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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세정의 시선

대장동 첫 보도한 그 "이재명 캠프에 간 '총알' 상상초월 규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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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가 갈수록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정치적·상업적 이익을 노리고 '가짜뉴스'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무리와 정치꾼이 활개 치니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고 이를 보는 대중은 헷갈린다. 게다가 시시비비를 가려내고 여과해야 할 언론인들조차 스스로 권력이 된 듯 기성 정치인처럼 일그러진 행태를 드러내니 갈수록 태산이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10월 24일 국회 법사위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진실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한달만에 김 대변인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연합뉴스, 뉴스1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10월 24일 국회 법사위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진실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한달만에 김 대변인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연합뉴스, 뉴스1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이 지난달 24일 국회 법사위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처음 폭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첼리스트의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지난 23일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29년간 한겨레 기자로 일한 김 의원은 국회에서 면책특권을 이용한 폭로에 앞서 정치 편향성을 지적받아온 유튜브와 모종의 협업까지 했다고 스스로 실토했다. 경찰이 '김의겸 녹취 유포 사건'을 수사한다니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언론이든 정치인이든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나름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오류나 거짓이 드러나면 신속히 바로잡고 사과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래야 대통령까지 끌어들인 '청담동 첼리스트 술자리' 같은 혹세무민 가짜뉴스가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의혹을 제기하려면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글 정도의 신빙성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지난해 8월 31일 대장동 의혹을 처음 보도한 경기경제신문 박종명(57) 대표 기자에게 1년여 만에 다시 연락해봤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과 20대 대선 본선 과정에서 가장 뜨거웠던 의혹을 제기한 박 기자는 대장동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2021년 8월 31일 대장동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 매체 '경기경제신문'의 박종명 기자.

2021년 8월 31일 대장동 의혹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 매체 '경기경제신문'의 박종명 기자.

 -지난 1년간 어떻게 지냈나.
 "지방의 작은 인터넷 매체 기자이지만 여전히 대장동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열심히 기사를 쓰고 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박 기자가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이라며 추켜세우더니 선거가 끝나자 아는 체도 안 하더라."
 -보도의 파장이 여전하다.
 "김만배 일당을 비롯해 많은 개발업자가 지역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대장동식으로 무리하게 사업해왔다. 안양 박달지구, 평택 고덕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에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 큰 성과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옳은 일을 했다는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
 -민사·형사 소송을 당했다.
 "화천대유가 제기한 형사 소송은 지난 3월 무혐의로 종결됐다. 10억원의 민사소송에서도 지난달 내가 승소했다. 대장동 사건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데다 최측근 김용·정진상이 구속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궁지에 몰리니 극렬 지지자들이 해코지할까 좀 걱정은 된다. 그래도 내가 안고 가야 할 무거운 짐이자 보람이라 생각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및 경기지사 시절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김용(왼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대표 정무조정실장. 두 사람은 대장동 일당과 유착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김 전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정 전 실장은 뇌물혐의 등으로 최근 검찰에 잇따라 구속됐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및 경기지사 시절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김용(왼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대표 정무조정실장. 두 사람은 대장동 일당과 유착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김 전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정 전 실장은 뇌물혐의 등으로 최근 검찰에 잇따라 구속됐다. 연합뉴스

 -1년 새 사건의 본질이 달라졌나.
 "지자체의 도시개발 권한 등을 이용한 전형적인 토착 비리 부패 사건이다. 정권 교체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본질에 조금 더 접근했지만, 이재명 당시 시장의 책임에 대한 사법적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남는 의문은.
 "핵심은 자금 흐름이다. 아직도 실제 주인이 드러나지 않은 천화동인 1호는 김만배 소유가 아니라고 본다. 지난해 민주당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가 상상을 초월할 규모로 '대장동 총알'(선거자금)을 준비해 뿌리고 있다는 제보가 이낙연 캠프 측에 들어왔다고 들었다. 최근 법정에서 남욱 변호사가 이재명 캠프에 얼마를 줬다는 진술을 했지만 엄청난 돈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김만배 일당이 여기저기 뿌린 돈의 출처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어떻게 마무리돼야 할까.
 "문재인 정부 시절 '친문' 정치검사들의 대장동 눈치 보기 수사로 검찰 조직 전체가 불신받았다. 이제라도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반칙과 특혜로 서민의 삶을 짓밟으면서 폭리를 챙긴 범죄자들을 단죄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니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꼭 보여주길 바란다."

지난해 민주당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가 상상을 초월할 규모의 '총알'을 준비해 뿌린다"는 제보가 이낙연 캠프 측에 접수됐다고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기자가 전했다. 중앙포토

지난해 민주당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가 상상을 초월할 규모의 '총알'을 준비해 뿌린다"는 제보가 이낙연 캠프 측에 접수됐다고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기자가 전했다. 중앙포토

 박 기자가 바라는 정의가 실현되려면 언론과 검찰부터 제 역할을 회복해야 할 텐데 현실은 암담하다. 첼리스트 폭로는 한 달 만에 거짓으로 판명됐지만, 대장동 의혹은 1년이 넘도록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여전히 가짜뉴스가 넘쳐난다. 박 기자는 "지난 1년 용기 있는 보도가 참 힘들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아니면 말고 식으로 폭로하는 김의겸 같은 언론 출신 정치인 때문에 정치가 더 불신받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가짜뉴스를 쉽게 퍼뜨리는 '짝퉁 언론'과 '엉터리 기자들'의 만용과 일탈에 대한 뼈 있는 일침이다.

대장동 의혹 첫 보도 박종명 기자 #"상상 초월할 규모 만들어 뿌렸다 #당시 이낙연 캠프에 제보 접수돼" #언론인 출신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 #'첼리스트 거짓말' 폭로했다 망신 #언론과 검찰, 가짜뉴스 가려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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