 종류, 초보자가 도전하기 좋은 북바인딩 기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셨어요. 덕분에 바느질과는 거리가 먼 저도 쉽게 오침안정법과 체인소잉 기법으로 저만의 수첩과 노트를 만들 수 있었죠. 최 대표님께서는 버튼홀 스티치 바인딩이나 무선 제본, 캅틱 바인딩 등 다양한 북바인딩 기법으로 만든 작품들도 보여주셨어요. 대표님이 만든 작품들을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쁘고 매력있었어요. 나중에 학교에서 북바인딩을 배울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번 도전해서 나만의 예쁜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노주하(인천 신정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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