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5개 물 퍼냈다"…태풍이 할퀸 포항제철소 복구 기적

중앙일보

입력 2022.11.24 15:40

업데이트 2022.11.24 17:53

 23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작업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23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작업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쾅쾅쾅-. 공장 지하에선 모터 재조립 작업이 한창이었다. 거미줄 같은 파이프와 벽·바닥 곳곳엔 검게 눌어붙은 진흙이 남아 있었고, 좁다란 통로로 지나갈 땐 비릿하고 퀴퀴한 뻘 냄새가 코를 찔렀다.

23일 찾은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2열연공장 지하 설비실 모습이다. 포스코가 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 피해를 입은 제철소 복구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침수·화재 피해를 입은지 78일 만이다. 포항제철소는 현재 선강(제선·제강)라인 복구를 모두 마치고, 압연라인 복구에 집중하고 있다. 18개 압연공장 중 1열연·1냉연 등 7개 공장이 재가동에 들어갔고, 2열연공장 등은 복구가 진행 중이다.

2열연공장에선 한해 500만t의 자동차용 고탄소강과 스테인리스 고급강 등을 생산해왔다. 포항제철소 내 연간 생산량의 33%에 달한다. 공장 내부에선 무게 170t에 달하는 압연기용 메인 모터가 수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아직 전기가 복구되지 않아 직원들은 비상 발전기에 의존해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손승락 포항제철소 열연부장은 “2열연공장은 지난 태풍 때 침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라며 “물을 빼내고 토사를 제거하는 데만 6주가 걸렸다. 퍼낸 물이 축구장 5개를 8m 높이까지 채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지하 전기실을 복구하면서 재설치한 전기 케이블 길이가 110㎞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열연공장은 지난 9월 태풍 '힌남노' 당시 가장 큰 침수피해를 본 곳이다. 물을 배수하고 토사를 제거하는데만 6주가 걸렸다고 한다. 사진 포스코

2열연공장은 지난 9월 태풍 '힌남노' 당시 가장 큰 침수피해를 본 곳이다. 물을 배수하고 토사를 제거하는데만 6주가 걸렸다고 한다. 사진 포스코

23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의 침수 모터는 모두 분해해 닦아낸 뒤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쳤다. 사진 포스코

23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의 침수 모터는 모두 분해해 닦아낸 뒤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쳤다. 사진 포스코

모터 복구 작업을 주도한 ‘1호 명장’ 손병락 포항제철소 EIC기술부 상무보는 “2열연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한국 철강 산업이 무너진다고 생각했다”며 “침수된 장비를 새로 주문하면 공급·가동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재가동을 앞당기기 위해 현장에서 복구 중이다. 현재 압연기 모터 13대 중 11대의 복구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최대 500㎜의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한 태풍 ‘힌남노’는 이렇게 포항제철소를 멈춰 세웠다.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하며 제철소를 덮쳤고, 여의도의 약 1.2배에 달하는 제철소 상당 부분이 침수됐다.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 3기가 모두 휴풍(쇳물 생산에 주입하는 뜨거운 바람을 일시적으로 멈춤)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후 49년 만에 처음 발생한 일이었다.

23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2제선공장 3고로에서 출선구를 통해 쇳물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사진 포스코

23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2제선공장 3고로에서 출선구를 통해 쇳물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사진 포스코

23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 포스코

23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 포스코

현재 고로는 모두 정상화됐다. 3고로의 출선구가 열리자 시뻘건 쇳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동시에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김진보 포항제철소 선강부소장은 “지난 50년 가까이 수백 번의 태풍이 지나갔지만 고로 중단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휴풍 덕분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침수 이튿날부터 하루 평균 1만5000명을 투입해 복구 총력전을 펼쳐왔다. 지난 9월 3전강공장을 시작으로, 압연라인을 속속 복구해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1열연공장은 지난달 7일 복구를 마쳤다. 현재는 일부 공정을 개조해 자동차강판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다음 달까지 2열연공장 가동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론 광양제철소 생산량을 늘려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 공정에 설치된 4만4000대의 모터 중 73%가 복구됐다. 내년 2월까지 스테인리스 1냉연공장까지 정상화해 모든 복구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수해 피해 상황과 복구 과정을 면밀히 기록·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난 대비 체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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