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태원 참사’ 한 달…위험 진단, 대책 담은 심층 보도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11월 회의가 지난 22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김준영 위원장(성균관대 이사장) 주재로 열렸다. 독자 위원들은 한 달간 보도된 중앙일보 콘텐트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기탄없이 밝혔다. 특히 이태원 참사 보도와 관련한 의견이 많았다. 이들이 던진 비판과 조언을 전한다.

심재웅

심재웅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재난보도 준칙에 근거해 차분하고 분석적 보도를 이어갔다는 게 전체적 느낌이다.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많이 반성하고 발전했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의 규모라든지, 국민적 충격, 세계적 관심 등을 고려할 때 중앙일보가 좀 일찍 주요 이슈에서 참사를 뺀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해밀톤호텔 불법 건축이 ‘3.2m 병목’만들었다’(11월 1일자 1면), ‘그날 해밀톤호텔 비상구 열렸다면…‘생명문’ 될 수 있었다’(11월 14일자 16면)는 의미 있는 보도이지만, 이게 본질이 아닐 수도 있는데, 사람들 시선을 주변 상황으로 돌리지 않았을까 싶다. 또 이태원 참사 한 달이 됐는데 중앙일보에서 관련 특집이나 기획기사가 나오지 않았다.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잠재하는 여러 위험을 진단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심층 기사가 나왔으면 한다.

이영주

이영주

▶이영주 전 서울대 인권센터 상담소장=이태원 참사 기사 중 ‘도로 점령한 매대·입간판, 홍대·강남 골목도 이태원 판박이’, ‘김포 지옥철, 매일 A4지 반쪽에 서서 출근할 정도’(이상 11월 3일자 8면), ‘이태원 참사에 놀란 지자체 “축제 클럽 골목 안전 점검”’(11월 8일자 20면) 등은 시의적절했다. ‘화불단행’이라는 말처럼 재난과 불운이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산재해 있는 재난과 참사의 위험에 관한 주기적인 탐사 보도와 함께, 관할 행정기관에 대한 신고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언론기관 자체 시스템 구축을 생각했으면 한다. ‘김봉현 밀항 조짐에도 대포폰 영장 기각한 법원…검찰, 전국 항구에 검문 강화’(11월 15일자 12면) 기사와 관련해 헌법상 원리인 재판의 독립, 불구속 재판 원칙을 존중해야 하지만 상식적 시각에서 볼 때도 도주 정황이 있기 때문에 법원 조치를 비판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건 바람직하다.

지철호

지철호

▶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중앙일보가 거시경제 지표를 중심으로 한 보도는 잘했는데, 조금 아쉬운 건 팩트 중심으로만 많이 보도하는 것 같다. 이런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는 기사를 좀 더 보여주면 좋겠다. ‘이래저래 늘었다, 초단시간 알바 역대 최대’(11월 8일자 경제 1면), ‘최고금리 인하의 역설…“수술비 급한데 어디도 돈 안 빌려줘”’(11월 17일자 5면) 등의 기사가 좋았다. 11월 2일자 경제 3면에 ‘무역적자 커지는데, 온라인 쇼핑마저 직구 〉 역직구’ 기사는 전경련에서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걸 보도했다.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는데 왜 한국 상품 거래는 줄었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간단히 중국 사람들이 많이 안 사서 그렇다고 언급만 했다. 직구와 역직구에서 어떤 상품이 많이 거래되는지도 궁금했다.

독자위원회

독자위원회

전병율

전병율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코로나19 관련 기사가 대폭 줄어들었는데, 다른 비중 있는 기사가 많아져서 밀렸는지 모르겠으나, 잘한 일이다. 많은 전문가가 현재 코로나19는 우리 의료체계 내에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미국·유럽 등 많은 국가는 모든 일상생활을 다 풀었는데, 그런 면에서 방역 당국이 국민에게 자유를 되돌려주려는 책임감이 부족한 것 같다. 11월 4일자에 ‘건보 6년 뒤 바닥나는데…올 상반기 진료비 50조, 12% 급증’ 기사는 건강보험 재정 파탄 우려를 잘 지적했다. 조금만 머리 아파도 CT·MRI 찍고, 무조건 대학병원 가며, 대학병원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거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그게 다 우리가 내는 건강보험료로 하는 것이니만큼 좀 더 과감하게 문제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홍지혜

홍지혜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그렇게 불편한 보도는 없었다. 지난여름 폭우 참사 때만 해도 사실 불편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e글중심’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이번 참사에서 기자가 아닌, 네티즌 또는 시민들 의견은 어떨까 궁금해 보게 됐다. 최근 미디어 공급자와 수용자 사이 밸런스를 논의하는 행사에 참석했는데, 많은 사람이 수용자 의견을 궁금해하더라. 코너를 더 발전시켜 시민 목소리가 실리는 섹션이 돼도 좋지 않을까 한다. 이번 달에 한 사이버대 관련 기사가 네 차례 들어갔다.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임유진

임유진

▶임유진 강원대 교수=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논의해주면 좋겠다. 감명 깊었던 건 ‘183㎝ 손흥민의 255㎜ 히든부츠’(11월 16일 20면)의 사진이었다. 손흥민 선수가 그냥 세계적 스타가 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 좋은 기사였다. ‘‘이제야 연금 받겠네’ 반겼더니 “아니오, 1년 뒤입니다”’(11월 16일자 23면) 기사는 아쉽다. 1998년 국민연금 개혁으로 5년마다 수급 연령이 1년씩 늦춰지게 됐다. 그런데 기사만 보면 갑자기 수급 연령에 변화가 있어 61년생부터 크게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하나는 ‘뚜껑 여닫는 음료캔, 원핸드 스낵…세계 식품업계 화두는 ‘게임’’(11월17일자 B5면), ‘날씬해지는 생수 페트병 유통업계의 포장 다이어트 한창’(11월 18일자 B6면) 기사는 재활용을 어렵게 할 측면이 있을 텐데 재활용 관련 논의까지 포함했다면 좋았겠다.

김준영

김준영

▶김준영 위원장=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중앙일보가 선정적이거나 인권 침해 소지 없이 구조적 원인까지 다각도로 잘 분석해 줬다. 우리 사회가 상대적으로 기억의 주기는 짧고, 망각의 주기는 긴 것 같다. 더 성숙한 사회로 가는 데 있어 중앙일보가 문을 열어주면 좋겠다. 또 정치가 비난과 정쟁에서 벗어나 이 사회의 어려움과 아픔의 해법을 찾는 정치가 되도록, 한번 심층적 기획을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상황이 엄중해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 너무 방관자적으로 흐르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강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국내를 보면 국론이 분열돼 있고, 정치권은 이견과 갈등으로 민망할 정도다. 초당적 관점에서 더 확실하게 목소리를 내달라는 것이다.

정진욱

정진욱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거문도 주민, 생계 손해 보며 낚시꾼 금지... 갯바위 살아났다’(11월 22일자 18면)는 심각한 경제·정치·사회 문제 틈에서 자칫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있는 기사다. 하지만 환경 문제도 우리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인 만큼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은 지속해서 알려야 한다. ‘“아이들 49제까지 이태원 골목 지킬 것”’(11월 17일자 16면) 기사는 이태원을 지켜온 한 상인을 통해 국민 마음을 조금이나마 대변하는 기사이다. 하지만 단순히 현황 재조명을 넘어 체계적 안전 관리와 사고 이후 국민 마음을 치료하고 다스려줄 실질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5% 시대…저축은행은 7% 뚫을까’(11월 15일자 B1면)는 금리 상승 국면에서 금융기관의 금리 정책과 상승 추이에 대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지만, 수신 금리 위주로 되어 있고, 여신 금리에 대한 내용이 빠져 저축은행 대출 비중이 높은 다수의 자영업 독자에게 중요한 정보가 빠져 있다.

박인휘

박인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국가 반환인데, 사소한 사안처럼 보이지만 본질적 내용은 복잡하다. ‘오병상의 코멘터리-정치 진흙탕에 빠진 풍산개’(11월 8일 온라인 기사)는 이 사안을 논리정연하고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럼에도 양비론적 입장을 취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독자는 누가 잘못했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11월 15일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이 잇따라 정상외교를 벌였다. 윤 대통령이 일련의 다자회의 외교를 통해 학습 효과를 보이는지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면 흥미로웠을 거다. 지난 다자외교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점을 이번에는 어떤 맥락에서 보여주었는지 등과 같은 분석 기사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