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ICBM 행사에 딸과 또 동행…백두혈통 세습 암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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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자리에 딸을 데리고 등장했다. 27일 북한 관영 매체들은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왔다”며 김 위원장의 딸이 공개석상에 다시 등장했음을 알렸다. 김 위원장이 지난 18일 시험발사 현장에 동행했던 바로 그 딸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딸이 어머니인 이설주가 즐기는 반 묶음 헤어스타일에 검은색 롱코트를 입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등을 게재했다. 딸이 김 위원장 옆에서 공로자에게 손뼉을 치거나 악수하는 사진도 실었다. 김 위원장은 딸과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앞으로 딸이 이설주·김여정 등에 이은 가족 동반자로서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전반에 동행하면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외 메시지 발신에 딸의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2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사진을 공개한 김 위원장의 딸을 둘째 김주애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딸 공개 의도와 관련해 미래세대의 안보를 책임지겠단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북한은 선대 지도자인 김일성·김정일의 동상 앞에서 김 위원장이 딸을 대동한 채 공로자들과 함께 촬영하는 장면도 공개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백두혈통 4대 세습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4대 세습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김 위원장과 동행한 둘째 딸이 후계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체제 엘리트와 주민들이 조기에 후계구도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는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3면에 게재한 ‘당 중앙에 드리는 충성과 신념의 맹세’ 제목의 기사에서 미사일 시험발사 공로자들의 충성 결의문을 소개했다. 결의문은 김씨 일가를 지칭하는 ‘백두혈통’에 대한 충성 결의를 담았다. 공로자들은 자신들을 김 위원장과 ‘남다른 인연 맺은 친솔 집단성원’이라고 표현하며 “발사장에서 받아안은 특전을 최상 최대의 영광, 크나큰 긍지와 자부로 소중히 간직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백두의 혈통만을 따르고 끝까지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공로자 결의문에 ‘후대’가 언급된 것에 주목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의 후대 사랑을 강조한 것은 어릴 때부터 당의 사상과 의도를 체득시키고 충성심을 키워 김씨 일가의 친위대로 키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후대를 대표하는 딸을 데리고 나와 자신의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출하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로자들은 결의문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그 이름만 불러봐도 조국과 후대들을 위하여 우선 강해지고 보아야 한다고 하시던 총비서(김정은) 동지의 철의 신념과 애국의 숨결이 뜨겁게 안겨 온다”며 김 위원장을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기념촬영을 한 자리에서 “(핵 무력을) 불가역적으로 다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핵·미사일 고도화 방침을 재차 천명했다.

북한 선전 매체들은 ‘핵 무력 완성’ 선언을 기념하는 29일의 ‘로케트공업절’ 5주년을 앞두고 핵 무력 건설의 핵심 과업인 ICBM 시험발사 성공을 주요 성과로 내세우며 내부 결속을 위한 선전전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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