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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육→냉동육 바꾸기 전 유통기한 24개월로…法 "허위 표시"

중앙일보

입력

가금류 도축업을 하는 닭고기 전문기업 C사는 진천사업부문 산하 영업본부 이사 이모씨의 지시로 2014년 9월 5일 1~2일 전 도축해 냉장 상태로 보관 중이던 닭 지육(도살 후 머리·발·내장 등을 제거한 고기) 1만5120마리를 거래처인 H사에 50% 할인된 가격으로 넘겼다. 추석 연휴 직전 재고 물량을 빠르게 소진하기 위해서다. C사는 냉장 상태의 닭 지육을 냉동육으로 전환하기 위해 H사 냉동창고로 배송하면서 비닐포장지에 기재된 ‘제품명 닭고기(신선육)’ ‘유통기한 제조일로부터 10일’ 문구 위에 ‘제품명 닭고기(신선육)’ ‘유통기한 제조일로부터 24개월’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덧붙였다.

검찰은 이 같은 C사의 행위가 축산물의 명칭, 유통기한 등을 허위로 표시한 것으로 보고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C사가 2014년 1월 27일부터 2015년 5월 21일까지 H사 외 다른 거래처에 판매한 냉장육 13만1290마리에도 같은 방법으로 제품명과 유통기한을 허위로 표시했다고 봤다. 그러나 C사는 ▶냉동육으로 주문받아 냉동육으로 판매했으니 ‘제조일로부터 24개월’이란 유통기한 표기는 허위가 아니고 ▶‘제품명 닭고기(신선육)’ 역시 하단에 냉동보관 등의 사항이 기재돼 있어 허위가 아니라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C사 이사인 이씨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C사에 대해선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통기한에 관해선 “축산물의 유통기한이 제품에 표시되면 함부로 이를 변경할 수 없고, 냉장육을 냉동 전환하고서 임의로 냉동제품의 유통기한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면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냉동 전환일과 새로운 유통기한 등을 보고하도록 한 냉동 전환절차가 형해화된다”, 제품명을 ‘신선육’으로 표기한 데 대해선 “신선육이 냉장육을 의미한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고 판시했다.

그러자 C사는 “벌크 포장 단계의 식육은 아직 냉장육·냉동육 여부를 구별할 수 없는 상태이고, 현실적으로 냉장육 판매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일괄적·기계적으로 먼저 냉장육 비닐포장지를 이용해 포장한 것일 뿐”이라며 항소했다. C사는 “제품명 ‘신선육’은 신선한 식육이라는 의미일 뿐 반드시 냉장육에만 사용하지 않는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 같은 C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2심 재판부는 이씨와 C사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축 → 냉각 → 냉장 → 냉동의 과정을 거쳐 48시간 이내에 냉동제품을 생산하였다고 해서 식품의 위생에 해를 끼쳤다고 볼 수 없다”며 “구(舊) 가축의 도살·처리 및 집유(集乳·낙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수집함) 기준을 준수하면서 냉장 후 냉동을 거쳐 냉동제품으로 출고했는데도, 도축 과정에서 최초 유통기한 7일이 기재된 비닐포장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이 유통기한에 구속된다고 보는 건 매우 불합리해 보인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어 “‘신선육’이라 기재돼 있다고 해서 소비자가 냉장육을 냉동육으로 오인할 만한 가능성도 없었고, 실제 냉동육의 실질과 다르게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는 지난 10일 이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축산물위생관리법과 구 식품위생법 및 하위법령·고시 등의 내용에 비춰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축업 영업자가 도축한 닭을 포장지에 담아 봉인하고 제조일자와 유통기한 표시를 마치는 등 포장을 완료해 판매 가능한 상태에 이른 닭 식육의 냉장제품을 보관하던 중 이를 다시 냉동해서 냉동육의 유통기한 등을 표시, 유통하는 것은 금지된다”며 “제조일자 날인과 포장 등 생산이 완료된 냉장육을 거래처의 냉동창고로 배송해 냉동시킨 것을 정상적인 냉동육 생산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어 “냉장육으로 생산 완료된 닭고기의 상태와 비닐포장지에 덧붙여진 스티커의 표시를 비교해 보면, ‘신선육’이라는 제품명 표시는 냉장육인 닭 식육의 사실과 일치해 허위표시로 볼 수 없으나, 냉동육을 전제한 ‘24개월’의 유통기한 표시는 냉장육인 닭 식육의 사실과 달라 허위표시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냉장육으로 생산이 완료된 상태에서 냉동육에 해당하는 ‘24개월’ 유통기한 표시를 덧붙였으니 이후 냉동으로 전환했다고 하더라도 허위 표시를 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H사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처 판매 제품에 대해선 “냉장 상태인 닭고기의 비닐포장지에 냉동육 스티커를 덧붙인 후 냉동 상태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냉장 상태의 닭고기를 냉동 상태로 만든 후에 냉동육 스티커를 덧붙인 것인지 등을 알 수 없다”며 “닭 식육을 냉동육으로 만든 시점과 경위, 스티커를 덧붙인 시점과 경위, 그에 이르게 된 동기와 전후 과정 등을 더 심리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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