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녹음된 ‘SK 100억’…대선자금 수사 시작이었다 ①

  • 카드 발행 일시2022.11.28

1회. 대선자금 수사의 문이 열리다

대한민국 특수부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는 그리 길지 않았다. 참여정부 첫해인 2003년부터 이듬해까지였다. 그 정점에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자리한다. 특수수사의 전범이자 검사들이 언젠가는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다. 당시 검찰엔 ‘기획통’ 송광수 검찰총장, ‘특수통’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콤비가, 청와대엔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다.

검찰과 수사에 대한 노무현의 태도는 이중적이었다. 검찰 개혁을 도모했지만 스스로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측근 비리는 부끄러웠고 측근들은 안쓰러웠다. 그렇다고 권력을 동원해 수사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상관치 말고 전모를 밝히라”고 승부수를 던졌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지략과 결단력을 겸비한 ‘송짱’과 원칙과 뚝심의 ‘안짱’이 지휘한 검찰은 역대 가장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나라종금 재수사’(2003년 4~6월)는 서막이었다. 대북송금 특검에서 파생한 ‘현대 비자금 사건’(6~7월)은 정몽헌의 자살로 조기 마감됐다. 전열을 가다듬고 ‘불법 대선자금 사건’(8월~이듬해 5월, ‘대통령 측근 비리’ 포함) 수사에 올인했다.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하자 국민들은 열광했다. 특수수사의 큰 획이 그어졌다.

제2의 화양연화를 꿈꾸던 검찰은 MB 정부 출범 후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큰 산을 넘을 뻔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물거품이 됐다. 거악 척결의 상징이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 줄창 내리막길을 달렸다. 현대사의 격변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벼랑 끝에서 일어났다. ‘특수통’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통령 당선이다.

중앙일보는 〈“권력의 문지방을 넘어라”-특수부 비망록〉 첫 번째 순서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640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을 재조명했다. 이제 두 번째 순서로 〈특수부의 화양연화:대선자금 수사〉를 11월 28일부터 매주 월·화 2회씩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