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605대 다니던 수도권 물류허브, 운행 2대뿐”

중앙일보

입력 2022.11.25 00:03

업데이트 2022.11.25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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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4일 경기도 의왕시의 한 수소충전소에 화물연대 총파업 사전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24일 경기도 의왕시의 한 수소충전소에 화물연대 총파업 사전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1 터미널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서경본부(화물연대) 총파업 출정식에서 반복된 구호다. 터미널 주변에는 파업에 참여한 수십 대의 대형 화물차가 늘어섰고, 그 옆엔 ‘안전운임제 확대! 가자. 총파업’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날 출정식에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안전운임제만이 화물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법 제도”라고 주장했다. 안전운임제는 최소한의 화물 운송료를 보장해 화물차 운전자 과적과 과속·과로 등 고질적인 문제를 막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컨테이너 등 일부 화물에만 도입됐으며 일몰제에 따라 올해 말 종료된다. 화물연대는 일몰제를 없애고 적용 품목 또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부산시 강서구 부산신항에서도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 출정식이 열렸다.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에서 열린 출정식 열기는 지난 6월 집단 운송거부 때만 못했다. 출정식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수많은 화물차가 끊임없이 부산신항을 드나들었다. 화물연대 지휘부가 “물류 멈추자”고 외쳤지만 일부 화물차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날 부산신항에는 주최 측 추산 약 1000명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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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부산시 남구의 한 화물차 주차장에 운행을 멈춘 트레일러들이 주차돼 있다. 송봉근 기자

이날 부산시 남구의 한 화물차 주차장에 운행을 멈춘 트레일러들이 주차돼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6월에도 화물연대는 8일 동안 집단으로 운송을 거부했다. 당시 물류 차질로 1조6000억원가량 업계 손실이 발생한 지 5개월여 만에 다시 집단 운송거부에 나섰다.

반년도 안 돼 재개된 집단 운송거부에 산업현장 곳곳에서 혼란과 마찰이 일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완성된 차를 실어 옮기는 화물차인 ‘카 캐리어’ 조합원들이 집단 운송거부에 참여하면서 차량 탁송에 문제가 생겼다. 자동차 카페 등 온라인 공간에선 “1년간 손꼽던 신차 탁송이 이번 집단 운송거부로 막막해졌다” “울며 겨자 먹기로 로드 탁송(신차를 카 캐리어에 싣지 않고 직접 운전해 탁송)에 동의했다”는 등 게시물이 쏟아졌다.

의왕 ICD의 업무도 사실상 마비됐다. 이곳은 42만㎡ 규모의 컨테이너 야적장을 갖춘, 매년 137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가 오가는 수도권 물류 허브다. 의왕 ICD에 따르면 이 기지의 수요일 하루 평균 반출입량은 4402TEU에 이른다. 의왕기지의 이날 장치율(컨테이너를 쌓아 보관할 수 있는 능력)은 52.3%(4만5000TEU 중 2만3527TEU) 수준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화물 운송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의왕 ICD 관계자는 “평소 605대의 화물차가 오가는데 오늘 운행 가능한 화물차는 단 2대”라며 “업체마다 총파업에 대비해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 이번 주까지는 괜찮을 것 같지만 오는 28일부터는 피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5시쯤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운송개시 명령 상정 방침을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파업을 멈추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이 모든 행정기관이 나서 강경 대응 협박만 늘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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