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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출전 않는데도 ‘국뽕’ 제대로 찬 중국, 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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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이 지난 20일 개막했다. ‘사막 한가운데의 월드컵’, ‘유일무이한 월드컵’을 꿈꾼 카타르는 약 2290억 달러(약 308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다. 카타르 월드컵 개최 비용은 앞서 치른 일곱 차례 월드컵 개최 비용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5배 많은 수준이다.

이 같은 사상 초유 규모의 월드컵에 전 세계가 들썩인다.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나라도 환호한다. 그 대표적인 곳이 중국이다. 중국 대표팀은 지난 아시아 조별 최종예선에서 탈락하며 이번 월드컵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출전 이후 5회 연속 불발이다.

그러나 중국 사회엔 지금 월드컵 격양의 빛이 만연해있다. 중국인 수천 명이 경기 관람을 위해 카타르로 떠났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중국에서 카타르로 가는 항공편 예약이 전년 대비 28배 늘었다. 오프라인 곳곳에서의 활발한 마케팅뿐만 아니라 온라인 전자상거래 및 웹사이트의 다양한 행사까지, 월드컵을 주제로 중국 전역이 들썩인다.

한 여성이 11월 17일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 홍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로이터]

한 여성이 11월 17일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 홍보물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로이터]

A부터 Z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
중국인 국뽕차게 만든 이번 월드컵

이번 카타르 대회엔 총 8개의 경기장이 운영된다. 그중 가장 큰 규모는 결승전이 치러질 카타르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 (Lusail Iconic Stadium)으로, 약 11억 달러(1조 4700억 원)가 투입됐다.

황금빛으로 둘린 화려한 외관의 이 경기장의 수용 규모는 약 8만 석. 카타르 월드컵 최고 유산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루사일 스타디움은 글로벌 지속성 평가 산정 시스템(Global Sustainability Assesment System)에서 최고 평점인 별 5점을 받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치러질 카타르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Lusail Iconic Stadium). [사진 셔터스톡]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치러질 카타르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Lusail Iconic Stadium). [사진 셔터스톡]

이 엄청난 규모의 경기장을 지은 곳. 바로 중국 최대 철도 건설사인 중국철도건설그룹(中國鐵建·CRCC)이다. 경기장 시공부터 건축 자재까지 모두 중국산(産)이다.

중국철도건설그룹의 한 직원은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이 해외에 짓는 첫 번째 최대 규모의 경기장으로 유럽의 독과점을 깼다”고 말했다. 실제로 루사일 스타디움은 중국 기업이 참가한 최초의 FIFA 규격 월드컵 경기장으로, 2016년 11월부터 약 6년간 건설이 진행됐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의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CRCC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의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CRCC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

중국철도건설의 시공 목표는 ‘녹색 월드컵’이다. 조명부터 전력 공급, 통신 시스템 등에서 에너지 효율을 크게 신경 썼다. 환경 보호 및 에너지 절약 기술이 건설 전반에 걸쳐 도입됐고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대량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텔린(PTFE) 재질의 거대한 금빛 지붕을 통해 외부의 더운 공기에서 경기장을 보호했다. 이는 경기장 내 에어컨 가동에 따르는 부담을 줄인다. 시뮬레이션 기술을 거쳐 설치된 에어컨 및 통풍 시스템은 카타르의 무더운 여름에도 관중들과 선수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담수 재활용을 통해 경기장 주변 관개 사업까지 진행했다. 루사일 스타디움은 카타르의 랜드마크로 꼽히며 2020년 카타르 중앙은행이 발행한 지폐에 루사일 스타디움이 등장했다. 중국인들은 루사일 스타디움을 ‘왕관의 보석’이라 극찬하며 강한 자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2022년 월드컵의 주 경기장인 루사일 스타디움이 카타르의 새로운 10리얄 지폐에 등장했다. [사진 VCG]

2022년 월드컵의 주 경기장인 루사일 스타디움이 카타르의 새로운 10리얄 지폐에 등장했다. [사진 VCG]

카타르 월드컵에서 눈길을 끈 ‘컨테이너’ 경기장 역시 중국이 만들었다. 974개의 컨테이너로 조립한 ‘974 라스 아부 아부드 스타디움’은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탈부착 및 해체가 가능하다. 974는 카타르의 국제 전화 코드다.

해당 경기장 프레임부터 컨테이너 조립, 페인팅, 장식 등 모든 과정에 중국 국제해양컨테이너(CIMC)가 참여했다. 이곳에서 쓰이는 모든 컨테이너는 CIMC의 양저우 기지에서 만들어진다. 컨테이너는 월드컵 폐막 후 다른 곳에서 재활용되며 경기장 의자 등은 해외 저개발국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새로운 경기장에 도움이 되기 위한 재건축물인 셈이다.

카타르의 ‘974 라스 아부 아부드 스타디움’. [사진 셔터스톡]

카타르의 ‘974 라스 아부 아부드 스타디움’. [사진 셔터스톡]

경기장 바깥도 중국산 제반 시설이 가득하다.

카타르는 국토 전체가 건조 사막 기후에 속해 여름은 최고 50도까지 올라가 매우 덥고 습하다. 11월인 지금도 한낮 기온은 30도를 오르내린다. 고온다습한 기후에도 거뜬히 견딜 차량 제공을 위해 카타르는 중국 업체를 택했다.

중국 위퉁(宇通)버스는 카타르에 전기버스 888대를 포함한 월드컵 전용 차량 1500대를 공급하겠다는 계약을 카타르국가운수회사와 체결했다. 해당 버스들은 경기 관계자, 취재기자, 관중들이 경기장 사이를 오갈 때 사용된다. 특히 전기버스는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도 일반 버스로 활용해 운행된다.

위퉁버스는 “이번 월드컵 기간 중 우리 버스가 전체 교통수단의 30%, 전기차는 전체 25%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월드컵 이후에도 카타르의 대중교통 전기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카타르 자유무역지구에 전기 버스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2년 8월 11일에 촬영된 루사일 스타디움 내부. 중국 기업이 설계한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신화통신]

2022년 8월 11일에 촬영된 루사일 스타디움 내부. 중국 기업이 설계한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신화통신]

고온의 날씨는 경기장에 비치된 디스플레이에도 심혈을 기울이게 했다. 메인 경기장 루사일 스타디움에는 약 30㎡ 크기의 대형 LED 디스플레이가 설치되어 있는데, 높은 방열과 밝기를 요한다. 이 대형 디스플레이 역시 중국의 저우밍커지(洲明科技)가 설계했다.

저우밍커지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유일한 LED 대형 스크린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들은 특수 연구 개발을 통해 화면은 더욱 얇게 만들고 방열 효율을 기존보다 50% 높여 더운 날씨에도 작동이 가능케 했다. 또 특수 칩과 마스크 처리를 통해 스크린 시야각을 크게 만들어 관객의 사각지대를 없앴다.

중국 유력 매체 중국기업가(中國企業家)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에 관여한 중국 A주 상장사는 다양하다.

중국 건설업체 중국건축(中國建築)은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 확장에 참여했고,중국교통건설(中國交建)은 도하의 하마드항을 건설했다. 중국전력건설(中國電建)과 룽지실리콘(隆基綠能)은 카타르 지역 최초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도맡아 월드컵 경기장에 800㎿(㎿) 태양광을 공급한다. 중국 대형 중장비 기업인 삼일중공(三一重工)은 카타르의 8개 전 경기장에 100대 가까운 각종 설비를 제공했다.

중국기업연구소(China Enterprise Research Institute) 수석 연구원 리진(Li Jin)은 중국 증권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 경기장에서 선수촌으로 가는 도로에 이르는 많은 프로젝트 건설이 중국 기업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월드컵에 남다른 ‘프라이드’를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제치고 1위… 월드컵 최대 후원국 된 중국

중국의 월드컵 열기와 자긍심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명 ‘축구광’이라 불리는 완다그룹 회장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은 지난 2016년, FIFA와 8억 5000만 달러 규모의 15년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완다그룹은 코카콜라, 아디다스, 카타르항공사 등과 어깨를 견주는 FIFA 1등급 후원사, ‘FIFA 파트너’ 중 하나다. 완다그룹 산하 완다영화는 쇼핑몰에 월드컵 테마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FIFA 월드컵 스폰서 기업은 총 7곳으로, 그중 세 곳이 중국 회사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Vivo)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유일한 공식 휴대폰 스폰서다. 비보는 이번 월드컵에 총 4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유가공업체인 멍뉴(蒙牛)와 가전기업 하이신(海信)은 각각 6000만 달러, 3500만 달러를 카타르 월드컵에 후원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 기업이 이번 월드컵에 낸 후원금만 약 13억 9500만 달러, 우리 돈 약 1조 9000억 원에 달한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카타르 월드컵 후원금은 미국의 11억 달러를 훌쩍 넘기며 이번 월드컵 최대 후원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이 월드컵에 투자하는 이유는 단 하나, ‘글로벌 마케팅’이다. 전 세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하는 데 활용한다.

가전기업 하이신(海信)은 지난 러시아 올림픽에 1억 달러를 후원했고, 글로벌 TV 판매량을 세 배 이상 늘리는 데 성공했다. 중국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잉리(英利)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첫 후원 했고, 이들의 미디어 관심도는 약 5개월간 800% 증가했다. 당시 나스닥에 상장됐던 잉리의 시가총액은 월드컵 기간 5억 6000만 달러가 증가했다.

왜 월드컵 스폰서인 중국 기업이 다수일까. 이코노미스트는 2014~2015년 존슨앤드존슨과 소니 등이 부패·사기 혐의로 FIFA에서 탈퇴한 뒤 중국 기업들이 자리를 메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들 기업 외에도 아직 언급되지 않은 중국 기업들도 대거 참가해 월드컵 출전국으로서가 아닌 각각의 방식으로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 사이드 비즈니스스쿨의 브랜딩 전문가 폴 템포럴은 중국 기업들이 월드컵에 참여하는 주된 이유가 ‘메이드 인 차이나’ 꼬리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수 없어도 OK, 우리에겐 ‘축구광’이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월드컵에 필요한 대다수의 물품이 중국 저장성 이우에서 온다. 이우 스포츠 용품 협회의 추정에 따르면 32개 국가 깃발부터 각종 장식, 우승컵에 이르기까지 중국 제품은 전체 월드컵 시장의 약 70%를 차지한다. 중국중앙TV(CCTV)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 공식 매장 상품의 60%가 중국산이다.

중국이 이토록 월드컵에 열광하는 이유. 일명 ‘치우미(球迷)’라 불리는 축구 팬 때문이다. 내세울 성적은 없지만 중국의 축구 사랑은 실로 대단하다. FIFA 통계에 따르면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글로벌 관중은 35억 7200만 명, 그중 중국 관객이 6억 6000만 명이었다. 치우미를 사로잡고,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선수도 없는 월드컵에 대대적 광고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세운 '축구 굴기'도 중국의 축구 열기에 한몫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월드컵에 나가고, 월드컵을 개최하고,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 자신의 3가지 소원이라 할 정도의 ‘축구광’이다. 시 주석은 2025년까지 축구 경기장이 있는 학교의 수를 10배로 늘리고, 2050년까지 중국 축구대표팀을 세계 최강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12년 2월 19일, 당시 중국 부주석인 시진핑이 아일랜드 더블린의 크로크 공원을 방문하면서 축구공을 차고있다. [사진 로이터]

2012년 2월 19일, 당시 중국 부주석인 시진핑이 아일랜드 더블린의 크로크 공원을 방문하면서 축구공을 차고있다. [사진 로이터]

카타르는 일대일로 파트너 관계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달성할 수 있는 선진 사회로 전환’을 목표로 하는 카타르 국가비전 2030(QNV2030)은 중국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그 맥을 같이한다. 이번 루사일 스타디움 건축 역시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번 카타르 항만이나 고속도로, 공항 재정비에 중국 기업이 투입된 이유다.

양국 관계는 정치, 경제, 문화부터 무역, 에너지 및 기타 분야에서 두 경제 간의 상호보완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양국 무역액은 2021년 기준 171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나 늘어났다. 올해는 200억 달러 선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이 카타르 월드컵에 유독 열광하는 이유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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