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1년새 두배, 급매 내놔도 안 팔린다"…영끌족 비명

중앙일보

입력 2022.11.24 18:10

업데이트 2022.11.24 18:16

서울의 한 아파트 전경. 중앙포토

서울의 한 아파트 전경. 중앙포토

2년 전 서울 목동에 아파트(약 27평)를 장만한 황씨(33)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뛰는 집값에 불안해하다가 큰맘 먹고 전세로 살고 있던 집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샀는데 올해 들어 이자 부담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황씨는 전세 살았던 아파트를 2년 전 12억7000만원에 샀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억원을 대출받은 황씨가 매달 부담하는 이자는 110만~120만원 수준이다. 현재는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0.5%에서 3.25%로 오르며 대출금리도 두 배 가까이 뛰어서다.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그는 3개월 전에 집을 내놨다. 지난해 말만 해도 16억~17억원에 거래됐지만, 14억원에 내놨는데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 그는 “집 보러 온다고 한번 연락이 왔는데 5000만원을 더 깎아줄 수 있냐고 해서 안 된다고 했더니 안 오더라”며 “중개업소에선 13억원 정도를 말하는 데 금융비용 등을 따지면 손해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락같이 오르는 금리와 얼어붙은 주택시장에 ‘영끌족’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집을 가지고 있자니 대출금리 부담이 크고, 팔고 싶어도 산다는 수요가 없어서다.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3%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가 3.25%까지 오른 건 2012년 6월 이후 10년 5개월 만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도 빠르게 뛰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1분기 연 2.67%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3분기 연 4.43%까지 상승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최저 5%선, 최고 7%대에 이른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업계에선 주담대 금리가 연 8%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집값 급등기에 저금리 기조를 타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신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만 139만3000여 명이 주택 구매에 나섰다. 대부분 대출받은 이들이다. 두배로 늘어난 이자를 부담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주택 매도에 나서고 있지만, 이 또한 ‘거래 절벽’으로 쉽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36가구다. 2006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지난 23일까지 거래량은 155건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지난달의 절반에 불과할 전망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비슷한 사정의 급매물이 나오고 사려는 수요는 없다 보니 집값은 내려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52%포인트 하락하며 26주 연속 내리막 행진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대출금리 상승 여파가 전세 시장까지 미치면서 전세수요가 감소하고 매물은 쌓이면서 집값 하락 폭이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급격히 하락하는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대출‧세금‧청약 규제를 풀고 있지만, 약발은 듣지 않는 모양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급작스러운 금리 인상으로 고통에 빠진 이들에 대한 이자 상환 유예 같은 정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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