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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 웃돈에 화물차 겨우 구했다"…화물파업이 부른 6월 악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지난 6월 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입구에서 한 화물트럭이 화물칸에 컨테이너를 싣지 않고 되돌아가고 있다. 이 트럭은 운송을 멈춰 화물연대 총파업을 지지해달라는 화물연대 인천본부의 요청에 따라 되돌아갔다.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지난 6월 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입구에서 한 화물트럭이 화물칸에 컨테이너를 싣지 않고 되돌아가고 있다. 이 트럭은 운송을 멈춰 화물연대 총파업을 지지해달라는 화물연대 인천본부의 요청에 따라 되돌아갔다.연합뉴스

“6월의 악몽이 떠올라서….”
 경기도 화성에서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A씨(38)는 최근 밤잠을 설치는 일이 늘었다고 했다. 지난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무기한 총파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는 지난 6월 7일간 진행된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품 운송에 어려움을 겪었다. A씨는 “당시 예고 없이 파업이 진행되면서 대비를 못 했다”며 “인천항에 도착한 물품들을 제때 운송업체를 통해 건설 현장에 보내지 못해 납품계약이 파기되는 일도 겪었다. 그때 상황이 되풀이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A씨의 회사는 중국과 태국에서 알루미늄 제품을 수입한다. 일주일에 두 차례 알루미늄 제품 30t을 담은 컨테이너를 인천항으로 들여온다. 사전에 계약한 화물운송업체가 컨테이너를 A씨의 회사로 운반하면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가공한 뒤 건설 현장으로 보낸다. 물건을 인천항에 내린 뒤 가공해 건설 현장에 보내기까진 약 1주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24일 화물연대 파업으로 입구가 가로막혀 있는 광양항국제터미널 모습.연합뉴스

24일 화물연대 파업으로 입구가 가로막혀 있는 광양항국제터미널 모습.연합뉴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으로 25t 트럭과 트레일러 차량 대부분이 멈추면서 차질이 생겼다. 해외에서 들여온 알루미늄 제품이 인천항에 묶이면서 건설사와의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하게 된 것이다. 상황이 급하다 보니 웃돈(72만원)을 주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차량을 가까스로 구했다. 평소 37만원(40피트 컨테이너 한 대를 옮기는 비용)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비용이 뛴 셈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A씨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차들도 일이 몰리다 보니 운송 수단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물연대 파업 4일째…무역업체도 타격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내걸고 지난 24일 시작한 화물연대 파업이 4일째 이어지면서 수출기업은 물론 해외에서 원자재 등을 수입하는 무역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장기화할 경우 산업 전반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화물 반·출입량은 파업 직전보다 70% 넘게 떨어졌다. 인천해수청이 전날 오후 4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집계한 인천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36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분)다. 평시 주말 평균인 5103TEU에 비해 대폭 줄었다. 컨테이너 터미널 장치장(藏置場, 통관을 위한 수출입 물품을 임시로 보관하여 두는 장소)의 포화 정도를 의미하는 장치율도 27일 73%로 전날 75%에 비해 서서히 하락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항만운영보다 육상물류 운영의 타격이 크다”며 “컨테이너 여러 대로 다량의 원자재를 들여오는 기업뿐만 아니라 컨테이너를 공유해 소규모 물품을 들여오는 작은 기업들도 운송 수단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영구 시행과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영구 시행과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의 또 다른 물류거점인 의왕 ICD와 평택·당진항 상황도 비슷하다. 의왕ICD에선 26일 컨테이너 화물반·출입이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의왕 ICD의 토요일 하루 평균 화물 반출입량은 1493TEU였다. 이날 화물연대 조합원 14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고 있는 평택·당진항은 지난 24일부터 화물 반·출입량은 거의 없는 상태다. 평택·당진항의 장치율은 약 48%로, 평시 59% 수준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27일 오전 수도권 최대 컨테이너 물류기지인 의왕ICD를 방문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윤 청장은 "경찰은 비조합원 운송방해나 물류기지 출입구 봉쇄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현장 체포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고, 핵심주동자와 극렬행위자, 그리고 배후까지 끝까지 추적하여 예외 없이 사법조치하는 등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경찰청

윤희근 경찰청장이 27일 오전 수도권 최대 컨테이너 물류기지인 의왕ICD를 방문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윤 청장은 "경찰은 비조합원 운송방해나 물류기지 출입구 봉쇄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현장 체포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고, 핵심주동자와 극렬행위자, 그리고 배후까지 끝까지 추적하여 예외 없이 사법조치하는 등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경찰청

한편 경찰은 인천항과 의왕 ICD, 평택·당진항에 2개 중대를 각각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의왕 ICD를 찾아 상황을 점검한 뒤 “비조합원 운송방해나 물류기지 출입구 봉쇄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현장 체포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며 “특히 핵심 주동자와 극렬행위자, 그 배후까지 끝까지 추적해 예외 없이 사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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