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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물류 볼모 파업, 국민이 용납 안 해” 초강경 대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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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호 04면

정부·화물연대 강 대 강 대치 

“결심은 섰다.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2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무기한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결국 모든 것은 화물연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를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페이스북 글에서 “모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며 “불법적인 폭력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힌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통령실이 이같이 방침을 정하면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화물운송 관련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전례는 없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말로만 엄포를 놓는 사람이 아니다”며 “화물연대가 파업을 거둬들이지 않는다면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 부대변인은 “발동 시기를 특정해 말하긴 어렵다”고 했지만 파업이 지속될 경우 다음 국무회의가 열리는 오는 29일 의결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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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송사업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사실상 강제 업무 복귀 지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정부는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 초래’라는 발동 명령 조건상 ‘핀셋 업무개시명령’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시멘트를 운송하는 벌크 트레일러(BCT)와 주유소 기름을 운반하는 탱크로리 운송 기사들이 대상이다. 심각한 위기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화물연대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 부문별 구체적 피해액도 집계하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1만2000가구가 들어서는 둔촌주공 재건축 골조 공사가 중단된 게 대표적 사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국 건설 현장의 피해 상황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이란 초강경 카드를 검토하는 건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그만큼 막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 대통령도 이번 화물연대 파업이 서민과 국가 물류를 볼모로 삼는 협박성 파업에 가깝다며 참모들에게 원칙적 대응을 주문했다고 한다. 특히 정부는 지난 6월 화물연대가 안전운임법 일몰제 폐지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나섰다가 정부와 일몰제 연장에 합의했는데도 5개월 만에 다시 총파업에 나선 이상 원칙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다르다”며 “대화의 문은 열어놓지만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원칙을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무회의 이전까지 화물연대와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안전운임제를 둘러싸고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측의 견해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안전운임제 법제화와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더라도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론조사 기관인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경제 위기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이라 정부도 물러설 공간이 많지 않다”며 “양측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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