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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부착 의무화”…99년 폐지 ‘초보운전 표지’ 부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운전 못하는데 보태준 거 있수?”, “빵빵거리면 브레이크 콱 밟아 버립니다”, “초보라고 시비 걸면 물립니다. 개조심”

몇 년 전부터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도 넘은 초보운전 스티커’ 등의 제목으로  오르내리던 초보운전 표지 문구들이다. 네티즌들은 이런 문구가 양해와 배려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협적인 내용으로 다른 운전자에게 불쾌감을 준다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적잖은 논란이 일다 보니 해외처럼 표준화된 초보운전 표지 부착 의무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6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초보운전 표지 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 인포그래픽 등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은 초보운전 표지를 규격화하고 운전이 미숙한 시기에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은 면허를 취득한 지 1년 미만인 운전자에게 법정 초보운전 표지(와카바 마크)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고, 위반 시 2만엔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프랑스는 면허 취득 후 3년의 수습 기간 동안 법정식별 기호(disque A)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고, 위반 시 35유로의 벌금을 낸다.

호주·캐나다의 일부 주는 정식면허 취득 전 임시면허 기간에는 규격화한 표지를 부착해야 한다. 미국 뉴저지에서는 임시면허 기간 중 표지 부착을 의무화한 이후 자동차 충돌 사고율이 9.5%나 줄어들기도 했다.

한국도 한때 초보운전 표지 부착을 강제했다. 1995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운전면허를 받은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날 때까지 가로 30㎝, 세로 10㎝의 규격화한 초보운전 표지를 의무적으로 붙이게 했다. 이를 어기면 벌점과 범칙금을 물었다. 당시 국회 내무위원회는 심사보고서에서 “면허 취득 1년 미만 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전체사고의 12.4% 이상을 차지하는 실정을 고려”한다며 “타 운전자에게 초보운전자라는 사실을 주지시켜 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롱 면허’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제도는 1999년 폐지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현재 한국에선 초보운전 표지 부착 여부와 내용을 개인이 판단하고 있다. 이송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초보운전 표지는 단순히 운전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도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양식을 단순화·기호화하고 일정 기간 부착할 경우 자발적 참여자를 확대하고 부적절한 초보운전 표지행태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조사관은 이어 “초보운전자에 대한 법적 정의도 ‘운전면허 취득 2년 미만’에서 실제 운전경력 기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초보운전 표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됐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초보운전 표지 규격을 통일해 혐오감을 주는 표지를 없애고, 자율적으로 표지를 붙인 운전자에게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이에 앞서 2018년에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10명이 비슷한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지됐다.

자료: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 국회 입법조사처

소관 부처인 경찰청은 신중한 입장이다. 경찰청 교통기획과 관계자는 “1995년 의무 도입 당시에  초보운전 표지를 부착한 차량을 대상으로 한 위협·보복 운전 사례가 나오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초보운전 표지 부착 의무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규격을 통일하는 방안은 이제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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