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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동갑 선배’ 은퇴에 부쳐…롯데 최준용이 보내는 편지

중앙일보

입력

롯데 시절의 진명호. 사진 롯데 자이언츠

롯데 시절의 진명호. 사진 롯데 자이언츠

‘이별의 계절’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지만, 이별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최준용(22)도 요새 이러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친해진 동료가 현역 유니폼을 벗고 떠났기 때문이다. 바로 ‘띠동갑 선배’ 진명호(33)다.

진명호는 2009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지명 1라운드로 데뷔한 뒤 줄곧 롯데 유니폼만 입고 뛰었다. 불펜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는 아니었지만,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하는 투수로 불렸다. 특히 2018년과 2019년에는 주전 마당쇠로 뛰며 롯데 허리의 빈 공간을 채웠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조금씩 핵심 전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고, 올해 허리 부상이 계속되면서 결국 마운드를 떠나기로 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결정된 진명호의 은퇴를 아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다. 최준용이다. 최근 만난 최준용은 “선배님께서 은퇴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내가 올 시즌 도중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때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선배가 바로 진명호 선배님이기 때문이다”고 입을 열었다.

지난해 롯데의 필승조로 거듭난 최준용은 올해 부침을 겪었다. 20홀드의 위용은 사라졌고, 구위 저하로 마운드에서 고개를 숙이는 날이 많아졌다.

최준용은 “선배님께서도 나처럼 좋았을 때와 좋지 않았을 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의 경험담을 많이 들려주셨다”면서 “하루는 ‘너는 재가 본 투수 중에서 최고인데 왜 그렇게 주눅이 들어있나.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가장 자신 있는 공만 던지라’고 하셨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선배의 일침은 계속됐다. 최준용은 “2군으로 내려갔을 때는 ‘여기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정말 나처럼 될 수 있다. 열흘만 쉬고 온다는 생각으로 마음가짐을 먹어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또, ‘계속 2군에만 있으면 그저 그런 선수가 되는 것이다. 네 실력으로는 무조건 1군에서 던져야 하는 선수다. 이 말을 꼭 명심하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롯데 최준용. 연합뉴스

롯데 최준용. 연합뉴스

사실 진명호와 최준용은 처음부터 친해진 사이는 아니었다. 2020년 입단한 최준용은 데뷔 초기만 하더라도 12년 나이 차이의 띠동갑 선배를 어려워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서로 속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됐다.

최준용은 “이제 막 서로 친해지던 시기였는데 선배님께서 은퇴하셔서 너무나 아쉽다”면서 “선배님께서 어떤 새로운 인생을 택하실지는 아직 모르겠다. 무엇을 하시든 후배로서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최준용은 최근 있었던 이야기 하나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나는 항상 진명호 선배님을 선배님으로 불렀다. 그런데 얼마 전 통화하다가 선배님께서 한마디 하시더라. 이제부터 나를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혼낼 거다. 앞으로 형으로 부르라면서 말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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