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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카카오엔터에 8000억 투자 검토…마냥 행복한 '딜'일까 [팩플]

중앙일보

입력 2022.11.24 06:00

업데이트 2022.11.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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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는 3년 만에 방한해 20시간 동안 국내 기업들과 약 100조원에 달하는 26건의 업무협약(MOU)을 맺고 떠났다. A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는 3년 만에 방한해 20시간 동안 국내 기업들과 약 100조원에 달하는 26건의 업무협약(MOU)을 맺고 떠났다. AP=연합뉴스

비공식 세계 1위 갑부 빈 살만은 국내 최대 콘텐트 공룡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의 손을 잡을까.

무슨 일이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가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함께 카카오엔터에 약 7000억~8000억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IC는 카카오엔터 2대 주주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주요 출자자기도 하다.

카카오엔터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공식적으로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내내 이어진 사우디의 ‘K콘텐트 공략’ 대미(大尾)를 카카오엔터가 장식할지 주목된다.

웹툰, 웹소설, 음악, 드라마, 영화, 공연 등 다양한 IP를 보유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 웹소설, 음악, 드라마, 영화, 공연 등 다양한 IP를 보유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독배냐, 성배냐

상장을 추진하던 카카오엔터는 올해 들어 난항을 겪어왔다. 글로벌 자본시장 환경이 악화하고 카카오에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초 목표했던 연내 상장이 기약없이 밀렸다. 그 사이 몸값은 반토막. 지난해 기업가치 20조원을 자평했지만, 최근 증권가가 보는 적정 몸값은 7조~10조원 수준이다. PIF는 카카오엔터의 구원투수일까. 시나리오는 크게 셋.

◦ 투자 받으면: 상장이 연기된 뒤, 카카오엔터는 1조원 규모 조달을 목표로 투자자를 물색해왔다. 인수합병(M&A)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콘텐트 업계에서 M&A는 단기간에 지식재산(IP) 보유량을 늘리고 제작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성장 공식으로 통한다. 카카오엔터도 웹툰, 웹소설, 영상, 음원 분야 제작·기획사 50여개를 흡수해 단숨에 몸집을 불렸다.

PIF의 투자는 카카오엔터의 추가 M&A 동력이 될 수 있다. 당장 1년 넘게 공회전 중인 ‘SM 인수설’에 속도가 날 가능성도 있다. SM이 카카오에 요구한 인수대금은 최대주주 이수만(18.46%) 지분과 신주 등을 포함해 1조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엔터의 해외 공략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내수용 기업’ 꼬리표를 떼고 싶은 카카오에게 아시아·북미·유럽에서 성과를 내는 카카오엔터는 해외 전진 기지로 통한다. PIF 자본이 유입되면 여기에 중동도 추가된다는 계산이다.

PIF가 콘텐트 산업에는 대체로 ‘우호지분’이 되어준다는 점도 카카오엔 희소식. 사우디에서 4년간 근무한 코트라 관계자는 “중동 국부펀드들은 건설·통신 등 인프라 쪽에는 터프한 투자자지만, 엔터·관광·게임 등 자체 역량이 떨어지는 서비스 산업에 대해선 지분 투자만 하고 경영엔 손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받아도 고민: 그러나 마냥 행복한 ‘딜’은 아니다. 이번 투자유치는 곧 상장 신호탄. 또다시 ‘카카오 쪼개기 상장’ 논란이 불거질 확률이 높다. 그간 핵심 계열사를 떼어내 상장시킬 때마다 카카오는 200만 주주들의 분노를 받아내야 했다. 카카오엔터는 올해 3분기 누계 실적 기준 카카오 연결매출의 25.8%를 책임지는 주요 계열사다. PIF의 투자를 받아도 카카오엔터 최대주주는 카카오(현재 지분 73.6%)로 유지되겠으나, 지분 희석에 따른 지배력 약화는 감수해야 한다.

PIF가 실제로 어떤 투자자일지도 지켜봐야 할 일. 중동에서 콘텐트 사업을 담당해온 한 대기업 임원은 “중동 투자자들은 종종 ‘돈 안 주고 돈 벌어오라’는 스타일로 돌변한다. 밀월이 끝나면 뒤통수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사우디는 독실한 이슬람 국가기 때문에 적어도 본국에선 콘텐트를 규제하려는 개입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가 중동 진출로 바로 이어지진 않을 거란 설명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투자 못 받으면: 이만한 대규모 투자자를 찾긴 힘들다는 점에서, 최악은 투자가 무산되는 시나리오다. 엔데믹으로 상장 적기(성장주 고평가 기간)를 놓친 카카오엔터로선 ‘통큰 투자’를 받아 반토막 난 기업가치를 올려놔야 하기 때문. 앞서 국내 사모펀드들은 카카오엔터의 몸값이 부담돼 투자를 기피해왔다. 지난 5월엔 카카오엔터가 블랙록·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를 찾아갔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이후 투자가 성사됐단 이야긴 없었다. 1조원을 선뜻 내줄 투자자를 국내서 찾기란 쉽지 않다.

사우디-K컬처의 랑데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편 K콘텐트 업계는 올해 ‘사우디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사우디가 ‘탈(脫)석유’ 목표로 추진 중인 ‘비전 2030’에 게임, 영화, 콘서트, 테마파크 등 엔터 산업 육성이 포함되면서다.

PIF는 올초 장내 주식 매입을 통해 넥슨(9.14%)과 엔씨소프트(9.26%)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사우디 정부는 6월과 8월 각각 CJ ENM, SM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콘텐트·아티스트 공동 육성에 나섰다. 이번 빈 살만 방한 때 쏟아진 26개 MOU 중엔 ‘승리의 여신: 니케’를 흥행시킨 게임사 시프트업이 포함됐다.

배경이 뭐야

광폭 투자의 배경엔 최근 3~4년새 달라진 사우디 분위기가 있다. 사우디는 중동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게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보수적인 국가다. 코트라 관계자는 “빈 살만의 주도로 여성 운전이 허용된 게 2018년”이라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문화 개방이 일어났다고 보면 된다. 그해 슈퍼주니어가 아시아 가수 최초로 사우디 공연을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부터 한류 열풍이 불었던 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국가들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사우디는 인구 50%가 30대 이하”라며 “젊은 층의 지지를 얻고자 정부가 e스포츠, 관광, 문화 산업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원한 한 대기업 중동사업부 관계자도 “사우디가 K팝·K게임 등을 보는 시선이 바뀐 건 비교적 최근”이라며 “갖고 있는 K콘텐트 없냐고 먼저 물어온 지는 1~2년이 안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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