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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불참 화물차에 쇠구슬 날아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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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에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와 운전자가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파업 참가자가 이 물체를 날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전국 산업 현장에서는 파업 여파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7시13분쯤 부산시 강서구 부산신항 인근에서 운행 중이던 트레일러 화물차 2대를 향해 쇠구슬로 추정되는 둥근 물체가 각각 날아왔다. 이 중 한 화물차에선 유리 파편이 튀어 운전자 A씨(40대)가 목 부위에 상처를 입었다. 다른 화물차 운전자(50대)는 유리 파편이 차 안쪽으로 튀진 않았다고 한다.

지난 26일 운행하던 트레일러에 쇠구슬 추정 물체가 날아와 차량 유리가 깨진 모습. [연합뉴스]

지난 26일 운행하던 트레일러에 쇠구슬 추정 물체가 날아와 차량 유리가 깨진 모습. [연합뉴스]

경찰은 파손 흔적을 분석, 둥근 형태의 작은 쇠구슬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2009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경북 경주와 포항에서 파업 참가자들이 파업 비참여 화물차량들을 향해 새총으로 쇠구슬을 쐈다가 2명이 경찰에 검거된 적이 있다.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 83% 급감, 일부 주유소 기름공급 멈춰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생산을 멈춘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생산을 멈춘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25일 오후 7시쯤 창원시에서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를 향해 누군가 날계란을 투척, 경찰이 수사 중이다.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토부 집계를 보면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6208TEU로, 평소(3만6824TEU)의 17%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석유화학 업계에선 공장 가동 중단 우려가 나오고, 일부 지역에선 수소충전소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며 수소버스 운행이 일부 중단됐다.

LG화학과 GS칼텍스 등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선 파업 여파로 석유화학 제품이 나흘째 반출되지 못했다. 현장 관계자는 “아무리 오래 버틴다고 해도 2주일이 넘어가면 설비 가동 중단 검토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핵심 시설인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이 중단되는 순간 천문학적인 손해가 발생한다. 설비를 순차적으로 세우는 데만 며칠이 걸리고, 다시 가동하려고 해도 일주일가량 걸려서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하루 3000억원 이상의 손해가 생길 것으로 추정한다.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에서도 파업 이후 하루 평균 5만t 규모의 철강재가 내부에 쌓이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야적장 부지와 공장 내 제품 보관창고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버티고 있다.

화물연대 측이 탱크로리 차량 출입을 막으면서 일부 지역에선 주유소 등 기름 공급이 멈췄다. 겨울 한파를 앞두고 지역경제에 타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완성차를 출고센터로 탁송하는 카캐리어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배송센터 직원들이 완성차를 직접 운전해 이송하는 ‘로드 탁송’에 투입됐다. 기아 광주공장도 카캐리어가 운행을 멈추면서 하루 2000대 정도인 생산 물량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한 상태다.

전북 전주에선 이번 파업으로 수소충전소 수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전주시가 운영하는 수소 시내버스 31대 중 13대의 운행이 중단됐다.

지난 26일 새벽 파업에 불참하고 부산신항으로 이동하는 트레일러 42대를 경찰이 에스코트하는 모습. [사진 경찰청]

지난 26일 새벽 파업에 불참하고 부산신항으로 이동하는 트레일러 42대를 경찰이 에스코트하는 모습. [사진 경찰청]

특히 시멘트 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전날 시멘트 10만3000t의 출하가 계획됐지만 이번 파업으로 실제 출하량은 계획 대비 9% 수준인 9000t에 그쳤다. 피해 금액이 이날 94억원을 포함해 누적 464억원에 이른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운송 차질로 레미콘 품귀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번 주부터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속출할 것”이라며 “이러면 건설 일용직 근로자의 일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화물연대는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총파업 돌입 이후 처음으로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기와 품목 확대를 두고 정부와 화물연대의 입장 차가 커 교섭에 난항이 예상된다.

안전운임제는 최소한의 화물 운송료를 보장해 화물차 운전자 과적과 과속·과로 등 고질적인 문제를 막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컨테이너 등 일부 화물에만 도입됐으며 일몰제에 따라 올해 말 종료된다.

화물연대는 일몰제를 없애고 적용 품목 또한 철강재와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일몰 3년 연장’만 가능하고 품목 확대 등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 발동이 빨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도입됐으며 아직 발동 사례는 없다. 정부는 파업이 이어질 경우 시멘트와 레미콘 등 피해가 큰 업종부터 선별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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