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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中공장 '레미제라블' 시위…폭스콘 “퇴사하면 190만원”

중앙일보

입력

지난 23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 등에 항의하며 방역복을 입은 보안요원 등과 대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3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 등에 항의하며 방역복을 입은 보안요원 등과 대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 세계 아이폰의 70%를 생산하는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코로나19 감염 공포와 근무 조건에 대한 불만을 품고 흰색 방호복 차림의 보안요원, 공안(경찰)들과 충돌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폭스콘은 신규 채용 노동자들에게 사직하고 즉시 공장을 떠나면 1만 위안(약 187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시위에 놀란 폭스콘, 긴급 회유책

지난 23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열악한 근무 환경 등에 항의하며 바리케이트를 부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3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열악한 근무 환경 등에 항의하며 바리케이트를 부수고 있다. AFP=연합뉴스

SCMP에 따르면 정저우 폭스콘 공장은 지난 23일 중국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즉시 사직서를 제출하면 8000위안을 지급하고 공장을 떠나는 버스에 탑승하면 추가로 2000위안을 주겠다”며 “해당 금액은 봉급과 격리 수당, 기타 비용을 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노동자들은 여전히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사직 후 집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회사는 그러한 우려를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SCMP는 “이번 보상안은 최근 새롭게 채용된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폭력적으로 변한 이번 시위를 끝내려는 폭스콘의 절박한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대규모 시위가 최근 고용된 신규 직원들을 중심으로 촉발됐기 때문에 이들을 회유하기 위한 보상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달 초에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제라블 ‘민중의 노래’ 부르며 행진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정저우 폭스콘 공장에선 22일 밤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트위터와 더우인 등 SNS에는 기숙사를 나온 노동자들이 보안 요원, 방역복을 입은 경찰들과 대치하거나 몸싸움을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또 다른 영상에선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이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노래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를 부르며 방역복을 입은 보안요원과 경찰들을 향해 행진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시위 진압용 방패를 든 경찰과 맞선 채 “우리 권리를 지키자”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돌고 있다.

“회사가 속였다”…신규채용 노동자 분노

지난 23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 등에 항의하며 방역복을 입은 보안요원 등과 대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3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 등에 항의하며 방역복을 입은 보안요원 등과 대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확한 숫자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에서 이런 규모의 노동자 시위가 벌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시위에 참여한 것은 대부분 신규 고용 노동자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폐쇄식 공장운영에 따른 열악한 근무 조건과 예상보다 적은 임금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회사 측이 내년 2월 15일까지 일하는 노동자에게 추가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가 3월 15일까지 한 달을 더 일해야 해당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꾸면서 노동자들이 분노했다”고 전했다. 또 사용자 측이 일부 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에 감염된 이와 함께 기숙사를 쓰라고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폭스콘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지난달 19일부터 외부와의 접속이 차단된 ‘폐쇄 루프’에서 정저우 공장을 가동해 왔다. 정저우시가 내린 부분적 봉쇄조치 때문이다. 하지만 근무 환경을 견디지 못한 직원들이 대거 탈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공장 철조망을 넘은 노동자들이 고속도로 갓길을 따라 걸으며 고향으로 향하는 동영상이 SNS에 퍼지기도 했다.

아이폰 생산 차질에…애플도 직원 파견

지난 9월 미국 뉴욕의 한 거리에 설치된 애플의 아이폰14 플러스 광고판.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미국 뉴욕의 한 거리에 설치된 애플의 아이폰14 플러스 광고판. 로이터=연합뉴스

이달 초 폭스콘은 아이폰 생산이 차질을 빚자 높은 임금과 한 달 만근 시 1만5000위안(약 290만원)의 상여금을 걸고 신규 인력을 대폭 확충했다. 하지만 채용 노동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임에 따라 아이폰 생산 차질은 불가피해졌다.

폭스콘 정저우 공장은 전 세계 아이폰 생산의 70%를 맡고 있다. 특히 아이폰14 시리즈의 80%, 아이폰14 프로 시리즈의 85%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중국 신랑(新浪)신문은 “아이폰14 프로와 아이폰14 프로맥스의 수령 대기 기간이 종전보다 1~2주 길어져 주문 후 5∼6주 후에나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애플 역시 정저우 공장 시위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4의 생산 차질은 곧바로 애플의 내년 1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 관계자는 로이터에 “정저우 공장의 시위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 직원을 파견해 상주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저우시, 25일부터 5일간 “주민 이동 제한”

이런 가운데 24일 정저우시는 오는 25일부터 5일간 주민의 이동을 제한하는 사실상의 도시 봉쇄를 발표했다. 정저우시는 이 기간 매일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진행할 것이며, 고위험 지역 주민들은 집 밖을 나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 이외 지역 주민은 당국의 허가가 있을 때까지 외출해서는 안 된다고 공지했다. 다만 이번에 전면 봉쇄되는 지역에 폭스콘 공장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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