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 공작소③ : 다양한 직업, 미래 일자리
진신혜(29·여)씨는 서울의 한 홍보회사에 2년째 다니고 있다. 적성에 맞아 입사한 게 아니다. 그는 3년 안에 디저트 가게를 내는 게 목표다. 홍보 회사에서 일하면 디저트 가게 운영에 필요한 마케팅기법 등을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주중엔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업무처리에 최대한 집중하고 주말엔 제과학원에 다니며 창업을 준비 중이다.
일자리 컨셉트가 바뀌고 있다. 2030 청년세대는 평생직장 대신 평생 ‘업’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경제활동의 주축이 될 Z세대(1996~2003년 출생자)에서 더욱 뚜렷하다.
옅어지는 ‘일≠직업’ 인식
24일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10월 발표한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대가 낮을수록 ‘일≠직업’이란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는 일은 ‘직업을 갖는 것’(17.3%)이라기보단 ‘업무를 하는 것’(35.6%)으로 받아들였다. 30~50대 연령대와 다르다. 또 Z세대는 ‘여러 직장을 경험하고 싶다’는 응답 비율(52.9%)도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는 만 19~59세 직장인 1100명이 참여했다. 이 중 Z세대는 104명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관계자는 “20대 청년들은 직업을 통한 고용안정, 경제적 가치보단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개인의 발전과 성장, 즉 다양한 경험을 통한 커리어 개발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현실 속 청년들이 실제 바라본 직업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7일 국무조정실은 100여명의 청년이 참여한 가운데 다양한 직업, 미래 일자리 등을 주제로 청년정책 DIY 프로젝트 ‘청년정책 공작소’를 개최했다.
‘저 청소 일하는데요?’ 작가의 말
『저 청소 일하는데요?』 저자 김예지 작가는 이날 강연에서 “회사 다닐 때 ‘내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많았고 그래서 청소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며 “현재 월·수·금은 청소부로, 화·목·토·일은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는데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업을 갖는 무의식엔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거나 나를 증명하는 수단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중요한 건 현실 속에서 내가 원하는 일이나 삶을 위해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장은 “우리는 일과 삶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해서 바라보는 게 아닌 일자리와 가정·가족·사회·웰빙 등 삶을 정의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조화롭게 포용 되는 접점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들 "빠른 변화에 길 잃는 느낌"
이날 청년정책 공작소 현장에선 취업문제 등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쏟아졌다. 20대 청년 A씨는 “경력을 쌓기 위한 인턴 면접에서도 되려 경력을 요구한다”며 “바뀌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도 더 빠른 변화에 길을 잃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청년은 “졸업 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탐색할 시간과 성장기회 없이 취업 시장에 내던져진다”며 “내게 맞는 일을 찾을 기회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청년들이 원하는 취업준비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직무 경험 및 경력개발 기회 확대’(73.7%)를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조실 "청년 목소리 정책 반영"
정부 역시 대안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우선 민·관 협업을 통한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과 재학생 맞춤형 취업서비스 사업, 청년창업 생태계 조성사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청년정책 공작소에서 제기된 것처럼 이들이 보다 많은 직무 경험 등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청년의 목소리를 정책에 최대한 반영하려 청년보좌역 제도를 7개 부처에서 운영하고 있다.
고용부 '2030 자문단' 내달 출범
임소형 고용노동부 청년보좌역은 “일자리 정책 전반에 청년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2030 자문단’을 구성해 다음 달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이날 일자리 주제를 마지막으로 정책소통의 장인 ‘청년정책 공작소’를 마무리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들 청년의 의견을 앞으로 정책 개선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중앙일보·국무조정실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