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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도매가’ 상한제 12월 시행…한전 살릴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한국전력의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를 오는 12월부터 시행한다. SMP는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이다. 한전의 원가 부담을 낮춰 최악의 적자를 겪고 있는 한전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인데, 민간 발전업계에선 정부가 시장가격을 통제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2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재생에너지 협·단체로 구성된 SMP 상한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이 산업통상자원부의 SMP 상한제 시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재생에너지 협·단체로 구성된 SMP 상한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이 산업통상자원부의 SMP 상한제 시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지난 25일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를 열어 SMP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규칙을 개정하기로 의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전기위원회를 열어 관련 고시‧규칙을 확정한 뒤 오는 12월 1일부터 내년 2월까지 SMP 상한제를 시범운영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동절기 에너지 수요가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최소한의 시장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국조실 규개위는 업계 의견 등을 일부 반영해 SMP 상한제를 3개월 넘게 연속 적용할 수 없도록 명문화하고, 1년 후에는 조항이 일몰되도록 수정했다. 100㎾ 미만의 발전 설비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내용은 기존 안 그대로 의결했다. 상한 수준은 앞서 정부가 과거 10년간 가중평균 SMP의 1.25배에서 1.5배로 완화한 방안을 그대로 확정했다.

SMP 상한제를 시행하면 한전의 역대 최대 규모 영업손실을 일부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한전은 올해 1~3분기 누적 21조83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중이다. 올해 연간 적자가 당초 업계 예상인 30조원을 넘어 4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SMP 상한제 도입으로 한전의 영업손실 약 1조5000억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간 발전업계가 SMP 상승에 큰 이익을 본 것은 사실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SK(SK E&S·파주에너지)·GS(GS EPS·GS파워)·포스코(포스코에너지)·삼천리(에스파워) 등 4개 대기업 계열의 민간 발전 6개사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총 1조4781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7579억원)의 2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다만 민간 발전업계는 SMP 상한제가 전기 소비자 부담을 낮추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SMP가 오른 것은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용이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인데, 오히려 결과인 SMP를 제한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기업의 자유로운 영업활동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제도로, 행정소송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민간 대기업 발전사는 한국가스공사보다 약 20% 저렴한 가격에 LNG를 직수입해 왔다. 가스공사가 지난해 수요 예측에 오차를 내며 높은 가격에 LNG를 들여오면서 국내 대부분 기업의 발전연료비와 SMP가 상승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스공사의 LNG를 조달해 쓰는 발전사는 SMP 상한제가 도입되면 직격탄을 맞는 상황이다.

결국 SMP 상한제를 시행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은 “한전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선 전기요금을 현재의 2배 수준은 올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면서 “내년 전기요금을 ㎾h당 40~50원가량 올리고,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정부가 재정보조금을 넣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한전에 668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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