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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꿩으로 엿을 만든다고?…겨울철 보양식으로 먹는 '꿩엿'

중앙일보

입력

[퍼즐] 강병욱의 제주 식재료 이야기(4)

제주는 예로부터 땅이 척박해 농사짓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육지와는 달리 단백질 공급원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제주 한라산과 오름의 초지에는 고열량, 고단백질의 꿩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이를 이용한 식품이 많았는데 오늘 소개할 꿩엿도 그중 한 가지다.

꿩은 우리나라 전역에 번식하는 흔한 텃새로 농어촌, 산간초지, 도시공원 등에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사냥새인 동시에 우리 민족과 친숙한 텃새다. 지방마다 꿩에 대한 민요가 전해 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말로는 보통 수컷을 장끼, 암컷을 까투리, 새끼는 꺼병이라고 한다.

꿩은 강한 야성을 지녀서 길들이기 어려운 새로 알려져 있다. 철망 속에 가두어 두면 철망에 계속 머리를 박기 때문에 일반 새장보다 크고 자연적인 풀이나 나뭇가지 등을 넣어서 자연과 유사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야생에서 꿩을 만나면 그냥 숲속에 머리를 박고 꼼짝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제 머리만 숨기면 남도 보지 못할 줄 아는 것이다. 머리 나쁜 사람을 두고 ‘꿩 머리’라고 놀리는 이유가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꿩의 수컷은 몸길이가 80~90㎝ 정도며, 그중 꼬리와 깃이 40~50㎝인 것도 있다. 깃은 금속 광택이 있는 녹색이며, 머리 양측에는 귀 모양의 깃털이 서 있다. 깃은 암컷보다 수컷이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암컷은 몸길이가 55~65㎝이며, 꽁지깃은 20~30㎝로 짧고, 깃털은 황토색 바탕에 고동색 얼룩무늬가 있다.

꿩은 우리나라 전역에 번식하는 흔한 텃새로 농어촌, 산간초지, 도시공원 등에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사냥새인 동시에 우리 민족과 친숙한 텃새다. 우리말로는 보통 수컷을 장끼, 암컷을 까투리, 새끼는 꺼병이라고 한다. [사진 강병욱]

꿩은 우리나라 전역에 번식하는 흔한 텃새로 농어촌, 산간초지, 도시공원 등에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사냥새인 동시에 우리 민족과 친숙한 텃새다. 우리말로는 보통 수컷을 장끼, 암컷을 까투리, 새끼는 꺼병이라고 한다. [사진 강병욱]

꿩의 산란기는 4월 하순에서 6월까지이며, 1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포란 기간은 약 21일이며, 알에서 막 깨어난 새끼는 곧 스스로 활동하고 먹이를 찾는 조숙성 조류다. 산란기를 거쳐 겨울철에 가장 살이 찌고 영양이 풍부해 제주 사람들은 이때 꿩을 잡았다. 농한기인 겨울에 여럿이 함께 들판을 누비며 꿩을 사냥했다. 꿩 사냥 자체가 즐거운 절기 놀이였고, 꿩엿은 중요한 세시 음식이었다.

옛 문헌을 찾아보면 꿩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나는 것이 마치 화살 같다. 한 번 날아서 그대로 떨어진다. 크기가 닭만 하고, 아롱진 빛깔에 수놓은 깃털을 지녔다. 수컷은 몸체가 아름답고 꽁지가 길다. 암컷은 무늬가 어둡고 꽁지도 짧다. 성질이 싸움을 좋아한다.”

『삼국사기』에서는 꿩을 왕에게 바쳤다는 여러 기록이 나온다. 꿩을 왕에게 바쳤다는 것은 그것이 드물고 귀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루에 쌀 서 말의 밥과 꿩 아홉 마리를 먹었다’는 내용으로 보아 꿩은 일찍부터 우리 민족이 식용으로 사냥했던 야생조류임을 알 수 있다.

꿩은 예부터 보양 식품으로 주목받았다. 선조들은 까투리 육회, 꿩만두, 꿩 밀국수, 꿩고기 떡국 등을 겨울철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다. 특히 꿩고기는 고단백 알칼리성 식품인 데다 불포화 지방산이어서 몸에 이롭다. 기운을 돋우고 당뇨에 좋으며, 간에 좋아 눈을 밝게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맛이 시고 무독하여 몸에 좋으며, 설사를 그치게 한다. 그리고 꿩은 귀한 음식이나 미독이 있어 생식하여서는 안 되며, 9~12월 사이에 먹으면 괜찮다고 한다. 또한 누창을 고친다고 하여 치료제의 역할도 했다고 한다.”

사실 꿩을 ‘엿으로 만들어 먹는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제주에서 다양한 식재료를 찾아보고 경험해 보면서 꿩이라는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은 정말 극소수였다. 지인의 소개로 중상간쪽에 있는 꿩 요리 전문점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꿩을 활용한 코스요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점은 꿩 샤브샤브였다. 손질된 꿩도 처음 보았지만 뜨거운 국물에 꿩을 살짝 데쳐 먹는 행위 자체가 독특했다. 식감은 생각보다 부드러웠고 깔끔했다. 꿩고기 안에서 나오는 담백한 기름이 입안에서 맛을 돋웠고, 육수까지 더 감칠맛 나게 하여 주었다. 또 메밀이 주 생산지인 제주에 걸맞게 메밀로 만든 국수를 마지막에 꿩 샤브샤브에 넣어 먹는데, 이것 또한 일품이었다. 일반적으로 닭의 뼈를 활용해 육수를 내는데, 꿩의 뼈로 육수를 만들면 전혀 새로운 맛이 나올 것 같았다. 닭보다는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맛이 더 깊은 느낌이었다.

그럼 제주에서 만들어 먹었던 꿩엿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선 겨울철 꿩을 잡아 털을 제거해 손질한다. 손질한 꿩으로 육수를 끓여야 하므로 손질한 꿩을 깨끗이 씻는다. 씻어준 꿩을 물에 넣어서 2시간 정도 푹 삶는다. 삶은 꿩은 건져내 푹 식히고, 식힌 꿩은 뼈를 제외한 살을 얇게 뜯어 준비한다. 닭계장에 들어가는 고기의 크기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꿩을 넣고 삶은 육수에 깨끗이 씻은 찹쌀을 넣어주고, 찹쌀이 타지 않게 힘을 주어가며 섞어준다. 찹쌀이 타기 시작하면 타는 향이 올라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조리된 찹쌀과 엿기름을 섞어 발효 과정을 거쳐 발효된 엿기름 건더기를 걸러내어 6시간 정도 푹 조린다. 엿물이 어느 정도 졸아들면 손질한 꿩을 넣어서 계속 조린다. 조청과 같은 질감이 느껴지면 꺼내어 식힌다. 완전히 식으면 꿩엿이 완성된다.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 않지만 하나의 꿩엿을 만들기 위해 3일의 시간을 밤을 새워가며 작업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의 음식은 어느 것 하나 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없다.

꿩엿의 맛은 일반 엿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꿩고기가 그대로 들어가기 때문에 오래 씹으면 작은 꿩고기 씹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일반 엿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사진 강병욱]

꿩엿의 맛은 일반 엿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꿩고기가 그대로 들어가기 때문에 오래 씹으면 작은 꿩고기 씹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일반 엿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사진 강병욱]

많은 사람이 꿩엿을 생소하다고 느낄 것이다. 나 역시 너무 생소했고 맛 또한 새로웠다. 일반 엿과 다른 점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엿을 먹으면 꿩의 살코기가 은은히 씹힌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푹 고았기 때문에 덩어리가 진 식감이 아닌 어린아이도 부드럽게 씹어 먹을 수 있는 식감이다. 일반 엿이 들어가는 소스를 대신해서 꿩엿을 넣어 소스를 만들어 보니 향은 더 깊어졌고, 좀 더 새롭고 신비로운 느낌이 났다. 처음 맛을 보면 꿩엿에 대한 매력에 듬뿍 빠질 것이다.

그럼 꿩엿은 일반 엿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꿩엿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많아 위와 장에 부담을 주지 않아서 노인이나 회복기 환자의 보양식 혹은 어린이의 감기와 천식 예방에도 쓰였다 한다. 특히 겨울철, 뜨거운 물에 살짝 넣어 먹거나 원액 그대로 한 숟갈 먹으면 겨울에 감기 한번 걸리지 않는다고 어르신께서 말씀해 주셨다. 꿩엿의 맛은 일반 엿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꿩고기가 그대로 들어가기 때문에 오래 씹으면 작은 꿩고기 씹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일반 엿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꿩엿은 손수 꿩을 사냥하는 노력과 귀한 곡식으로 오랫동안 엿을 고아 내는 노고가 있어야만 얻어지는 음식이었다. 곡식으로 허기를 면하기에도 어렵던 시절에 곡물을 삭히고 오랫동안 고아 곡물로 단맛을 내고 야생에서 꿩을 수렵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집안 어른과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하고 기원하는 마음에서 이뤄졌다. 꿩엿은 연로한 어르신에게 우선 드리는 효성의 음식이자 귀한 아이를 위한 집안 어른의 사랑이 담긴 자애의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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