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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소쿠리 투표' 선관위 조직개편…선거 관리 역량 높인다

중앙일보

입력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3월9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신관 로비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투표를 위해 기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3월9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신관 로비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투표를 위해 기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3·9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을 빚었던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관리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한다. 기획·조정 기능 대신 실제 선거 관리와 직결된 부서 인원을 늘리고, 선거 때는 각 지방위원회 인력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탄력적 인력 운영도 제도화한다. 사무총장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대신 선거관리위원의 권한도 강화된다.

이같은 선관위 개편 방향은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선거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안’에 담겼다. 선관위는 3·9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 때 투표용지를 소쿠리나 종이상자 등에 넣게 해 ‘소쿠리 투표’ 논란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노정희 전 중앙선관위원장과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사퇴하는 등 후폭풍을 겪었다. 이후 자체 감사에 착수한 선관위는 최근 감사를 마무리하고 감사 결과와 조직 개편안을 이르면 24일 발표할 예정이다. 실제 조직 개편은 내년 1월 시행할 계획이다.

선관위 조직 개편의 핵심은 선관위 본연의 임무인 선거 관리 역량의 강화에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선관위는 기존 중앙 사무처의 2실(기획조정실, 선거정책실) 체제를 유지하되, 선거 실무를 담당하는 선거정책실을 3국에서 4국으로 확대한다. 반면 업무 전반에 걸친 계획을 기획하고 평가하는 기획조정실은 3국에서 2국으로 줄인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관리에 효율적인 조직으로 재설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선거정책실은 기존 선거국을 선거1·2국으로 분할하는 방식으로 1개국을 증설한다. 선거1국은 사전투표와 본투표 계획 및 운영을 관장하는 ‘선거관리과’와 이에 필요한 장비를 개발·지원하는 ‘선거기반과’, 조합장 등 각종 외부 위탁 선거를 관리하는 ‘위탁선거과’로 구성한다. 선거2국은 재외국민투표를 주로 관리하는 ‘재외선거과’와 폐지되는 홍보국에서 떨어져 나온 ‘홍보과’, 기존 ‘정당과’로 이뤄진다.

기능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조직은 통·폐합된다. 예컨대 총무과와 행정국제과, 홍보과와 미디어과, 선거안내센터와 의정지원과, 연수기획부와 직무교육부 등 8개과는 4개과로 통합된다. 이렇게 줄어든 중앙 사무처의 정원 감축 분은 선관위 구·시·군위원회 등 현장 일선으로 재배치된다. 이와 함께 선관위는 실제 선거 시기(선거일 전 60일~선거일 후 10일)에 중앙선관위에서 30%, 시·도 선관위에서 10% 내외의 인력을 구·시·군선관위에 지원하는 것을 제도화한다. 선거 때마다 현장 인력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노정희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전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논란과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노정희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기 전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논란과 관련해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사무총장 산하의 정책보좌관이 폐지되는 것도 눈 여겨 볼 지점이다. 그간 선관위는 주로 비상근직이 많은 선거관리위원 대신 중앙 사무처를 이끄는 상근직인 사무총장의 권한 행사 공간이 넓었다. 하지만 부실 관리 논란 후 자체 감사에서 “사무처 중심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바람에 위원들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해 관리·감독 기능에 구멍이 뚫렸다”(선관위 관계자)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무총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다. 또 다른 선관위 관계자는 “앞으로는 김필곤 상임 선관위원의 역할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무차장 아래 있던 감사관을 선관위원장 직속으로 바꾸는 건 ‘소쿠리 투표’ 논란 이후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한 감사 의지를 밝히자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개혁 방안 중 하나다. 감사원은 지난 6월부터 선관위 직무감찰을 위한 자료 수집에 착수했으며, 지난 9월부터는 실지 감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선관위는 헌법 상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거부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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