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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임대수익 확정해드립니다" 이 말 믿었다간 낭패

중앙일보

입력

[퍼즐] 부동산 트렌드 NOW(3)  

오래되고 낡은 지역이 재개발, 신도시, 뉴타운 등의 이름과 더불어 탈바꿈하면 역할과 위상이 달라지곤 한다. 택지가 개발되면서 거주민이 유입되면 그에 맞춰 필요한 기반시설과 상업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이때 ‘분양’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많은 수요자를 현혹하는데 이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상가 오피스텔 분양 매매. 연합뉴스

상가 오피스텔 분양 매매. 연합뉴스

상권을 평가할 때 체크해야 할 사항이 제법 많다. 입지조건의 구성요소와 적정한 상권 인구, 통행량, 동선, 영업력, 경합성 등 상권을 자세하고 빈번하게 들여다봐야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동일 상권 내에서도 유난히 공실이나 손바뀜이 잦은 점포가 있는가 하면,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자그마한 상가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끊이지 않는 점포도 있다. 상가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알짜 입지를 선정하고, 그 입지에 맞는 임차인을 유치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신규 점포나 상권의 경우 이러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어 자칫 함정에 빠지기 쉽다.

신규 상권의 경우 잘 짜인 각본처럼 층별 혹은 구역별 임대전략을 통해 임차인을 유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MD 구성이라고 한다. 흔히 안정적인 우량 임차인으로 꼽히는 병∙의원이나 학원 등을 집중적으로 유치하는 전략이 이에 해당한다. 1층 상가의 경우 편의점이나 약국, 은행, 카페 등을 유치하기도 하는데 일반 음식점이나 아직 임차가 확정되지 않은 점포도 권장 업종 또는 입점 예정이라는 문구와 함께 카탈로그에 높은 기대수익률 등을 표기해 수요를 현혹하곤 한다.

사업 시행 주체로부터 일정 기간 높은 임대수익을 보전해준다는 내용의 임대수익확정서를 제시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말로만 그치지 않고 서류상으로 약정서를 써준다고 하니 혹시 모를 상황에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 같아 더 안심된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선임대 확정, 확정수익률 등의 문구를 보면 일단 긴장해야 한다. 통상 신규 상권의 경우 입점 점포를 미리 확보해 높은 확정수익률을 제시하거나 임대료 예측치를 바탕으로 높은 수익률이 확보 가능한 유망상가라는 표현을 곁들여 분양한다. 하지만, 해당 상권에 어떤 유형의 소비자가 유입되고 어떤 동선을 통해 이동하며 어떤 소비패턴을 보이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채워진 임차인 구성은 입점 초기 상권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임차업종에 충분한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아 이탈하거나 변경되기 일쑤다. 이 과정에서 공실이 발생하거나 균형임대료가 당초 제시된 것보다 낮은 수준에서 수렴되기도 한다. 통상 상권이 안정돼 수익률 구조가 적절하게 나오기까지 최소 3~5년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기간 일정 수준의 임대료를 보전해준다는 조건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눈앞에 제시된 수익률이 절대적인 안전장치가 아니라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례로 2010년경부터 입주를 시작해 조성을 시작한 청라국제도시의 경우 2017년 하반기에야 상권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2016년 말 첫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의 경우 2020년까지도 유령도시 신세를 면하지 못하다 2021년 하반기부터 1층 상가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교통망 계획에 차질이 생긴 부분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상권 자체가 안정화돼 돌아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어차피 여유자금인데 버티면 된다는 수요라면 그나마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겠지만, 수익형 부동산의 특성상 투입 자금 대비 월 현금흐름이 나타나야 하는 수요라면 이러한 공백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보증된 임대료 기간을 겨우 채우거나 그마저도 다 채우지 못한 채 헐값에 되팔고 빠져나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거래마저 되지 않는 경우에는 이도 저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자금이 묶여 적지 않은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사진 pxhere]

[사진 pxhere]

임대수익확정서를 받은 경우라면 안전할까? 시행사가 아닌 임대관리회사에 일임해 임대수익확정서를 받게 한 뒤 보장 주체가 다르다며 말을 바꾸거나 발뺌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고의로 부도를 내는 경우도 있다. 운영수익을 공유하는 형태로 투자자를 유치하는 호텔 등의 경우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지 않기도 하는데, 이 또한 법적으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는 사실상 없다. 그나마 진짜 임차인이 있다면 다행이다. 심지어 유령임차인을 내세워 분양하는 경우도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초기 진입 상권의 가장 큰 장점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상권이 완성되면서 상가의 목이 달라질 수도, 임차인의 잦은 교체나 공실이 발생하는 등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나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 미래의 불확실한 수익에 베팅하는 만큼 이러한 단점을 명확히 파악해 접근해야 하며, 제시된 수익률보다 다소 보수적인 수익률 수준을 고려해 의사결정 하는 것이 좋다. 나아가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초기에 진입하기보다 상권이 어느 정도 안정돼 본격적으로 돌아가는 시기에 제값을 주고 들어가는 편이 오히려 현명하다. 결국 제시된 확정수익은 불확실한 수익을 일부 보전해주는 일종의 할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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