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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참여 안한 죄? 트레일러에 쇠구슬 날아왔다[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이 나흘째로 접어들었다. 하루 전인 26일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에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와 운전자가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파업 참가자가 이 물체를 날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차량 앞 유리 파손...운전자 다쳐

화물연대 총파업 사흘째인 지난 26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인근에서 운행하던 트레일러에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와 차량 유리창이 깨졌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사흘째인 지난 26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인근에서 운행하던 트레일러에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와 차량 유리창이 깨졌다. 연합뉴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7시13분쯤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인근에서 운행 중이던 트레일러 화물차 2대를 향해 쇠구슬로 추정되는 둥근 물체가 각각 날아왔다. 두 차량 모두 앞 유리가 파손됐다. 이중 한 화물차에선 유리 파편이 튀어 운전자 A씨(40대)가 목 부위에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을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다. 또 다른 화물차 운전자(50대)는 A씨 차량과 2㎞ 정도 떨어져 운행 중이었는데, 유리 파편이 차 안쪽으로 튀진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앞 유리를 파손한 물체를 찾진 못했다. 다만 파손 흔적을 분석, 둥근 형태의 작은 쇠구슬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파업 참가자가 정상 운행 중인 화물차 운행을 방해하려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체를 날린 것으로 의심하고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2009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경북 경주와 포항에서 파업 참가자들이 파업 비참여 화물차량들을 향해 새총으로 쇠구슬을 쐈다가 2명이 경찰에 검거된 적 있다.

달리는 화물차 향해 날계란 던지기도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앞에서 경찰차량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앞에서 경찰차량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앞서 경남에서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를 향해 누군가 날계란을 투척,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7시쯤 창원시 진해구 안골대교 인근에서 운행 중인 화물차 조수석 쪽 한 승용차가 접근했다. 이후 승용차 운전자가 운전석 쪽 창문을 열더니 날계란 2개를 던졌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인근 CCTV를 분석해 달아난 승용차 차번호를 특정, 추적 중이다. 경찰은 파업 참가자가 화물차 운행을 방해하려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파업 비참여 차량 에스코트

화물연대 총파업 사흘째인 지난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부산시 강서구 부산신항으로 이동하는 컨테이너 화물차를 경찰이 에스코트하고 있다. 사진 경남경찰청

화물연대 총파업 사흘째인 지난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부산시 강서구 부산신항으로 이동하는 컨테이너 화물차를 경찰이 에스코트하고 있다. 사진 경남경찰청

경찰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화물차의 안전 운행을 위해 요청 시 에스코트를 지원하고 있다. 앞 유리가 깨진 두 차량은 에스코트를 신청한 차량은 아니었다. 에스코트는 일부 효과가 나타났다.

경남경찰청은 지난 26일 오후 4시20분쯤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출발한 컨테이너 화물차량 2대를 에스코트했다. 이들 화물차가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까지 약 8㎞ 거리를 이동하는 10분 동안, 교통순찰차 3대와 경찰 오토바이 2대가 화물차 앞뒤로 붙었다. 무사히 부두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

물류 스톱…시멘트ㆍ철강 피해 가시화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부산시 남구 신선대부두(아래)와 감만부두(위)에 컨테이너 화물이 쌓여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부산시 남구 신선대부두(아래)와 감만부두(위)에 컨테이너 화물이 쌓여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화물연대 총파업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은 전체 2만2000명 중 4300명(19.5%)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국 13개 지역 136개소에서 분산 대기 중이다. 반면 화물연대는 실제 운송 거부에 참여한 조합원이 이보다 더 많다고 주장한다.

국토부 집계를 보면,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62.6%로 나타났다. 전날 63.3%에서 1%가량 감소했지만, 현재까진 평시(6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장치율은 항만의 컨테이너 보관 능력 대비 실제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을 말한다. 하지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같은 기간 6208TEU로, 평소(3만6824TEU)의 17%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전날 1만3084TEU와 비교해도 절반 넘게 줄었다. 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의미한다.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시멘트ㆍ철강업계에서는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이날 한국시멘트협회는 전날 출하가 예정된 시멘트 10만3000t 가운데 9% 수준인 9000t만 출하됐다고 밝혔다. 수도권 주요 출하 기지에서는 출하가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오는 29일부터는 전국의 레미콘 업계 생산 현장이 멈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를 주로 사용하는 건설 현장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굳지 않은 채 배송되는 콘크리트를 말하는 레미콘의 경우, 건설 현장 등 최종 수요지의 적재능력이 통상 이틀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철강업체 출하도 파업 이후 쭉 중단된 상태다. 화물차를 이용한 출하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철도·해상운송만 진행되는 탓에 평시보다 출하량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제철에선 하루 평균 5만t의 출하 차질이 일어나고 있다. 국토부는 “4일째 (총파업) 사태가 지속되면서 건설 현장 등에서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고 이번 주 초부터 철강 등 타 산업까지 피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차 울산 공장 등 자동차 생산공장에서는 생산 차량을 운송하는 카캐리어가 대부분 운행을 중단해 ‘로드 탁송(판매용 차량을 직접 운전해 운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4대 정유사(SK·GS·S-OIL·현대오일뱅크)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이어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화물연대, 28일 총파업 이후 첫 만남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국방부 수송지원차량이 화물을 싣고 나오고 있다. 송봉근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국방부 수송지원차량이 화물을 싣고 나오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정부와 화물연대는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총파업 돌입(24일) 이후 처음으로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기와 품목 확대를 두고, 정부와 화물연대의 입장차가 커 교섭에 난항이 예상된다.

안전운임제는 최소한의 화물 운송료를 보장해 화물차 운전자 과적과 과속ㆍ과로 등 고질적인 문제를 막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ㆍ컨테이너 등 일부 화물에만 도입됐으며 일몰제에 따라 올해 말 종료된다. 화물연대는 일몰제를 없애고 적용 품목 또한 철강재와 자동차, 위험물, 사료ㆍ곡물, 택배지ㆍ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시멘트ㆍ레미콘 등 피해가 큰 업종에 대해 선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심의ㆍ의결된다면 2004년 도입 이후 첫 발동 사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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