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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윤 정부 막말 비판…그 뒤엔 한·미 ‘해킹 제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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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여정

김여정

김여정(사진)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과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움직임에 반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막말 비난을 했다. 김 부부장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지난 22일 남조선 외교부 것들이 추가적인 독자 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는 나발을 불어댔다”며 “제재 따위나 만지작거리며 지금의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잔머리를 굴렸다면 진짜 천치바보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남조선 졸개들이 제재 압박에 필사적으로 매여달릴수록 우리의 적개심과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그것은 그대로 저들의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로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난 22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을 감행할 경우 북한의 사이버활동 관여 인사에 대한 제재 대상 지정과 사이버 분야 제재 조치 부과 등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지난 17일 한·미 공동 민관 심포지엄에서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는 핵 위협과 직결된다”며 “북한은 지난 3월 해킹 한 건으로 약 6억 달러(약 8000억원)를 벌었는데 올 상반기 31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들어간 돈이 약 4억에서 6억 달러 정도”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백두혈통’인 김 부부장이 직접 나서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에 맞대응한 것을 볼 때 북한이 사실상 유일한 외화벌이 수단인 불법 해킹과 암호화폐 탈취에 대한 한·미의 추가 제재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이틀 전인 지난 22일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한 데 대해 “명백한 이중 기준”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대북 제재 비난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정권 반대투쟁을 선동하는가 하면, 전·현 정권을 비교하면서 남남갈등을 조장했고, 대남 공격 위협도 했다.

김 부부장은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을 아니었다”고 위협, 지금은 서울이 과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서울 과녁까지 언급한 것은 정부의 대북 기조에 대한 극도의 적개심과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도발이 초래하고 있는 위태로운 한반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한·미 훈련에 이어 독자 제재 움직임을 향후 ICBM 발사나 7차 핵실험 감행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통일부는 이날 “국가원수에 대해 저급한 막말로 비난하고 초보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현 한반도의 긴장 국면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등으로 초래됐음에도 도적이 매를 드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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