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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풀리면 날 줄 알았는데…‘L’ 자형 수렁 빠진 LCC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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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L’ 자형 수렁에 빠졌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주요 4개 업체 모두 2019년 이후 4년째 영업적자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직격탄에 앞서 근본적으로 수익성 확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점이 생기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CC 주요 4사는 지난 3분기 모두 영업적자를 냈다. 제주항공은 영업손실 615억원을 기록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에어부산도 각각 174억원, 323억원, 33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적자 폭은 줄었지만 모두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형 항공사와 실적 격차도 갈수록 크게 벌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 8007억원을 거뒀다.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2293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 우려했던 완전 자본 잠식도 피했다.

LCC 업계에선 ‘현금주머니’로 통하던 일본 노선이 지난달부터 본격 재개한 만큼 향후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겨울 시즌에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4분기 실적은 확연하게 개선될 수 있다”면서 “여기에 중국 노선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고환율(원화가치 하락)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올해 들어서만 항공 업계의 외화환산 순손실 규모가 9000억원을 넘어섰다. LCC 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분석해보면 3분기 환율 부담이 2분기와 비교해 달러당 80~90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항공기 리스료 등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데 환율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탑승률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 위안거리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공급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LCC들의 4분기 탑승률은 3년 만에 80%를 웃돌 것”이라며 “LCC 중에선 진에어가 가정 먼저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LCC의 실적이 미끄럼을 탄 일차적인 원인은 코로나19와 고환율에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2019년부터 실적 하락세가 뚜렷했다. 코로나19로 적자가 빠르게 쌓인 건 분명하지만 수익성 악화를 ‘코로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 에어포털에 따르면 LCC 4사는 2014~2018년 내리 영업 흑자를 이어왔다. 그러다가 2019년부터 일제히 적자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성장기를 지난 데다 내국인 여행객의 아웃바운드 수요 감소가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한다. 또 LCC 간 티켓 할인 등 출혈 경쟁도 악영향을 미쳤다.

최근 하늘길이 다시 열리고 있지만 LCC 업계에 드리운 ‘그림자’는 여전하다. 경쟁 구도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 항공사와 LCC 간 틈새를 노린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사업을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에어프레미아는 다음 달부터 일본 노선에 뛰어들 계획이다.

LCC 업계에선 항공 시장의 판이 흔들리지 않으면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양대 항공사의 기업 결합이 최종 승인되면 LCC를 포함해 국내 시장 판도가 완전히 변화할 것”이라며 “특히 운수권 배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으론 대형 여객기를 도입하고, 화물기 사업에 뛰어드는 등 ‘흑자 공식’을 찾으려는 노력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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