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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총 4번 이재명 선거자금"...檢·방패 '물증싸움'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들에게 최소 40억원대 뇌물 및 선거자금을 건넨 의혹을 받는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책임자”라고 폭로하면서 검찰 수사가 25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검찰은 법원의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 대표와 주변 인사들에 대해 수년치 계좌추적과 함께 이 대표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스1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49·천화동인 4호) 변호사의 ‘입’에서 출발한 수사가 이 대표가 직접 연루된 ‘물증’을 확보하는 국면이 된 것이다.

검찰은 특히 지난해 4~8월 김용 부원장에 대선자금 수수 의혹 받던 시점 이 대표 부부의 측근인 배모씨가 현금 2억7000만원을 이 대표 농협 계좌에 입금한 사실과 관련해 일부 의심스러운 단서를 포착했다고 한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얼마든지 털어봐라. 이미 지난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부터 나와 가족들의 계좌는 얼마든지 확인하라고 했고, 여러 차례 검찰이 계좌를 확인한 바 있다”며 “재산 신고, 출처도 명확히 했는데 인제 와서 문제 있는 양 얘기하는 건 쇼라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남욱 ‘40억+α’ 전달 폭로 이어 “천화동인 1호 李시장 지분 포함”

남욱 변호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남욱 변호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인 남욱(49) 변호사는 25일 대장동 재판 증인 신문에서 “천화동인 1호(지분 30%)에는 측근들만 아니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본인 지분이 포함된 것으로 이해했다”며 다시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총 4번의 선거, 이 중 2014년 성남시장 재선 자금은 내가 줬으니까 (천화동인 1호 차명 보유는) 이후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및 2018년 도지사 선거와 2021년 대선 경선 자금, 그 이후 이재명 시장의 노후 자금까지 염두에 뒀다고 유 전 본부장에게 들었다”고 하면서다.

지난 21일 재판에서 “정진상 실장, 김용 부원장 등 이 시장 측근들에 유 전 본부장과 김만배(57·화천대유 대주주)씨를 통해 뇌물과 선거자금을 계속 전달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서다. 이날 남 변호사가 2013년 3억5200만원을 시작으로 정 실장 등에 전달했다는 뇌물과 4번의 선거자금을 합산하면 40억원을 넘는다.

남 변호사는 25일 재판에서도 2013년 4월 마련한 3억5200만원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이 소위 말하는 ‘형님들에게 전달해야 하니 먼저 가보라’고 해서 먼저 온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남욱 마련한 뇌물·정치자금, 종착지는 그래픽 이미지. [자료=남욱 변호사 법정진술]

남욱 마련한 뇌물·정치자금, 종착지는 그래픽 이미지. [자료=남욱 변호사 법정진술]

남 변호사는 2014년 6월 지방선거 전후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위한 선거자금으로 김만배씨에 12억 5000만원을 전달했고, 같은 해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별도로 대장동 사업자 선정 등 인허가를 위해 20억원을 전달했다고도 지난 21일 증언한 바 있다. 또 김만배씨로부터 “2017년 매달 화천대유 운영비를 현금화해 3000만원씩 전달했다”“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자금은 유 전 본부장도 모르게 정 실장 측에 줬다”라고도 했다.

김용 부원장 공소장에 포함된 지난해 대선 경선자금 의혹 8억4700만원과 별도의 자금이며 정 실장 구속영장에 포함된 뇌물 1억4000만원의 20배가 넘는 규모다.

정 실장 측은 “줬다거나 줬다고 들었다는 진술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천화동인 1호 차명 및 배당이익 428억원 약속 의혹’의 당사자인 김만배씨는 최근 검찰에서 “지난해 2월 ‘428억원 중 3분의 1은 유동규 자식에게, 3분의 2는 유동규 형들(정진상·김용)에게 직접 줘야겠다’라는 등의 말을 한 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실제 돈을 줄 생각도 없었고 주지도 않았다”며 ‘허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남욱 "천화동인 1호(30%), 李시장측 지분" 법정 증언.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남욱 "천화동인 1호(30%), 李시장측 지분" 법정 증언.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檢 “충분하고 다양한 증거 확보” v. 정진상 “진술뿐 물증 없어”

검찰은 정진상 실장은 아직 기소 전으로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김용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은 재판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증거를 확보했는지 공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신 “충분하고 다양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19년 9월 유 전 본부장이 CCTV에 녹화되지 않기 위해 정 실장이 살던 아파트 5층까지 걸어 올라가 3000만원의 현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관해 “필요한 현장 조사를 거쳤고 제반 증거를 충분히 확인해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했다”고 설명하면서다.

정 실장이 구속된지 이틀 만에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지난 24일 “이유가 없다”고 기각한 것도 혐의가 상당히 소명됐기 때문이란 이야기도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정 실장 측 변호인은 23일 구속적부심이 끝난 뒤 “영장실질심사 과정서 보지 못했던 자료들을 확인하고 저희 입장을 다시 정리해 (재판부에) 말씀드렸다”며 “(검찰 측 자료는) 별로 의미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이 제시한 자료가) 물증이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없습니다. 물증”이라고 선을 그었다. 남 변호사가 제기하는 차명 지분설 역시 김씨나 유 전 본부장의 발언을 근거로 한 간접적인 전언(傳言)인 만큼 직접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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