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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후유증 44%가 허리 통증, 봉침·한약으로 염증 잡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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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호 32면

생활 속 한방

‘1년 치 농사’라 불리는 김장철이 시작됐다. 김장은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며 서로의 김치를 함께 만들고 정을 나누는 대규모 연례행사이자 오랜 전통이다. 하지만 최근 핵가족화 등으로 인구 구조에 변화가 생기며 일손이 부족해짐과 동시에 김장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한 식품기업에서 50대 이상 주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올해 김장 계획’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김장을 포기했다’는 응답자가 2016년 33%에서 2018년 47%, 2020년 56.2%로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장을 포기하게 된 이유로는 ‘고된 노동으로 인한 후유증’이 56%로 가장 많았다. 김장을 하기 위해선 배추와 무를 씻고 자르고 버무리는 등 수많은 작업을 거쳐야 하는 탓이다. 주로 통증을 겪는 신체 부위로는 허리와 어깨, 손목, 무릎 등이 꼽혔는데, 그중에서도 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4.4%에 달했다.

치료 시기 놓치면 종아리 통증 유발

이맘때 허리 통증으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 가운데서도 김장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대부분의 원인은 자세에 있다. 허리를 숙여 소금물을 잔뜩 머금은 배추를 들어 올리거나 장시간 허리를 구부리고 앉아 배춧속을 채우는 자세는 허리에 과도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주로 김장을 하는 연령대 대부분이 퇴행성 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50대 이상이다 보니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척추질환으로 이어진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노화로 인해 약해진 허리에 지속적인 부담이 누적돼 척추 퇴행을 촉진한 것이다.

척추관협착증이란 척추 내부의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척추의 퇴행으로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눌리며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허리를 앞으로 굽히고 걸으면 척추관이 넓어지면서 통증이 줄어들다 보니 ‘꼬부랑 할머니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척추관이 좁고 근육량이 적은 여성에게서 빈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여성 환자 수가 남성 환자 수 대비 1.6배가량 많았다. 특히 50대 이상 연령에서는 척추관협착증 환자 수가 허리디스크 환자 수보다 24만2000여명 많은 만큼 여성 시니어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 시기를 놓쳐 협착 정도가 심해질 경우 다리가 저리거나 고무처럼 느껴지는 감각 이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종아리가 터질 듯한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다리 통증으로 인해 20분 이상 걷기가 힘들어지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한다.

따라서 조기에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치료법으로는 봉침과 한약 처방 등 한방 보존치료가 있다. 봉침은 벌에서 추출한 봉독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해 활용하는 치료법으로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을 빠르게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천수근을 주요 한약재로 하는 청파전H와 같은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뼈를 강화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실제로 한약의 척추관협착증 치료 기전은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최근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산화의학과 세포 수명(Oxidative Medicine and Cellular Longevity)’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청파전H의 주요 약재인 천수근이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세포 회복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연구팀은 쥐의 손상된 척수 세포에 3가지 농도(50, 100, 200㎍/mL)의 천수근을 처리한 뒤 관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천수근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사멸되거나 신경돌기가 끊어졌던 세포들이 회복되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한 동물실험에서도 천수근 농도에 비례해 염증반응이 억제된 것이 확인됐다.

아직 김장을 앞두고 있다면 김장 준비에 앞서 척추 건강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척추에 집중되는 부담을 분산시켜 허리 통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자세다. 특히 소금물에 절인 배추 한 포기는 약 4㎏에 달하는데 이를 허리의 힘으로 들어 올리면 바르게 선 자세 대비 2배가 넘는 압력이 가해진다. 따라서 무거운 물건을 운반할 때는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 옮기는 방법을 권한다. 또한 허리만 숙인 상태로 물건을 들어 올리기보다는 무릎을 굽힌 자세로 물건을 몸에 최대한 밀착시킨 다음 다리에 힘을 주면서 천천히 일어서도록 한다.

김장 도중 틈틈이 휴식을 취하는 것도 척추 건강을 위한 요령 중 하나다. 1시간에 한 번씩 허리를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면 특정 허리 근육에 부담이 누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간단하면서도 척추 건강에 좋은 동작 중 하나로는 ‘햄스트링 스트레칭’이 있다.

한약재 천수근, 세포 회복 촉진 효과

햄스트링 스트레칭은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정상적인 허리 만곡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먼저 의자의 1m 뒤에 서서 다리를 골반 너비로 벌린다. 상체를 숙여 의자 등받이 윗부분을 잡고 허리는 아치 형태를 만든다. 이어 어깨를 아래로 지그시 누르며 엉덩이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햄스트링 근육이 이완되는 것을 느낀다. 15초간 자세를 유지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3세트 반복한다.

김장이 베란다나 야외에서 이뤄지는 경우 체온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추위에 노출된 신체는 열의 발산을 막기 위해 근육과 인대를 수축시키는데 이때 척추의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작은 충격에도 부상 위험이 커지며 평소 허리 통증을 겪어왔다면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으므로 옷을 따뜻하게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꺼운 옷을 한 벌만 입기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벌 껴입어 보온 효과를 높이고 중간중간 따뜻한 차를 마셔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을 권한다. 움직임이 불편해 겉옷을 입는 것이 꺼려진다면 목도리나 넥워머 등으로 목을 감싸도록 하자. 목은 신체 기관 중 체온 조절이 가장 취약한 부위인 만큼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온 가족이 한 해 동안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동을 요구하는 일이다. 이로 인해 고된 노동으로 여겨지고 있는 김장이 정을 나누는 하나의 연례행사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온 가족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서로 힘을 보태며 행복하고 건강한 연말을 맞이하도록 하자.

하인혁 부천자생한방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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