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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의 역설…달러빚 상황은 나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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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킹달러(달러 강세)에 올해 3분기 한국의 대외 지급능력을 의미하는 순대외금융자산이 7860억 달러(약 1060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늘어난 건 세계 주요국 중 유독 눈에 띄는 원화가치 하락 때문이었다. 이른바 ‘강달러의 역설’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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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은 7860억 달러로 6월 말보다 419억 달러 늘었다. 대외금융자산을 팔면 달러를 들여올 수 있어 한국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외화 방파제가 그만큼 두터워졌다는 의미다.

순대외금융자산 창고가 두둑해진 것은 대외금융자산(내국인의 해외 투자)보다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 투자) 감소폭이 더 컸던 영향이 크다. 9월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은 2조829억 달러로 6월 말보다 406억 달러 줄었다. 같은 기간 대외금융부채(1조2969억 달러)는 826억 달러 감소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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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보다 부채 감소 폭이 더 컸던 건 한국의 통화가치(원화가치)와 주가 하락 폭이 세계 주요국 중에 큰 편이라서다. 지난 3분기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하락 폭은 9.9%로, 유로화 (-6.5%), 중국 위안화(-5.9%), 일본 엔화(-6.2%) 등에 비해 컸다.

주식시장도 비슷했다. 3분기 미국 나스닥 지수(-4.1%), 유럽 유로스톡스50(-4%) 등이 4%가량 하락할 때 한국 코스피는 7.6% 급락했다.

대외금융자산 가운데 달러 자산의 비중은 60% 수준이다. 통화가치 변동 요인을 그만큼 적게 받는다. 반면 대외금융부채는 원화가치 하락과 주가 하락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실제 대외금융부채 감소를 쪼개보면 가격 하락으로 인한 비거래요인으로 921억 달러가 줄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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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외채도 크게 줄었다. 한국의 지난 9월 말 기준 대외채무는 6월 말보다 231억 달러 줄어든 6390억 달러로 나타났다. 감소 폭으로는 세계금융위기였던 2008년 4분기(-502억 달러) 이후 가장 컸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달러빚인 단기외채(1709억 달러)는 6월말 보다 129억 달러 줄었다. 단기외채 감소 폭은 2011년 3분기(-158억 달러) 이후 11년 만에 최대다. 장기외채(4680억 달러)도 전 분기보다 101억 달러가 줄었다. 감소 폭으로 따지면 2016년 4분기(-138억 달러) 이후 가장 크다.

단기외채가 큰 폭으로 줄어든 건 은행 등의 달러 차입이 줄어든 영향이다. 예금취급기관의 차입금은 3분기 114억 달러가 감소했다.

단기외채가 큰 폭으로 줄며 한국의 대외지급능력과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소폭 개선됐다. 준비자산(외화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1%로 전 분기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오름세를 이어오다 1년 만에 감소세로 바뀐 것이다.

대외채무 중 단기외채의 비중(26.8%)도 6월 말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단기외채 비율은 10년 평균(33.8%)보다 여전히 높다. 유복근 한은 경제통계국 팀장은 “최소한 외채 건전성 측면에서는 2분기에 비해 개선됐다”면서 “전반적인 대외신인도 측면에서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외채 비율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달러의 공급이 과거보다 여의치 않아서다. 게다가 정부가 국민연금 등 공적 기관투자자들의 환헤지를 확대하는 것도 단기외채를 늘릴 수 있다. 국민연금 등이 환헤지를 위해 판 달러 선물환을 은행들이 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달러를 차입을 통해 조달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공적 기관투자자들의 환헤지 비율 확대가 단기차입 급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내 외화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순자산 증가를 넘어 장기적으로 순대외금융자산 증가가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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