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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 하고 애 낳을 수 있다" 2030대 39%…저출산 해결?

중앙일보

입력

#경기 성남에서 직장을 다니는 임모(32)씨의 여자친구는 임신 3개월 차다. 임씨는 지난해부터 여자친구와 같이 살고 있다. 그는 “당장 결혼 계획은 없다. 언젠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자녀가 태어나도 지금 상태로 잘 키워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10대 44%가 비혼 출산 긍정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혼인 외 출산, 이른바 비혼 출산이 출산율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23일 통계청 2022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자 비율이 34.7%였다. 전국의 만 13세 이상 3만6000여명이 조사 대상이다. 10년 전인 2012년엔 이 비율이 22.4%였다. 혼인신고 없는 동거에 대해선 올해 응답자의 65.2%가 ‘괜찮다’고 답했다.

특히 어릴수록 비혼 출산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13~19세에선 44.1%가, 20대와 30대에선 각각 39%, 39.9%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했다. 60대를 넘어서면 이 비중이 20%대로 줄어들지만, 최소한 보통 출산 시기에 속하는 2030의 상당수는 비혼 자녀도 괜찮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여전히 2%대인 비혼 출산율

그러나 실제 통계에선 이 같은 인식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출생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출생아 중 혼인 외 자녀의 비중은 2.9%로, 2011년(2.1%)보다 소폭 상승했다. 비중이 늘긴 했지만, 전체 출생아 수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 같은 기간 전체 출생아는 25만2800명으로, 2011년(46만200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제적 수준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비혼 출생아 비율이 가장 낮다. 2018년 기준 한국은 이 비율이 2.2%로, 문화가 보수적이라는 일본(2.3%)이나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2.9%)보다 낮다. 대표적인 저출산 극복 국가인 프랑스는 60.4%에 달하고, OECD 평균은 40.7%다.

장미혜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주의로 가족 관계를 꺼리는 현상이 심해졌지만,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불안도 같이 있는 만큼 동거 등의 가족 형태는 한국에서도 늘어날 것”이라며 “프랑스 등 외국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상속‧부양‧양육 등 수많은 의무와 권리를 동거관계 등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 바꿔왔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가족 형태가 자리 잡으면 출산이나 입양도 자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안 될까…“저출산 원인 해결 안 돼” 반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부도 비혼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혼인 외 출산을 출산율 제고의 한 가지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찬‧반이 갈리는 데다 정부가 비혼 출산을 장려하거나 권장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출생신고만 하면 (혼인 여부 상관없이) 복지 혜택은 모두 받을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특성상 비혼 출산이 저출산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과 결혼 감소의 원인으로 대다수가 경제적 요인을 꼽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혼 출산 장려는 아예 다른 얘기다. 원인이 다른 데 있는 만큼 저출산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설문 응답은 ‘내가 그러겠다’는 것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혼인 외 출산의 비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이를 높이는 게 전체 출생아 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보긴 어렵다”면서도 “출산율이 아닌 복지나 사회적 인식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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