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해설 밤에는…박지성 누른 '해설천재' 이승우의 이중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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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는 카타르 현지에서 낮 시간대에 해설 일정을 소화한 뒤 밤에는 조인혁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개인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송지훈 기자

이승우는 카타르 현지에서 낮 시간대에 해설 일정을 소화한 뒤 밤에는 조인혁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개인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송지훈 기자

“자, 마지막으로 3개만 더! 하나! 둘! 둘 반! 둘 반의 반!”
“아악!”

25일 밤(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아스파이어 파크 부근 체력 단련장. 카타르월드컵 현장에서 기대 이상의 입담을 선보여 축구팬들 사이에서 ‘해설 천재’로 떠오른 이승우(24·수원FC)가 땀을 뻘뻘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체 근육 단련용 운동기구에 오른 그는 트레이너의 지시에 맞춰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시계가 밤 11시를 훌쩍 넘겼지만, 이승우의 기합 소리는 이후에도 한참 더 이어졌다.

이승우는 카타르월드컵 기간 중 본지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사 축구해설위원으로 깜짝 변신해 반전 매력을 뽐내고 있다. 선수로 월드컵 무대에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해설로 풀어내는 중이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의 4년 재임기간 중 초·중반을 함께 한 경험에 특유의 재치 있는 말솜씨를 곁들여 인기몰이에 나섰다.

지난 29일 축구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해 조규성(오른쪽)과 웃으며 대화하는 이승우. 연합뉴스

지난 29일 축구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해 조규성(오른쪽)과 웃으며 대화하는 이승우. 연합뉴스

“저도 목이 찢어져라 (한국을) 응원하고 내일 해설 쉬겠다”, “축구의 신이면서도 세리머니가 밋밋한 메시에게 ‘갈까말까(이승우의 세리머니)’를 보여주고 싶다”, “추가 시간을 노래방 서비스 수준으로 많이 준다” 등 인상적인 멘트를 줄줄이 생산하며 ‘어록제조기’로 떠올랐다.

빅데이터 기업 TDI가 지난 19~23일 카타르월드컵 해설위원·캐스터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이승우가 20만2000건으로 압도적인 1위를 했다. 2위 박지성(6만900건)의 3배에 달한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해설 천재’라는 별명도 붙었다.

지난 20일 카타르월드컵 본선 1차전 상대인 우루과이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한 이승우. 사진 이승우

지난 20일 카타르월드컵 본선 1차전 상대인 우루과이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한 이승우. 사진 이승우

해설위원으로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딛었지만 본업을 내려 둔 건 아니다. 축구선수로 돌아가야 할 월드컵 이후를 대비해 매일 ‘밤낮이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낮 시간대엔 말쑥한 정장에 넥타이와 구두를 착용하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지만, 밤이 되면 운동복에 러닝화 차림으로 빡빡한 트레이닝 스케줄을 소화한다.

전담 트레이너 역할은 카타르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피지오 테라피스트(재활치료사) 조인혁 씨가 맡았다. 도하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스포츠의·과학 연구소 ‘아스페타’ 소속으로, 카타르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공격수 남태희(알두하일)의 부상 재활을 도운 전문가다.

카타르 현지에서 이승우(왼쪽)의 체계적인 훈련을 돕고 있는 조인혁 트레이너. 송지훈 기자

카타르 현지에서 이승우(왼쪽)의 체계적인 훈련을 돕고 있는 조인혁 트레이너. 송지훈 기자

조 트레이너는 “이승우는 카타르에 건너오기 직전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하며 운동을 쉬어 ‘선수로서의 훈련’이 부족한 상태였다”면서 “월드컵 일정을 마치면 곧장 소속팀에 복귀해 새 시즌 준비를 시작하는 만큼, 여기서 몸을 완성하기보다는 별도의 적응기 없이 팀 훈련에 녹아들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운동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장소와 환경을 바꿔가며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승우는 칼리파인터내셔널스타디움 인근 아스파이어 파크 야외 트랙에서 3㎞를 달린 뒤 체력 단련장으로 장소를 옮겨 다양한 운동 기구로 심폐지구력과 하체 근육을 단련했다. 이승우의 몸 상태에 대해 조 트레이너는 “이론적 관점에선 근력을 조금 더 끌어올리면 좋을 것 같다”고 진단한 뒤 “하지만 선수마다 경기력을 발휘하는 매커니즘이 제각각이라 단순히 재단하긴 어렵다. 함께 운동하며 지켜 본 이승우는 상황별 대응 능력이 뛰어난 선수”라고 설명했다.

이승우는 “해설위원 역할이 재미있지만, 선수로 월드컵 본선에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은 여전하다”면서 “해설 준비 못지않게 운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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