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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안전운임 명칭, 표준운임 또는 최저운임으로 바꿔 논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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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영구시행과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24일부터 전면적인 집단운송거부(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운임 일몰 3년 연장은 가능하지만 다른 요구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지불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3년 한시로 2020년부터 적용돼 올해 말 종료 예정이다.

일부에서 화물연대의 파업 규모가 지난 6월보다 더 클 거라며 극심한 물류대란을 전망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화물연대의 요구에 난색인 이유는 바로 안전운임의 교통개선 효과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전인 2019년과 시행 2년 차인 2021년의 교통사고 현황을 비교한 결과,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는 2019년 690건에서 지난해는 745건으로 8.0% 증가했다. 특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9년 21명에서 지난해는 30명으로 42.9%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가 각각 11.5%와 12.9%씩 감소한 흐름과는 반대다.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인 컨테이너와 시멘트 벌크 트레이너(BCT) 차량은 전체 견인형 화물차(3만5000대)의 78%인 2만7500대를 차지하고 있다. 박진홍 국토부 물류산업과장은 “컨테이너와 BCT만 별도 구분이 안 돼 견인형 화물차 전체를 대상으로 했지만 두 차량이 거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수치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당초 제도 도입의 목적인 교통안전개선 효과가 불분명한 데다 오히려 사고와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전운임제를 계속 지속시킬 명분도 약화된 것이다. 물론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시멘트 품목 과적 경험이 30%에서 10%로 줄고,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 비율도 크게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노동위험 지수가 낮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고와 사망자 수가 거꾸로 늘어난 상황이라 안전개선 효과를 내세우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안전운임제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고 운송비 부담만 증가시킨다”며 즉각 폐지를 주장하는 화주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안전운임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보다 정교한 분석이 요구된다”며 “차제에 모호한 안전운임 대신 본질에 맞게 명칭을 표준운임 또는 최저운임이라고 바꾸고 이에 맞는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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