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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B2B 속도내는 네이버…네옴시티에 디지털트윈 구현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네이버랩스의 디지털트윈 기술. 드론으로 찍은 항공사진이 아니고, 네이버가 3D 모델링해 만든 디지털트윈. 사진 네이버랩스

네이버랩스의 디지털트윈 기술. 드론으로 찍은 항공사진이 아니고, 네이버가 3D 모델링해 만든 디지털트윈. 사진 네이버랩스

네이버가 현실 공간을 디지털에 그대로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출시한다. 네이버 신사옥 1784에서 로봇들의 눈 역할을 하는 기술 솔루션 ‘아크아이(ARC eye)’를 기업용으로 판다는 의미다.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랩스와 네이버클라우드 23일 경기 성남시 정자동에 위치한 신사옥 1784에서 기자 대상 포럼을 열고 이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아크아이는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대규모 디지털 트윈 솔루션. 아크아이에선 쇼핑몰ㆍ빌딩ㆍ공항과 같은 대규모 실내공간뿐 아니라 도보로 연결되는 실외 공간도 디지털 트윈 데이터로 구축할 수 있다. 아크 아이의 기반인 아크(ARC, AI-Robot-Cloud)는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으로, 인공지능(AI) 기술과 로봇을 움직이는 운영체제 역할을 한다.

용어사전디지털트윈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 공간, 환경 등을 디지털 세계에 똑같이 구현해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기술. 주로 제조업에서 많이 쓰였으나 요즘은 의료, 에너지, 금융, 공공 서비스 등에도 쓰인다. 디지털 트윈은 사물 인터넷(IoT), 센서, 5G 통신의 기술을 통해 현실의 데이터를 가상 세계 모델에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쌍둥이와 같이 동작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런 점에서 독립된 가상세계의 운영에 중점을 두는 메타버스와는 다르다.

왜 중요해

◦ 네이버 B2B로 돈 벌 수 있나: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중요도가 점점 커질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네이버 B2B의 핵심은 네이버클라우드. 엔데믹으로 성장세가 주춤한 소비자 대상(B2C) 시장과 달리 B2B는 디지털 전환에 나서는 기업이 늘면서 호황을 맞았다. 네이버클라우드의 매출도 느는 중. 2019년 4925억원, 2020년엔 6221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엔 8602억원으로 뛰었다. 다만, 지난해 매출의 약 80%가 네이버 관계사 매출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목됐다. 네이버클라우드의 홀로서기에 네이버랩스와의 첫 합작품인 아크아이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빈 살만's Pick 될까: 사우디아라비아는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서울의 44배 넓이인 2만6500㎢에 달하는 초대형 스마트 신도시 네옴시티를 추진 중이다. 특히, 물류ㆍ가사 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로봇을 도시 곳곳에 대거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높이 500m의 수직형 도시에서 수많은 로봇이 돌아다니며 제 몫을 하고, 인간과 공존하려면 정밀 측위나 매핑(mapping, 지도를 만들고 이용하는 것) 등의 기술이 필수다. 네이버는 지난 6일(현지시간)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한·사우디 혁신 로드쇼’를 찾아 아크아이 기술을 직접 소개했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정책·ESG 대표와 함께 사우디를 다녀온 강상철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만약 네옴시티에 1784와 같은 로봇 친화형 건물을 세운다면, 로봇들이 돌아다니며 배달 등 서비스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라며 “이를 매끄럽게 하려면 상품을 주문하는 시스템부터 잘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풍부한 커머스 경험을 가진 네이버는 이미 여기에 필요한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디지털트윈 기술로 만든 인천국제공항 고정밀 지도. 사진 네이버랩스

네이버 디지털트윈 기술로 만든 인천국제공항 고정밀 지도. 사진 네이버랩스

네이버가 아크로 하려는 건

◦ 스스로 위치 찾는 로봇: 아크아이는 로봇의 눈이다. 로봇이 길을 찾고 맡은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일단 본인의 현 위치부터 인식해야 한다. 아크아이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통하지 않는 실내에서도 사용자와 로봇의 위치를 파악한다. 이동환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아크아이로 데이터를 취득한 모든 공간은 이미지 한장만으로도 현 위치가 파악되는 디지털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로봇뿐 아니라 사람이 쓰는 서비스에도 아크아이는 활용된다. 실제 1784 건물 안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면 증강현실(AR) 맵에서 본인의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동환 책임리더는 “1784의 로봇 100대가 하루에 200만 번 이상 자기가 있는 위치를 달라고 (데이터를) 요청한다”며 “사람은 한 번만 자기 위치를 알면 길 찾기가 되지만, 로봇은 끊임없이 위치 데이터를 확인해야 길을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적용된 디지털트윈 기술 기반의 AR 내비게이션. 사진 네이버랩스

국립중앙박물관에 적용된 디지털트윈 기술 기반의 AR 내비게이션. 사진 네이버랩스


◦ 황금알 낳는 거위, 디지털트윈: 그동안 제조업에서 기기나 건물 단위로 활용하던 디지털트윈 기술은 최근 도시 단위로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서울시 전역을 3D로 복제한 ‘S맵(S-MAP)’을 선보였다. 싱가포르, 일본, 호주 등도 도시 운영과 공공 서비스에 디지털트윈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소프트뱅크와 함께 일본 여러 도시를 디지털 트윈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백 책임리더는 “현재 기술실증(PoC)은 끝났다. 내년에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아크의 경쟁력은

그러나 디지털트윈은 네이버만 가진 독보적인 기술은 아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과 같은 빅테크들도 뛰어들었다. 네이버의 경쟁력은 어디 있나 보니.

◦ 매핑에 진심: 네이버랩스는 평지를 돌아다니는 매핑 로봇(M2) 뿐 아니라 인간 백팩(T2-B) 등도 측정에 활용한다. 로봇이 다니기 힘든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사람이 직접 백팩 장비를 메고 측정하는 것. 매핑 장비가 고도화될수록 빠른 시간 내에 적은 비용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백 책임리더는 “서울시 S맵 제작 당시 항공사진 2만5000장을 17일간 찍고, 30일간의 프로세싱을 통해 굉장히 데이터를 빠르게 구축했다“며 ”700억원을 들여 수작업을 한 싱가포르 디지털트윈 사업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전체 프로젝트 비용으로만 봤을 때는 (싱가포르의) 10분의1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쇼핑몰이나 네옴시티 같은 대단위 디지털트윈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 측의 설명. 백 책임리더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유한 해외 유수 기업은 많지만 1784처럼 대규모 실내 공간에 이를 구현한 기업은 네이버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제2사옥인 1784에 전시된 디지털 트윈 디바이스. 왼쪽이 매핑 로봇(M2). 가운데가 사람이 메고 측정하는 트랜스포머블 매핑 디바이스(T2-B)다. 권유진 기자

네이버 제2사옥인 1784에 전시된 디지털 트윈 디바이스. 왼쪽이 매핑 로봇(M2). 가운데가 사람이 메고 측정하는 트랜스포머블 매핑 디바이스(T2-B)다. 권유진 기자

◦ 네이버 백그라운드: 네이버는 커머스, 음성인식 기술 등 기존에 가진 플랫폼 기술이 디지털트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B2B 뿐 아니라 B2C 기술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네옴시티 수주전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 강 책임리더는 “네이버는 스마트 도시를 계획하는 단계부터 엔드 유저(end users), 즉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이 사용하는 서비스까지 모두 아우르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기술들을 직접 개발해 관리하는 만큼 단순히 디지털 트윈 기술만을 지원하는 해외 경쟁사들과는 차별화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알면 좋을 것

네이버는 내년 여러 사업부서에 혼재돼 있던 AI와 B2B 사업조직을 네이버 클라우드 중심으로 통합한다. AI, 로봇 등 기술은 시작부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는 게 네이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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