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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대유행] 속도·코로나에 지친 피로사회, 참선·기도·요가 수요 급증…명상 앱 시장 2027년 11조 넘을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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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호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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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각종 축제·행사에서도 마음챙김 프로그램이 필수가 됐다. 지난달 열린 궁중문화축전의 ‘심쿵쉼궁’은 최근 복원된 경복궁 향원정에서 명상과 아로마테라피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사진 한국문화재재단]

최근엔 각종 축제·행사에서도 마음챙김 프로그램이 필수가 됐다. 지난달 열린 궁중문화축전의 ‘심쿵쉼궁’은 최근 복원된 경복궁 향원정에서 명상과 아로마테라피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사진 한국문화재재단]

‘마음 안으로 떠나는 여행’이 대세다. ‘마음챙김’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마음챙김은 구체적 명상(瞑想)의 방법을 일컫는 용어이며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에 대응하는 순우리말 단어다. ‘내면에 집중해 깨어있는 몸과 마음을 만드는 태도와 방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구체적인 형태로는 참선·기도·요가부터 걷기·산책·반려동식물 키우기 등 매우 광범위하다. 요즘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특정 소리를 듣는 ASMR, 만다라 그리기 등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코로나 블루’를 통과하면서 생긴 불안·우울·스트레스를 다스리고 극복하기 위한 방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는 2017년 68만169명에서 2021년 91만785명으로 4년 만에 33.9%나 늘었다. 불안장애 환자도 2017년 63만3862명에서 2021년 81만9080명으로 29.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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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시장도 확산 일로다. 마음챙김 명상 앱 마보(mabo)가 제시한 ‘데이터 브리지 마켓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0억 달러(2조6570억원)였던 글로벌 명상 앱 시장이 연평균 10.4%씩 성장해 2027년엔 90억 달러(11조9569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조계사·화계사(이상 서울), 월정사(강원도 오대산) 등 유명 사찰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와 명상캠프 등은 한 달 전에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서울 마포에 사는 직장인 정영환씨는 시간 날 때마다 집 근처 석불사를 찾아 108배를 한다. 정씨는 “정성을 다해 108배를 하고 나면 일과 사람들로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현실은 힘들지만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품고 절을 내려오게 된다”고 말했다.

마음챙김이 우리 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은 배경은 무엇이고, 어떤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전문가에게 물었다.

우울증 환자 4년 새 34% 늘어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강원대 심리학과 정은경 교수는 마음챙김 현상이 “시대적 분위기와 에너지가 ‘내향화’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산업화나 세계화 시대는 에너지나 관심, 주의가 주로 외부로 나아가는 ‘외향화’ 시기였다. 이때는 개인도 경쟁과 성취에 휩쓸리고 거기에 가치를 두게 된다. 이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나면서 에너지와 관심이 다시 개인 내면으로 흐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과도한 외향화에 따른 피로와 불편감이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어느 정도 회복되고 상쇄되고 있는 흐름이라고 본다.

정 교수는 ‘감소된 희망’ 요인도 짚었다. “SNS와 유튜브 등의 영향으로 ‘부유하고 행복한 사람들이 많다’고 착각하면서 ‘목표’가 비현실적으로 높아졌다. 반면 목표 달성 방법이 점점 불확실해짐에 따라 외부적 성취와 성공에 집중해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견디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에너지를 쓰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본(本)명상’에서 강사로 활동하면서 멘탈코치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천비키씨는 “눈뜨자마자 광고와 영상 등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나 마음이 쉴 공간이 없다. 레이저를 이용해 길바닥에도 광고를 쏘고, 하늘에 광고를 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 정도까지 됐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마음챙김은 생존의 방식이다”고 말했다.

천 코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겨난 고립감도 마음챙김 신드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코로나라는 병 자체보다 고립되는 삶이 훨씬 더 무섭다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정서·상태·의도·감정 등이 어떤 좌표에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 공포와 고립감을 극복할 수 없다. 그래서 마음챙김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정은경 교수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혼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물리적 시스템과 사회적 규범화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혼밥·혼술 등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의식도 많이 바뀌었다. 팬데믹은 오롯이 혼자 하는 마음챙김 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줬다”고 분석했다.

편안한 마음에서 통찰력 나와

인터넷 매체 ‘마음건강 길’을 운영하고 있는 함영준 대표는 중앙언론사 기자와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했다. 50대 초반에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명상을 만난 그는 명상의 필요성과 효능을 알리는 독실한 전도사 역할을 맡고 있다.

함 대표는 “나는 마음챙김을 피트니스(운동)로 보고 마음챙김 훈련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에 나의 주의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내 모습(생각·감정·감각)을 그냥 바라보는 걸 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상을 ‘평안→기쁨→통찰→영성’의 과정으로 설명했다. “편안하게 앉아 천천히 복식호흡을 하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그러면 복잡하던 생각이 조금씩 통제 가능하게 된다. 시속 100㎞로 달리다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으면 힘들지만 시속 20㎞에서는 어떤 상황이든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면 잔잔한 기쁨이 온다. 벅찬 환희와는 다른 느낌이다.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라는 책을 쓴 차드 멍탄은 그때의 기쁨을 인간이 원래 가진 디폴트(기본값)라고 정의했다.”

함 대표가 설명을 이어갔다. “그 다음 단계는 통찰이다. 그냥 보는(視) 게 아니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觀) 것이다. 여기에서 세상의 모든 현상과 인간관계를 꿰뚫어보는 지혜가 나온다. 기자라면 기사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어떻게 접근하고 완성도 높은 기사로 만들 것인가가 머릿속에 확 떠오르는 것이다.”

이 통찰까지가 세속의 단계라면 수도자는 여기서 한자락 더 높은 영성의 세계로 들어간다고 한다. 욕망과 번뇌를 일부러 끊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끊어지고, 세 끼 밥 먹고 일하는 일상은 똑같지만 차원이 다른 세상을 살게 된다는 뜻이다.

함 대표는 “명상을 하면 마음 근육과 회복 탄력성이 좋아지고, 다른 사람에게 넉넉한 마음을 품게 된다. 스트레스나 안에 쌓인 감정의 찌꺼기를 해소하니까 독한 말, 험한 말을 안 하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는 지난 7월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서 열린 1박2일 템플스테이 명상캠프에 참가했다. 캠프를 진행한 자현 스님(월정사 교무국장)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누우라”고 했다. 눈을 감은 채 미간에 의식을 두고 천천히 호흡을 한다. 들이쉬면서 ‘현성법신(現成法身)’, 내쉬면서 ‘현법열반(現法涅槃)’을 조용히 읊조린다. ‘지금 진리가 성취되니,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언제나 고요하다’는 뜻이다. 온갖 상념이 떠올랐다 사라졌지만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여기저기서 가늘게 코 고는 소리도 들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15분쯤 지나 스님이 우리를 깨웠다. 뭐가 보이거나 특별한 느낌이 있었는지 묻자 10여 명이 손을 들었다. 자현 스님은 “작은 빛 또는 구체적인 형상이 보이거나 귀에 뚜렷한 소리가 들리는 경우도 있고, 유체이탈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건 별 의미가 없다. 궁극으로 가면 깨달음이나 신통(神通)을 얻을 수 있지만 명상의 현실적인 목표는 내면을 정리하고 자기중심을 세우는 것, 그것을 통해 세상을 살아내는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온 박수진씨는 “명상을 제대로 배우기에는 1박2일이 짧게 느껴졌다. 꾸준히 수련하면 몸과 마음이 강해지고 자존감도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명상은 불교와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타 종교인이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부담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명상의 세계화 과정을 보면 근원이 불교에 있는 건 사실이다. 1960년대 미국의 반전(反戰) 세대가 베트남·미얀마·태국 등을 여행하면서 소승불교의 수행법인 위빠사나를 배워왔다. 메사추세츠공대에서 분자생물학을 가르치던 존 카밧진 교수가 이를 심리학 이론과 결합해 체계화하고 ‘문화상품’으로 만들었다. ‘마음챙김에 기반을 둔 스트레스 감소법’(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이 그것이다. 이 기법의 효능이 알려지고 대체의학으로 공식 인정받음으로써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처럼 명상이나 마음챙김이 불교와 관련이 큰 건 사실이지만 그 기제는 기독교나 천주교 등의 기도와도 일부 연결되어 있다. 명상을 접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믿는 신앙의 가치를 새로운 차원에서 깨달았다는 목사·신부 등 종교 지도자들이 꽤 있다.

분명한 목적지 향해 멘토와 함께

유튜브에는 반려식물 키우기로 마음챙김을 권하는 콘텐트도 많다.[사진 유튜브]

유튜브에는 반려식물 키우기로 마음챙김을 권하는 콘텐트도 많다.[사진 유튜브]

마음챙김에도 성별·연령 등에 따른 특징이 나타난다. 정은경 교수는 “마음챙김 역량은 인구통계적 차이가 좀 있는 편이다. 연령과 학력이 높을수록, 여성보다 남성이 마음챙김 역량을 스스로 높게 보고하고 있다. 반대로 마음챙김 명상의 효과는 연령이 낮을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아무래도 마음챙김이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수용하는 작업인 만큼 정서성이 높은 집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천비키 코치는 “남성은 감성을 끌어와서 하는 명상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을 지켜보고 알아차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여성은 감정을 해소하고 분출하는 명상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향초를 켜고 릴랙스 한다든지 만다라 그림 그리기, 뭔가를 만들면서 하는 프로그램 등이다”라고 소개했다.

명상에도 빈부차가 있다. 시설이 잘 갖춰진 숲속 리조트를 통째로 빌려서 비건·유기농 음식을 먹고 심신을 이완시켜주는 스파·맛사지 등을 받는 고급 프로그램이 인기다. 연예인이나 부유층이 선호한다. 반면 1박2일 10만원대 템플스테이 같은 프로그램은 한 방에 여러 명을 수용해 군대 내무반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함영준 대표는 “존 카밧진의 MBSR 7주 프로그램은 책만 보고도 할 수 있다. 비싼 게 다 좋은 건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모임을 잘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음챙김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미디어가 관심을 갖고 상업자본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당연한 현상이며 시장이 커질 수 있는 기회”라면서도 부작용을 경계했다. 정은경 교수는 “다양한 서비스로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포장되거나 과장된 프로모션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명상 앱 초기화면. 왼쪽부터 코끼리, 마보, 헤드스페이스, 캄. [사진 앱스토어]

다양한 명상 앱 초기화면. 왼쪽부터 코끼리, 마보, 헤드스페이스, 캄. [사진 앱스토어]

천비키 코치도 “명상은 나를 알아가고 깨달아가는 과정인데 그 속에서 에고의 확장, 또 다른 양적 팽창, 성공해야 가치 있는 존재라는 자본주의 존재론으로 갈까봐 걱정이다. 명상의 궁극은 진정한 행복, 나로 인해 모든 이를 이롭게 하는 것인데 에고의 팽창과 확산으로 나를 또 괴롭히는 도구로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더 구체적으로 마음챙김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역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알아봤다. 정은경 교수는 “마음챙김은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을 억누르거나 피하지 않고 그대로 인식하도록 한다. 이 방법은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다수 보고되고 있으므로 급성 고통이나 감정적 혼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천비키 코치는 “요즘 인터넷이나 유튜브로 하는 명상이 유행하고 있는데 기분 좋고 편안한 쪽으로만 빠지면 목욕이나 스파 가는 것과 다름없다. 거기에 안주하면 안 되고 내 삶을 바꿔줄 수 있는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고통도 직면해야 한다. 제대로 된 명상센터에서 좋은 멘토를 만나 확실한 방향과 목적지를 정하고 가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불운이 인생의 터닝포인트 될 수 있어

마음챙김 현상은 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인구가 증가할수록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종의 유행을 넘어서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생활양식의 하나로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대 대체의학대학원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강의하는 배영대 교수는 “명상·참선은 알아도 마음챙김이라는 용어는 일반인에게 낯설었다. 그런데 이 용어를 알아듣거나 쓰는 사람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마음챙김을 소재나 주제로 한 드라마·책·이벤트도 급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대형 재난이나 가족과의 이별, 갑자기 생기는 병 등 사회적·개인적 어려움이 나쁜 일만은 아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을 튼튼하게 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고, 마음챙김 명상이 그걸 도울 수 있다. 옳고 그름, 좋음과 싫음, 내편과 네편을 가르는 분별·집착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마음챙김이다. 절대 무리하거나 욕심내지는 말되 절박함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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