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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호의 시선

종부세 부담 증가 1위는 광주...제 발등 찍은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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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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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3·9 대선과 6·1 지방선거 당시 종부세 부담 완화를 공약했다. 하지만 야당이 된 지금은 입을 싹 씻었다. 덕분에 그제 ‘역대급’ 종부세 고지서가 130만 명 넘는 국민 앞에 날아들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지난 5년간 종부세 부담액이 가장 많이 는 지역은 어디일까. 광주광역시다. 2017년 25억원에서 올해 1069억원으로 4176% 늘었다. 납부자도 2807명에서 1만2845명으로 357.6% 늘었다. 서울 부자를 겨냥했던 종부세가 민주당의 텃밭 중 텃밭에서 중상위층 세금이 된 것이다. 광주 집값은 올해 폭락 추세임을 고려하면 종부세의 비정상적 면모는 뚜렷하다.

올해 종부세 고지 인원은 130만7000명으로 납부액은 7조5000억원에 달한다. 집 가진 사람 100명 중 8명이 종부세를 낸다. 특히 서울은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가 58만4000명으로, 집 가진 사람의 22.4%에 달한다. 노무현 정부 때 상위 1%의 고액 자산가를 겨냥해 도입한 게 종부세다. 이제는 서울에서 네 집 중 한 집이 낸다니 이래도 부자 세금인가.

집값 폭락했는데 종부세는 급등
민주당 밀어붙여 납세자들 눈물
광주가 부담증가 1위…역풍 솔솔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 10명 중 6명이 연 소득 5000만원 이하다. 대개 은퇴자나 고령층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지적에 모르쇠로 일관한다. 국민의힘 기재위 간사 류성걸(재선·대구 동갑)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한 채뿐인 은퇴자들 집값 올라간 게 죄냐’고 추궁하면 ‘그분들은 종부세를 낼 능력이 되는 분들인데 왜 깎아주느냐’고 한다. 도무지 얘기가 안 된다”고 했다.

종부세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몬스터’로 변했다. 납세자는 33만 명에서 122만 명으로 3.7배, 세액은 3878억원에서 4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5년간 집값은 37% 상승했는데 세액은 1000% 뛴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집값은 바닥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데, 세액은 급증했으니 국민 입장에선 피눈물이 날 수밖에 없다. 조세 불복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올 1월~9월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종부세 불복 심판 청구는 3843건으로 1년 전(284건)의 13배가 넘는다. 체납액도 5628억원(지난해)으로 전년(2800억원)의 2배를 넘어섰다. 거의 모든 설문조사에서 ‘종부세 완화 찬성’이 50%가 넘는다.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 공제 한도(11억원)를 3억원 늘려 1주택자 부담을 덜어주려 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10만 명의 종부세 감면이 물거품이 됐다. 국민의힘은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60%로 낮추는 등 시행령으로나마 감면 효과를 내려 했다. 민주당은 이마저 ‘시행령 독재’라며 종부세법 개정 반대의 명분으로 쓰고 있다. 기재위원인 국민의힘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 원내대표의 전언이다.

“기재위 민주당 의원들에게 종부세 완화 얘기를 꺼내면 ‘부자 감세’란 말만 축음기처럼 반복하더라. ‘당신들 대선 공약 아니었나’고 추궁하면 ‘그때는 그때고’라며 얼버무린다. ‘집값 떨어졌는데 세금은 더 때리자는 거냐’고 하면 대답을 하지 않는다. 논리도 없이 169석을 무기로 밀어붙이겠다는 거다. 민주당 하자는 대로 종부세나 기타 세금을 걷으면 올해 세수가 100조원 가까이 늘게 된다. 국민을 너무 과하게 뜯는 거지.”

국민의힘 성일종(재선·서산 태안) 정책위의장의 말이다. “민주당이 종부세 완화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표다. 부자와 빈자를 갈라치면 9대1로 유리해진다는 ‘이념’에 인질이 돼 있다. 내 카운터파트인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굉장히 온건한 사람이다. 표정을 보면 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이해하는데, 동의는 못 하더라. 종부세는 그들에게 이념이라서다.”

성 의장은 “하지만 종부세 납부자가 집 가진 국민의 8%로 늘어난 데다 서울 바깥 야당 표밭에서도 종부세 납부자가 급증하면서 민주당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세종은 5년 만에 1154명에서 1만1147명으로 866.8% 늘어 인원수 증가율로는 1위를 기록했고, 대전은 4333명에서 2만4491명으로 465.2% 늘었다. 경기와 인천도 종부세액이 각각 1400% 이상 올랐다. 전부 민주당이 지역구를 장악한 노른자위 표밭들이다. 요즘 ‘종부세’ 얘기가 나오면 민주당 의원들이 하나같이 입을 닫는 이유가 있다.

모든 혁명은 국민의 피를 빠는 부조리한 세금에서 촉발됐다. “재산세가 있는데 종부세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다. 현재 집이 안 팔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된 상황인데 이런 이유로 종부세를 내게 된 게 억울하다. 금액도 적지 않다. 돈 벌어 세금 내다 끝나게 생겼다.” 광주광역시 아파트 주민이 써 내려 간 ‘절규’다. 민주당이 내후년 총선 승리를 원한다면, 흘려듣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